알 수 없는 이유로 이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그 친구와 있을 때면 항상 긴장하고 눈치만 보던 내가 자신감이 생겨나고, 찐따 같은 내 모습도 근사하게 느껴질 만큼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처음에 당황스러웠다. 원망스럽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가장 속상했던 건 더 이상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서로의 기쁨을 축하해 줄 수 없고, 슬픈 일에 같이 눈물 흘리지 못한다는 것이 서운하고 헛헛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 친구가 보고 싶었다. 치과를 갔다 작업실로 걸어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간지러운 바람이 불고 살짝 찡그러질 만큼 쨍쨍한 날이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오늘 날씨 같은 존재였나 보다. 나의 축축함을 말려주고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와주었다. 빛나는 존재였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서운함 보다는 내 인생 한켠에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