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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May 09. 2023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운 너에게

빛나던

네가 종종 그리울 때가 있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간혹 섞여 나오는 진지한 대화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천박하고 싸구려 같았던 욕들도


너랑 함께 있을 땐 온몸에 기포가 빠진 것처럼 밀도 있었고 안정적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마음으로 바랐다.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연민이었나, 단순한 즐거움이었나, 편안함에서 오는 안도감이었나


나의 흔들림을 잡아주려 하기보다는 나와 함께 흔들림을 만끽했던 사람이었다.

너와 함께라서 진심으로 즐거웠다.

그때의 모습에 사로잡혀 네가 많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소중히 간직할 마음을 내어주어 고마웠어.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긴 동생이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그 친구와 있을 때면 항상 긴장하고 눈치만 보던 내가 자신감이 생겨나고, 찐따 같은 내 모습도 근사하게 느껴질 만큼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처음에 당황스러웠다. 원망스럽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가장 속상했던 건 더 이상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서로의 기쁨을 축하해 줄 수 없고, 슬픈 일에 같이 눈물 흘리지 못한다는 것이 서운하고 헛헛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 친구가 보고 싶었다. 치과를 갔다 작업실로 걸어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간지러운 바람이 불고 살짝 찡그러질 만큼 쨍쨍한 날이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오늘 날씨 같은 존재였나 보다. 나의 축축함을 말려주고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와주었다. 빛나는 존재였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서운함 보다는 내 인생 한켠에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나는 요즘 잘 지내고 있어. 너도 진심으로 잘 지내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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