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작업 끝나고 바로 작성하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때 할일 안하는 걸 극혐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걸 보니 많이 너그러워 졌나보다. 올해 2~3월달 쯤부터 우울감이 심해졌다. 그땐 결혼 준비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결혼식을 하고 나서도 우울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그 '우울' 덕분에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3년 대학원을 준비할 때 부터 노란색 유닛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나는 무언가에 잘 질려하지도 않고, 한 가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굳이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 인생에 많은 변화와 굴곡들이 생기면서 '노란색' 만으로 내 감정을 표출하는데 한계를 느꼈다. '색'은 나에게 나를 표현하고 내 감정을 드러내는 가장 직관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내 머리 속은 항상 복잡하지만 표현 방법은 항상 단순하다. 이미 불친절한 작업인데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파란색'은 나의 우울함을 담음과 동시에 묘한 안정감을 준다. 땡볕보다 그늘로 걷게 되고, 남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는가. 어쩌면 파란색도 이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
아무도 없는 바다 한 가운데 혼자 표류하는 것 처럼 무섭고 두려웠다.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내 모습에 환멸이 나고, 아무 잘못도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물살에 몸을 맡겨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목적없이 흘러가는 시간도 꽤 괜찮았고, 붕 떠있는 마음도 애써 외면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서야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2023년 5월 4일 수요일 작업
2023년 5월 4일 목요일 작업
Daily Project를 시작하고 이렇게 빨리 초록색이 등장 할 줄 몰랐다. 처음 파란색 작업을 구상했을 때 생각했던 키워드는 '바다속나무' 였다. 갑자기 바람처럼 생각 난 단어는 아니고, 여러가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첫번째는 불안장애가 심했을 때 바다에 표류하는 것 같은 무서움과 우거진 숲 속에 혼자 고립된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내 머리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들을 단순하게 '바다' 와 '숲'의 색으로 나타낸 것이다.
YellowBlue/ceramic/2020
두번째는 동경하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파란색 작업이 처음은 아니다. 몇 해 전 노란색과 파란색을 조합하여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우연히 수강생으로 만나 친해진 한 분이 파란색을 좋아하셨다. 나이 차이도 많이나고 자라온 환경도 많이 달랐지만 우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파란색은 내가 보고 싶고 애정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세번째는 약간 유치할 수 도 있지만, 예전에 안녕바다를 굉장히 좋아했다. 안녕바다의 보컬 이름이 '나무'인데 뭔가 멋있어 보였다. 안녕이 'Hello'가 아니라 'Byebye' 인것도 인상적이었고, 아버지가 화가인 것도 근사했다. 처음 데뷔할때 부터 좋아했는데, 나무님이 음악을 하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도 찾아봤다. 바다비에서 공연했을 때 1등으로 예매해서 맨 처음으로 입장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부터 '바다' 와 '나무'의 조합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초록색 작업을 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초록색이 바다 속에 매몰 될 수도 있다. 다시 노란색으로 돌아갈수도 있고, 기분이 날뛰어 빨간색이나 분홍색같은 색에 매료 될 수도 있다. 무수히 많은 색이 존재하는 것 처럼 사람도 무수히 많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작업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가난한 예술가로 살고 있지만 어느때보다 내 삶이 가치있고 행복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