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에게 II

by 서정희

정희에게


정희야,

네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지지를 버려야 했는지 모르겠어. 네가 느꼈던 것과 같은 감정일까 싶어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하고 애틋해서 어떤 단어로 마음을 전하면 좋을지 자꾸 곱씹어 보게 돼.


10년 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었을 때, 넌 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또 새로이 마주하게 되었다고 했지.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아. 어찌 보면 고작 10년의 시간인데...

나에게도 아주 많은 이별과 만남, 그리고 다시 이별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던 것 같아.

나는 지난 10년 동안 작업과는 정말 동떨어진 세상에서 직장의 일원으로 성장하기도, 함께 미래를 걸어가고픈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해보았고,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헤어짐을 선택하며 놓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연습도 해보았던 것 같아.

어릴 적에는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손에 쥐고 놓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같은 이유로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아마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 봐.


그 안에서 겪었던 상처나 좌절감 혹은 설레고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듯이, 너에게도 지난 10년이 그렇게 치열하고 거센 시간들은 아니었을지 감히 추측할 뿐이야.

사실 나는 작년이 너무 힘들고 아픈 한 해를 보내서 인지 이렇게 널 다시 만나게 된 게 그 시간을 보상받는 선물처럼 느껴져. 너와 함께 작업 이야기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는 일련의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야. 그리고 또 네 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도 그렇고 말이야.

이번에 우리가 함께 준비한 전시 ‘어제, 오늘, 내일’에 대한 이야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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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과거에서 가장 빛나던 청춘을 함께했고, 지금 현재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하는 것처럼 미래에도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사이로 이어지길 소망해.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많으니 앞으로도 서로 응원하며 위로해 주도록 하자!

널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야.

곧 날이 추워지고 서늘한 겨울이 오겠다. 올 겨울에는 지친 마음을 달래 줄 오랜 벗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만은 풍요롭고 따뜻한 겨울이 되길...


전화도 문자도 자주 하지만, 종종 이렇게 손 편지로 안부도 묻자.

응원과 용기, 공감과 우정으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주어 정말 고마워.

우리 내일 또 만나!



정말 우리는 며칠 뒤 또 만났다.

20대까지만 해도 지금의 이 관계의 끝은 없을 거라고, 우리 우정 변치 말자, 우리 사랑 영원하자 약속했을 것이다.

혜인언니랑 나는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잘 맞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우리가 멀어짐과 가까워짐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언니와 지금의 가까움이 좋고, 다시 멀어진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불안하거나 두렵진 않을 것이다. 아주 두텁거나 견고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서로의 흔들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라는 건 확실해졌으니 말이다.

언니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행복과 행복사이에 묻혀 만개할 날을 기대해 본다.





'낮에 만난 사람들' 인터뷰는 2021년도에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