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거짓말
미모사....
산길에서였지.
마음이 퀭하던 이월의 끝자락 산을 올랐어.
햇살이 재간을 떨어도 꽁꽁 언 마음을 녹일 길 없던 그때,
땅 밑에서는 '이제 그만 나가볼까?'하고 작당모의가 있을지언정,
보이는 것은 오로지 겨울의 찬기운뿐이었던 그때,
산 중턱에서 너를 만났어.
숲의 냄새인가? 달큼하고, 나른하게 톡 쏘는 듯한 냄새...
눈에 보이기 전에 너는 바람으로 먼저 네 존재를 알렸다.
눈앞에 펼쳐진 샛 노란 꽃 덩어리.
어리둥절했어.
노란 풍선 덩어리 같기도 했고, 노랗게 물들인 머리채 같기도 했어.
가까이 다가선 내게 '맡아볼래?' 하고 기다린 듯 네가 내뿜은 향기...
몽롱하게 봄이었다.....
너는 눈의 결정체 같은 돌기를 사방팔방 뻗어서
그 가느다란 몸을 가냘프게 흔들어대며
내 정신을 앗아갔다.
그렇게 내 마음에 봄이 왔고,
그렇게 너를 용서했다.
아니, 나를 용서했다.
너 때문이야!
너를 볼 때마다, 기분이 만가닥이다.
네 작은 꽃송이 중심으로 달린 만가닥 솜방망이처럼,
내 마음도 만가닥이 된다.
아몬드 나무 꽃이 팝콘처럼 터지기 전에,
제비꽃이 언 땅에서 솟아나기 전에,
어느 날 갑자기 와락! 동여맨 머릿고무줄 풀어버리고
노란 염색머리 치렁거리며 묘한 샴푸냄새 풍기는 너.
네가 다시 왔다.
그 해, 내 언 마음에 노란 오줌 갈겨 싸
꽁꽁 언 마음 질질 녹게 만든 네가
시장 가는 길에 활짝 피고,
꽃집 커다란 바케스에 수북이 꽂힌다.
회색 하늘 무겁게 내려앉은 앞 산에
갑자기 노란빛이 터지면
이제, 네가 온 줄 안다.
그렇게 덥석 왔다가, 와락 사라질 너.
너 때문에 용서했다는 말은
샛노란 거짓말.
용서라니.
누가, 누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