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나의 기업가 정신과 창업 업종 선정 기준에 맞는 이유
Y가 창업을 제안해 주었을 때, 제안해 준 업종은 '건강기능식품' 또는 '건강식품'이었다.
Y의 제안을 듣고, 바로 '그러자'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Y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했지만, 그와 함께, 제안해 준 업종이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기업가 정신과 창업업종에 잘 어울린다는 판단도 중요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나와 가족들에게 당당한 업종'이다.
제약회사를 20여 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 병을 앓고 나면, 아무리 완치가 되었어도, 몸이 예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 큰 병을 치료하는 동안,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이 고통의 끝이 완치라면, 그나마 다행이나, 가슴 아프게도, 고통의 끝이 안 좋은 경우도 많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어도, 큰 병에 걸리는 순간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은 바로, 여기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식약처 인증받았다는 것은, 특정 증상에 효능이 있음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의약품보다는 학술적 근거자료가 약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많은 의약품들도 조상으로부터 내려 오는, 소위말하는 민간요법에 사용된 어떤 약제를 연구하여, 그 효과를 보여주는 성분만을 뽑아내서 만든 것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파클리탁셀이라는 항암제는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약물이다. 이 항암제는 한 때,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이었고, 지금도 다양한 암종의 환자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식물에서 유효한 성분을 뽑아내 약물로 만든 좋은 예이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은 분명히 '해당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효과를 얻기위해 도움이 되는 성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기능식품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건강을 지키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이는 사람들에게 무척 의미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평균수명이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그냥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 아이가, '아빠는 무슨 일을 해?'라고 묻는다면,
'아빠는 사람들이 평소에 먹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영양제)을 연구하고 만드는 일을 해'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건강기능식품(또는 건강식품)은 가격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많은 제조업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초저가의 경쟁품을 상대하고 있다. 중국산 각종 공산품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 혹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해 구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초저가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건강기능식품은 중국산과 같은 초저가의 제품들은 현재도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국내에서 제조한다면, 가격이 아닌,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가지고 시장에서 승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로는,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단골고객을 만들 수 있고, 단골고객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최저가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단골고객을 온라인으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난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골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이 '단골고객'을 온라인에서 만들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혹은 제품에 대한 신뢰'이다. 말로는 쉽지만, 어떤 제품이라도, 최저가 검색서비스가 제공되는 온라인세상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다를 수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지만, 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고객들이 생기면, 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채널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러한 차별적인 채널을 통해서, 고객별 맞춤 서비스도 가능할 수 있다. 즉,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단골고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네 번째로는, 간접적으로, 제조업 기반의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다.
처음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시작하는 소상공인으로서는 직접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품설계를 한 후, 위탁제조(혹은 위탁개발) 업체와 계약하여, 위탁 생산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다.
다섯 번째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경쟁력이 먹힐 수 있는 분야일 것 같다.
제약회사 영업마케팅을 20여 년간 덕분에, 건강이나 의학 관련 논문을 읽고, 분석하는 것에는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설계를 잘하는 일이다. 이는 각종 논문을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이다. 각종 논문을 통해, 과학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이를 정확히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산업 중 하나가, 건강기능식품 산업일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가짜 노동이 없는 이상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
내가 읽은 경영 관련도서 중, 내가 회사생활하면서, 느낀 많은 문제점에 대한 답을 농축해서 알려준 책이.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은 '가짜 노동'이라는 책이었다. 기업활동의 목표인 '생산(여기에서 생산은 재화,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모두 의미한다.)'에 기여하는 사람보다,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더 높은 자리(?)에 앉게 되고, 심지어 이런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주는 책이었다. 연극을 하는데, 무대 위의 배우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데, 무대 뒤의 스텝과 기획자의 숫자는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까.
Y와 창업하는 건강기능식품회사는 이러한 큰 회사의 모순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관리감독감시하지 않아도, 각자 해야 하는 일을 알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직접적으로 회사의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일만 해도 되는 조직. 나와 Y가 꿈꾸어왔던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의 이유면, 건강기능식품회사를 창업 업종으로 선정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는 것 같다.
그래, 이제 진짜 창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