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 LA TENGO May 25. 2016

15박 16일 엄마와 유럽 여행

1) 준비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큰 계기는, 휴직 후에 내가 느끼는 일상에 대한 기록을 위함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휴직계 제출 후 1주일도 안되 출발한 엄마와의 유럽여행 때문이었다.


분명 내 기억력은 좋지 않으니, 언젠간 가장 좋았던 기억과 싫었던 기억만 편협하게 남아버릴까봐...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여행의 기억이 흐릿해졌을 때, 앨범을 꺼내 보듯이 브런치를 야금야금 꺼내보면 재미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휴직을 한참 고민할 때즈음, 남편이 말했다. 

"휴직하면, 장모님이랑 여행이라도 좀 다녀와요"

내맘을 어찌 알았을까, 남편은 내가 꺼내지 못한 고마운 말을 먼저해주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냉큼, 휴직을 하자마자 보름 넘게 떠나버릴 줄은 남편은 생각도 못했을 것 같다. 


엄마도 언제부턴가 유럽은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티비에서 나오는 꽃보다 시리즈를 유심히 보시고, 친척들 여행 얘기를 하시는 걸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엄마와 단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무언가 남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계산에 의하면) 모든 타이밍이 절묘했다.

- 아이가 없는 홀가분한 상황 (내 짐 엄마 짐만 싸면 됨)
- 아직은 걷는데 무리가 없는 엄마의 건강 (60대 초반이면 배낭여행은 거뜬하지)
- 엄마가 떠날 때 마음쓰일만큼 일가친척 중에 건강이 위중한 사람이 없음 (외할머니 포함)


이에 나는 휴직계획서를 받아오면서부터, 후임자들에게 인수인계를 해줌과 동시에, 

회사 책상에 앉아 유럽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설레이는 일인가! 비휴가 시즌의 유럽이라니!!

아직 한번도 안가본 스페인도 가고싶고, 북유럽도 가고싶고...


그렇지만 우리 여행 동지 중엔 남자는 없고, 여자만 둘.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설레임과 동시에 책임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익숙하고 치안이 나쁘지 않은 곳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초반엔, 스페인 일주에서 시작했던 계획은 수정-수정을 거듭하여, 

나에게 친숙한 곳 중심으로,

엄마에게 유럽의 다양한 도시를 맛보게 하는 여정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여정 고민은 인텐시브하게 3일,

비행기표 예약, 이동시 항공편 및 열차편 예약, 숙소예약, 렌트카 예약, 현지 투어 예약은

1일 반만에 모두 끝났다. 


나란 여자의, 폭풍 추진력이란...

삼성에서 남은 건 추진력과 비행기 마일리지 뿐이었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에겐 어려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