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로또만큼 힘든 인연
나의 나이는 올해 만으로 34세이다. 결혼 6년 차.
결혼도 아주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2011년 20대 후반 여성들이 대부분 결혼을 할 때 즈음에 했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도 우리 둘만의 즐거운 신혼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결혼하고 애 낳으면 부부만의 시간은 없어진대, 그러니 우리는 2-3년 정도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자'며 데이트하며 여행하며 알콩달콩 둘이 노는 재미에 푹 빠져 결혼생활을 누렸다.
그리고 어느덧 내가 입사 8년 차가 되었을 때는(결혼 4년 차), 과장 승격 케이스로 우선은 과장이 되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과장이 되고 나서는 그 직급에 걸맞은 업무와 프로젝트를 받게 되었고, 또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사이트 고치느라, 보고서 쓰느라 모니터만 보고 책상에 고개만 처박고 살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나를 제외하곤 학교 동창이건 입사동기들이건 1년 정도의 누락은 감수하며 육아휴직 중이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입원과 항암치료가 잦아지고 나서야, 우리 부모님에게 손주를 안겨드리는 일도 하나의 효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언젠가 태어날 나의 자식에게도 외할아버지와의 사진 한장은 기억하지 못해도,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마음은 간절해졌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련의 목표들을 이루고 나서야, 지금 아니면 안 될 일,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늘 건강하나만은 자신만만하던 우리 부부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난임부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한약과 양약 그리고 유명하다는 명의와 첨단 기술을 동원해도 쉽지 않음을 깨닫고 나서야, 부모와 자식의 인연도 로또만큼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 남들에게는 사고/속도위반으로 포장되었던 그 인연들도 로또만큼 어려운 인연에 의한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뒤처지지 않고 남들 승진할 때 승진하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회사에서 지새웠던 밤들...
커리어우먼으로써 바꿀 수 없는 경험들이자 이력들이다. 그래서인지 고맙게도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꽤 많이 들어온다. 지난 몇 년 내가 다른 중요한 것과 바꾼 이력에 대한 보상, 나에 대한 신뢰에 감사할 뿐이다.하지만 지금의 고마운 기회도 밀린 숙제가 있는 현재, 잡기가 어렵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기회와 인연도 어려웠겠지...참 생각이 많은 날들이다.
아무튼 남들에겐 쉬워보여도 나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휴직을 했다.
이번엔 가족을 만들어가는 일, 얼마나 소중하고 예쁜 인연이 오려고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