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벌써 다 했나?"

김장 날, 엇갈린 엄마와 딸의 시계

by 모송 정현숙

오늘은 김장하는 날

직장 때문에 토요일을 택했다.

혹시 남편이 도와 줄지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매번 기대는 엇나갔지만

(김치통은 김치냉장고에 넣어줬다.)


김장한다는 사진을 본 딸들의 반응


첫째: "우리도 내일 김장해요.

같은 날 하네. 쉽게 하세요.

우리 김장은 오늘 산으로

갈지도 몰라요."


큰딸은 김장을 처음 시도 해본다.

잘하리라 믿는다.

매사에 잘해왔으니까.


둘째:"토요일 내려갈게요.

기다리세요.밤에 하지 말고

엄마 성질 급해서 밤에 또

할라."


나는 식구들이 자는 사이에 김장을 끝낸다. 두고 못 있는다.

혼자 하는 게 속 편하다.


셋째:"내 노는 날 맞춰서 하면

될 텐데 왜 벌써 한다고

난리예요?성질도

진짜 급하다."


내가 네가 언제 노는지 어떻게 아냐고


대구 사는 둘째가 토요일이라

엄마를 도우러 온다고 했다.

애들도 엄마가 나이가 들어 일하는 게 신경 쓰이는 것 같다.


그런데 11시가 넘어도 온다는 소식이 없다.

테이블 위에는 배추와 양념으로 정신없는데


기다림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더 이상 못 기다리고 시이~~ 작.

김장 끝나고 둘째 가져갈 김치만 남겨두고 청소~끝



"엄마 벌써 다했나?

점심 먹고 시작하면 딱 되겠다 싶었는데.."


나는 조용히 막 담은 김치와 수육을

썰어 내놓았다.

"먹고 놀다가 가"


성질이 급해서가 아니라
장사 끝내고 밤새워 김장하는 게 몸에 베여 있어서 그래.


전에는 100 포기도 낮에 장사하고 밤에 혼자서 다했는데

씻어오는 배추에 그것도 20 포기

껌이다 껌


김장은 음식이 아니라 세대 간 시간표가 서로 어긋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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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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