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을 선언하다
유치원 다니던 막둥이가
어느 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나 결혼시켜줘.”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나이에 결혼이라니.
나는 웃음을 참고 물었다.
“밥은 우짤라꼬?”
“쌀 씻어서 물 넣고
밥통 단추 누르면 되지.”
작은 손이
허공에서 밥통을 누른다.
“그래, 밥은 그렇고 반찬은?”
“계란후라이하고
시금치 나물.”
“시금치 어떻게 무치노?”
“참기름에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분명
내가 하는 걸
곁눈질로 본 것이다.
내가 또 물었다.
“시장에서 시금치 사오면
흙도 많다.
그건 어쩔래?”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나
묵도리 식당으로 일보내줘.
시금치 나물 배우게.”
나는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게
당장이라도 시집갈 것처럼 굴던 아이가
이제 마흔이 다 되어
비혼을 선언했다.
가끔 생각한다.
아,
그때 그냥
결혼을 시켜버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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