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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Aug 18. 2023

'대세에 지장 없다'는 말이 주는 힘

뜻밖의 위로와 힘이 되는 말  

병원 예약이 있는 날,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시간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섰다.

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서둘렀어야 했는지 병원에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항상 대기 환자들이 많아 예약 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곤 했다. 그날도 '더 일찍 나올 걸'하는 후회와 함께 진료를 대기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0분가량 흐른 후, 내 이름이 불렸고 곧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늦어서 죄송해요."


나는 예약 시간보다 늦어 혹시나 다른 환자분들에게 피해가 되었을까봐 의사 선생님께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미안한 표정을 한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00 씨, 괜찮아요. 대세에 지장 없어요.

간혹 늦게 오신 환자분들께서 선생님 지하철, 버스를 놓쳐서 늦었어요. 라며 죄송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안 그러셔도 돼요. 대세에 큰 지장 없으니 괜찮습니다."


그 말을 하시는 의사 선생님은 마치 숙련된 장인처럼 능숙해 보였다. 이 정도 시간 오차는 본인이 진료하면서 충분히 '매니지' 할 수 있는 듯한 뉘앙스를 주었다. 사소한 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건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듯.


그날 의사 선생님은 여느 때와 같이 세심하게 진료를 봐주셨다. 그녀는 환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무슨 처방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떠나 타인에 대한 친절한 배려를 상대방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끌림이 있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여유와 태도였다.



병원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주로 뭔가를 지나치게 오래 생각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적이 많진 않았는지.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걱정은 대부분 일어난 일도 아니거니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말. 바로 그런 걱정과 고민을 잠재우고 그 시간에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영향을 준다.


나의 작은 실수 앞에서 누군가가 이런 것쯤은 아무 문제 안 생긴다고, 대세에 지장 없다고 말해준 덕분에 나는 뜻밖의 위로와 힘을 얻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정도는 대세에 지장 없어"라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말을 할 수 있으려면 '대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말에는 조용한 자신감이 있다. 네가 말한 그 문제,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큰 그림 안에서 그건 아주 작은 부분이고,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야. 그 정도는 인지하고 있고, 여차하면 책임도 지겠다는 말.



사물과 현상을 바라볼 때 숲을 보는 사람과 나무를 보는 사람이 있다. 나는 숲을 보는 사람 쪽이다. 전체적인 틀과 구조를 바라보다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디테일을 놓치곤 한다. 큰 부분을 먼저 파악하려다 보니 오히려 작은 오차를 파악하지 못하고 실수할 때가 있다.


어떤 일에나 작은 암초는 있기 마련. 마주친 작은 암초를 보고 고민에 빠진 사람에게 차분하게 "괜찮아, 대세에 큰 지장 없어."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든든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때, 나는 그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된다.


작은 실수, 작은 오차, 위험 요인들을 모두 끌어와 세심하게 고려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때론 우직하게 멀리 보면서 큰 목표 지점에 점을 찍고 "괜찮아, 대세에 지장 없어!"라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이건 회사 생활에서나 어떤 일을 할 때에도 꽤나 쓸모 있는 자세다.






어차피 대세에는 지장 없다.


이렇게 말하다 보면 사실 정말로 '대세'에 큰 지장이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살아가는 데 있어 '대세'란 뭘까? 적어도 나에겐 평범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 일어난 이 일이 그 '대세'에 큰 스크래치를 낼 일인가? 일주일 후에도, 한 달 후에도, 내년 이맘때에도 걱정스럽거나 마음이 쓰일 일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괜찮아, 작은 실수는 생길 수 있다고, 그 실수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 대세엔 큰 지장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가자.



어떤 일로 유난히 지치는 날이면, 스스로에게 가만히 속으로 말해주자.

- 괜찮아, 대세에 지장 없어.


그리고 나선, 진짜 중요한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하자.

그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


앞이 꽉 막힌 것처럼 느껴지는 날,

누군가가 나에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말이기도 하다.

작은 결점, 실수로 힘들어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쿨하게,  멋진 척하며 이 말을 건네보자.



괜찮아, 대세에 지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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