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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Sep 03. 2023

스타트업이라고 다 같지 않다. (feat. 경험담)

스타트업 근무일지 #2 

나는 두 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정확히 말하면 첫 번째 스타트업을 퇴사 후, 현재는 두 번째 스타트업에 재직한지 열흘이 지났다. 다소 짧은 기간이지만 둘 다 스타트업이라도 확연히 느껴지는 차이점이 있었기에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처음 경험한 스타트업은 시리즈 A까지 투자받은 IT 교육업계 스타트업이었다. 스스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교육을 통해 가치를 제공하고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사실 처음부터 교육 도메인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직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앞으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보여 입사하게 된 케이스이다. 


그렇게 내가 원하던 스타트업에 PM으로 일하게 되었다. PM이란 Product Manager로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다. 즉, 시장에서 차별적인 제품을 개발, 론칭 과정을 리딩하여 고객의 페인 포인트와 니즈를 해소하며, 사업 기회를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첫 스타트업에서 PM으로서 했던 업무는 성인 대상 신규 교육 프로덕트를 만들고, 기존 프로덕트를 개선하여 사업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이었다. JD를 요약하자면 '제품 기획과 전략 수립 및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PM 업무와의 차이점은 개발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았기에 개발자와의 협업은 업무 밖의 일이었고 고객의 니즈와 사업적 니즈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근무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내가 고객의 니즈를 발견해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어 보고 싶다거나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즉시 실행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실험과 개선을 통해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한정된 리소스로 보다 큰 사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의사결정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반면, PM 업무의 특성상 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팀 내, 그리고 유관부서와 협업해야 할 일이 꽤나 잦은 편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리소스 낭비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매끄러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는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하기에 평소 업무를 할 때 협업 역량을 기르는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을 듯하다.






현재 재직 중인 두 번째 스타트업은 AI 기술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음식물 쓰레기 저감으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목표를 가진 푸드 테크 기업이다. 식당 이용자들의 배식량, 섭취량, 잔반량 등을 측정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음식 소비량을 예측해 다음에 준비해야 할 적정 음식량을 계산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AI를 활용해 식습관을 분석하고 음식 수요를 예측하면 최대 50%까지 식자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줄어든 비용을 음식의 품질 향상에 투입하면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우리 식생활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곳에서 나는 서비스 운영과 데이터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식약처와 한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향후 확장 추진할 B2B 사업 모델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기술이나 헬스케어 솔루션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통한 사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나니 두 회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확연히 느껴졌다. 



1. 조직 문화


보통 스타트업은 자율적인 업무 환경에서 빠른 성장을 위해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경험한 두 곳의 스타트업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동일했다. 직급의 구분 없이 '님' 호칭을 사용했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미묘한 차이는 존재했는데, 첫 스타트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금 더 '조직지향적'이고 '대기업'스러운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실제 대기업이 가진 다소 수직적이고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느낌은 아니었으나, 중간 관리자 혹은 리드급 직원들이 대기업에서 이직해 스타트업에 합류한 경우 그 직원들이 대개 일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는 스타트업에 비해 안정적이고 분업화된 환경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직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리드급의 의사결정이 조직 구조나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직원 수도 200명이 넘는, 스타트업 치고는 큰 규모였기에 직급 아닌 직급이 구분되어 있었고 표면적으로는 수평적이라고 하나 결국엔 시달되는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 부분은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나라에 있는 어떤 조직에서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전 회사는 재택근무 완전 자율, 현 회사는 100% 오프라인 출근 형태였다. 전 전회사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은 재택근무가 가능은 하나 사무실 출근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2. 회사 내 분위기


이 또한 두 곳 모두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롭고 에너제틱한 분위기가 존재했다. 많은 직원들이 20-30대의 젊은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었고 개인의 의견과 추진하려는 업무 방향성을 많이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 서 느낀 차이점을 얘기해 보자면 첫 번째 스타트업은 조금 더 구성원 간 친밀도가 높았고, 팀 내 결속력이 더 컸었다. 반면, 현재 회사는 같은 팀이더라도 개인 간 지키는 선이 분명한 느낌이었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이 비즈니스 매너와 친밀한 사이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균형 있게 잘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팀 내 결속력을 너무 키우는 것보다 비즈니스를 위해 모인 집단인 만큼 적당한 선을 지키며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두 회사 모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반복된 실험과 개선으로 빠른 성장을 위해 잦은 회의가 있었고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라 생각된다. 업무 강도는 직무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스타트업은 현상 '유지'가 아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성과가 바로 회사의 성장으로 직결된다. 그러한 특성을 보았을 때 높은 업무 강도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인 것 같다. 그만큼 자기 계발에 열정적이고 실력 있는 동료들을 만날 기회도 많으니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업무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



3. 서비스 제공 형태에 따른 직무 유무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채널은 회사마다 모두 다르다. 어떤 회사는 앱 서비스만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어떤 회사는 앱과 웹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이처럼 서비스를 전달하는 형태에 따라 개발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의 존재 유무도 다를 수 있다. 


첫 회사는 웹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했었기에 전사 엔지니어링팀이 존재했고 해당 팀 내 엔지니어들이 소속되어 일하는 형태였다. 그래서 각 사업팀 PM들이 프로덕트 구현을 위해 개발자와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 회사의 경우도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각 팀 내 개발자가 존재하여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협업이 필요한 일이 많았다. 좀 더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졌고 구현할 결과물에 대한 의견 합치를 이루는 게 더 용이했다. 제품의 성장 단계와 고객 채널 접점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직무와 조직 체계는 달라지게 되어있다고 본다. 경험상 변화된 조직 체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는 직접 실행해보지 않는 이상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두 스타트업의 근무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 간에도 여러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직접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기에 외부인으로서는 파악하기 힘들다. 입사한 기업이 자신이 기대했던 조직 문화와 체계, 업무 특성을 갖추고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스타트업 취업을 준비하는, 혹은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를 갖고 지원을 하기보다는 진짜로 자신이 일하고 싶은 업계와 직무를 파악한 뒤에 해당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선택해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은 없고, 어떤 것을 선택하고 포기할지를 명확히 한 후에 입사한다면 입사 전, 후의 기대치의 간극으로 오는 아쉬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취업과 이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이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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