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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Oct 04. 2023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시절 인연'에 대하여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저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저 친구도 나를 소중히 생각할까?'

'직장에서 만난 동료나 선후배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나는 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속상하다'


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사람 관계에 대한 고민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답은 멀어져 갔고 모든 사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 속절없이 쌓여 갔다.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대부분의 고민과 번뇌는 상대에게 급부를 기대하고 사람을 사귄 내 욕심과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서로 다투기도 하고, 웃고, 울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거나 다른 사람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키워왔다. 그동안 나의 경험을 통해서 느낀 진정한 인간관계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는 한결같이 제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이들에게는 마음만큼은 내주어도 될 사람들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내어준 마음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 나의 부족함과 때론 이기적인 마음이 고개를 내밀고 못난 행동을 할 때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품어주는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둘째는 '친하다'는 기준이 변하면서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도 하는 시절 인연이다. 살다 보면 '친한 친구'의 기준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때가 온다. 그건 나도 상대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제자리에 있어도 내가 변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 사실에 서운해할 것도 없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가치관이 바뀌는 것뿐이니까. 이는 좀 더 자기다움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린 평생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친한 친구가 이제는 '시절 인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순간, 마음속 어딘가 공허함과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 다닐 땐 같은 생활 반경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막연하게나마 미래에 대한 비슷한 꿈을 꾸며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견고한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주거와 업무 환경이 달라지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며 가치관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해진다는 점에서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방식으로, 내 친구는 내 친구의 방식대로 달라지고 성장하고 있음을 온전히 피부로 느끼는 일은 아직은 나에게 조금 버거운 일로 느껴진다. 언제까지나 평행선일 것이라 생각했는데(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각도가 벌어지겠구나 하는 것을 예감할 때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담담하게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맞는 거리를 다시 조정해 나가기에는 나는 아직 미성숙한 어른인가 보다. 


물론 각이 벌어지는 사이가 있는가 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기하게도 비슷한 온도를 가진 사람을 서로 알아보고 점차 가까워지는 관계도 존재한다. 직장의 동료가 될 수도 있고, 직장 외 모임의 멤버가 될 수도 있고, 원래 친하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나와 결이 비슷해져 있는 옛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새로운 시절 인연을 만들고 지워 가며 그 인연들 속에서 또 서로 위로와 공감을, 응원과 힘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아프고 깨달으며 삶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가나 보다.






조건 없이 존재만으로 효용성을 입증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뜨거운 열의와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부모님 뿐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아닌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때로 실망하고 아쉬워하고 사람을 미워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이 싫다'라며 모든 종류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권태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직 정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 말을 하기 두렵지만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종종 사람을 과대평가했고, 그 결과 기대치가 어긋나 실망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불완전하다.


인간의 삶은 겸손, 감사, 행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좌절과 결핍, 불안의 비중이 오히려 더 크다. 내가 불완전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나의 마음대로 그 사람을 챙겨줄 자유가 있고, 그 사람 또한 자신의 자유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다. 욕심 없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특히, 좀 더 내밀한 감정을 공유하는 연인은 비난 대상이 되기 쉬운 존재가 되었다. 늘 그릇된 욕심과 기대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이상화시켰기 때문이다. 연애는, 연인은 이라면서 스스로 과한 의미를 부여하고 기대와 어긋난다며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나를 바라본다. 과거의 나는 급부 없이 사람을 사귀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내 욕심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람 그 자체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부터도 그렇다.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에 대한 괴로움만 늘릴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모든 행운과 행복은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자.

긍정적인 자세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자. 그럴 수 있다면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고통을 조금 덜고, 더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이 주는 축복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시키지 않으면 축복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_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 휴렉 패커드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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