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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Jul 09. 2017

아날로그 문화가 그리운 이유

[칼럼] 2008.7.25

본 글은 2008년 7월 25일에 썼던 글이라, 본문에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일부 담겨있습니다.



아날로그 문화가 그리운 이유


최근 연예계의 핫 이슈는 톱스타 권상우와 손태영의 결혼소식이었다. 누구도 예상못한 깜짝 발표라서 그런지 뜨거운 찬반양론이 일고있는 가운데, 이들의 러브스토리 중 특별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들의 교제 '방법'이었다.  


당사자들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연애를 할 때 서로가 '러브레터'를 써서 주고 받았다고 한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서 보내는 이메일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말이다. 그것도 자주.


연인끼리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새삼 관심이 갔던 이유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가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연애를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DMB, USB, 네비게이션, 디카(디지털카메라)…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이들 제품/시스템들은 이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이 생겨난 건 불과 몇 십 년 전이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우리의 생활양식은 너무도 달라졌다. 봉화를 피워 연락하고 펜대를 들어 편지를 쓰는 등의 천년 넘게 지속되던 아날로그적 생활방식은 ‘디지털’ 문명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그 왕좌를 빼앗겨 버렸다. 


이제는, 차마 전할 용기가 없어 친구가 대신 전해주던 ‘손수 쓴 편지’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필름이 어떻게 현상될까 궁금해하다가 막상 나온 사진을 보고 실망하던 시절도 사라졌다. 약도를 들고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면서 운전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 자리를 차지한, 이메일, 디카, 네비게이션 등의 디지털 문명들은 확실히 인간의 시행착오와 시간낭비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편리하다. ‘디지털 문명’의 확실한 KO승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조금은 불편했어도 아날로그 문화가 왕성하던 시절이 그립다. 비록 CD처럼 깔끔한 음색은 아니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주던 LP의 음색이 그립고, LP에 금이 갈 까봐 애지중지하면서 천으로 닦아대던 정성이 그립다. 키보드만 치면 찾을 수 있는 인터넷의 엄청난 정보량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무거운 책을 들고 밤새 씨름하며 정보를 찾았을 때의 보람은 결코 디지털 세상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때문에 ‘디지털’로 대변되는 편리함과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감성 중 고르라고 한다면, 솔직히 아날로그의 감성을 고르고 싶어진다. 디지털 문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펜으로 쓴 편지를 받는 것과 온라인 메일로 받을 때의 느낌은 천지차이다. 온라인 메일은 내용을 전달하지만, 손으로 쓴 편지는 ‘감동’을 준다. 글씨체가 예쁘지도 않고 틀린 글자를 지우지 못했어도 손수 쓴 편지가 감동이 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음을 나누는 ‘아날로그 문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아웃이나 서버의 다운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서로간의 관계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아날로그 문화다. 


디지털 문명의 기술적 혜택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날로그 문화가 전해주던 감성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느리고 답답해도 아날로그 문화는 편안하다. 다행히도, 아날로그 문화의 그 편안한 감성은 작은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묵혀두었던 아날로그 문화의 방식을 잠시 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 당장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주면 어떨까.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가 아닌, 직접 손으로 쓴 아날로그 ‘편지’를.



2008.7.25

외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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