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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Mar 27. 2021

기업 경영 혁신을 위한 15가지 전략적 고려사항

후지필름의 '경영 혁신' 사례를 보면서

본 글은 2019년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입니다. (페이스북 원문 보기)

당시 이전 직장에서 사업 전략을 맡고 있어서 기업 자료를 보면 사업 전략 방향으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도 회사 상장을 준비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는 있는데, 그렇다보니 예전 글을 보다가 저장만 하고 미처 공유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해서 뒤늦게 발행합니다. 페북에 급히 쓴 글이라 정제되진 않았지만, 전략적 측면과 조직적 측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생각할 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네요. 가볍게 읽어주세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후지필름 CEO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의 인터뷰.

(후지필름 고모리 시게타카 CEO 겸 회장 단독 인터뷰: “경영에 비밀 없어…‘실패하면 죽는다’ 각오로 나설 뿐”)


필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코닥은 파산했지만, 후지필름은 아날로그 필름 시장이 거의 사라진 2010년대 이후 오히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2010년대 들어 후지필름의 핵심 비즈니스가 헬스케어, 바이오, 화장품, 제약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조선, 2019.10.28, ([SPECIAL REPORT] 반드시 살아남는 기업경영의 비결…후지필름 탐구)


과거 필름 시장에서 절대강자 '코닥'을 위협하며 '파괴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룬 바가 있긴 했지만, 필름 시장이 죽은 현재, 메인 비즈니스가 기존 필름 사업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업으로 오히려 역대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니!  전 세계적으로 워낙 드문 사례라, 후지필름 사례는 강력하게 각인이 되어 버렸다.

(참고: "파괴적 혁신" 관련 글은 여기로 --> MCN이 미디어 산업에 가져온 파괴적 혁신 )



한 때 라이벌이었던 '코닥' vs. '후지'


주력 비즈니스를 전환시키고 그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 그런에 그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속 높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대체 후지필름보다 앞서 이들 시장에 진출했던 타사들은 어째서 후발주자인 후지필름에게 시장 점유율을 계속 뺏기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인터뷰에서 시게타가 회장은 현 비즈니스와 필름과의 연계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사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 가깝게 읽히니 패스하기로 하자).

사실 '미디어/콘텐츠' 시장만큼 보수적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시장도 드물다. 다른 산업군에 있는 사람들은 얼핏 보이는 방송 또는 미디어라는 단어에서 화려함과 트렌디함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그 어떤 산업보다 변화에 무감각하고, 변화대응 속도도 느리며, 변화에 대한 의지도 낮다. 이건 어느 개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업계의 특성이다. 그냥 이 업계가 그렇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변화 대응에 늦고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인식조차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간혹 몇몇 개인 또는 어떤 조직의 일부가 이 시장의 흐름을 보며 새로운 비전과 사업다각화를 꿈꾸더라도 "제약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는 1) 변화를 제시하는 주체의 얕은 인사이트나 과장 또는 오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2) 변화 제시자의 의견을 기존 조직이 수용할 의지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3) (양쪽 모두 적극적인 변화의 의지가 있더라도) 그 샘플을 미디어/콘텐츠 시장 내에서만으로 한정한데서 오는 근원적 한계 때문일 수 있다.

특히 이 세번째의 오류는 99%의 업계 종사자들이 범하는 오류이다. 좁은 한국시장, 그 중에서도 일반 제조업에 비해 더없이 적은 콘텐츠 시장에서, 더구나 방송/영상 콘텐츠 시장은 더더욱 마이너한데다 보수적 마인드가 만연한 시장에서, 비즈니스 혁신 샘플을 찾아봤자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레거시(과거의 유산)라고 불리기까지하는 기존 미디어의 경우, 스타트업의 움직임을 보며 시장을 본다고 하지만,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경험과 위기대응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헛발질할 때가 더 많다. (물론 이런 실패들이 시장 전체로는 엄청난 자산이 되기 때문에 분명 가치와 의미는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금상황이 좀 더 낳은 레거시 미디어는 사업다각화 또는 신규사업에 대한 간절함은 있을지라도 앞장서서 그것을 진두지휘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



얼핏 볼때 방송보다 더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아날로그 필름 기업이, 헬스케어, 화장품, 제약, 바이오 등의 4차 산업 비즈니스 시장으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욱이 그 이후로 회사 매출이 고공행진하면서 더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면 말이다.


미디어/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진지하게 자문해보자. 아니, 비단 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앞둔 상황이라면 같이 고민해봐도 좋을 듯 하다.


1. 필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코닥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2. 무엇이 코닥의 파산을 이끌었고, 무엇이 2인자였던 후지를 4차 산업의 선도기업으로 만들었을까?

3. 변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조직 전체가 동의하고 있는가? 조직 구성원들의 관심과 지지, 이해 수준은 비슷한가?

4.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조직은 신규사업을 위한 '후지필름'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가? 또는 공유할 의지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5. 현재(right now) 시장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느 기업들을 모델로 삼고 있는가?  

6. 새로운 비즈니스를 실행하기에 앞서, 기존의 실적, 경험, 역량, 노하우 등 비즈니스 관련 모든 것을 내부 데이터로 잘 정리해두었는가?

7.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거나 미래를 위해 신사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신사업으로 보고 있는가?
    선택한 신규 비즈니스가 기존의 비즈니스, 조직 역량, 기업/제품/서비스 브랜드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가?
    혹은 기업의 비즈니스 확장 또는 전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그려지는가?

8. 추진하려는 신규 사업의 '향후 전망'은 좋은가? '객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는가?
    혹시 신규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 시장조차 사실은 이미 축소되거나 퇴보 중인 사업은 아닌가?

9. (전망이 좋다고 판단했다면) 그 신사업에 대해 전사적 지지와 실제적 투자 의지가 있는가?
     구체적인 투자 수단 및 실행 전략은 무엇인가?

10. 신규 사업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유한 핵심 역량 (물리적/조직적/인적 자산)과 경쟁우위 요소들을 반영했는가?

11.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은 충분한 공감대와 의지를 보이고 있는가?

12. 조직과 개인은 실제적으로 어떤 실행을 하고 있는가?  자본, 인력, 인프라를 각각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13. 변화에 대한 조직적, 전략적 대응과 실행 방안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것인가?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빠른 의사결정과 정성/정량 평가 근거에 따른 합리적 판단 기준을 마련해 두었는가?

14. 신사업이 수익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까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캐시플로우 모델이 있는가?
      최소 1,3,5년 등 중/단기 비즈니스 계획을 "합리적 숫자"로 표기할 수 있는가? 혹시 외부 투자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는가?

15. 나는 비전 제시자인가 또는 변화 거부자인가? 또는 무관심자인가?



ICT 시대가 되면서 경계가 다 허물어지고 있는 마당에, 디지털을 필수로 여기고 달려든 것은 후지와 코닥 회사 모두 같았다.


그러나 마인드가 달랐고, 시장에 뛰어든 '시기'와 시장흐름을 읽는 속도가 달랐다. 더불어 내부 조직원들의 비전공유와 변화에 대한 이해도, 신규사업 필요성에 대한 관심도와 태도도 달랐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기업사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콘텐츠 업계에 관심이 없다. 다들 '콘텐츠', ''콘텐츠' 한다는 것은 이 산업 종사자들의 착각일 뿐이다. 대중은 분명 무언가를 보지만, 정작 '콘텐츠'라는 말 자체도 이 시장 밖에서는 사용 빈도가 낮다. 콘텐츠는 한국에서 매우 마이너한, 한 줌도 안되는 규모의 시장이다.


따라서 기업혁신과 체질개선을 위한 샘플 추출을 이 시장에서만 보지 말고, 전혀 다른 시장으로 확대해서 다각도로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지처럼, 전혀 다른 BM을 개발하는 시도도 해 볼만하다. 기업의 생존을 넘은 '발전'과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 말이다.

후지의 결단과 노력을 보니 부럽다는 감정부터 들었다. 그 결과물을 보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고. 시장 앞에서 속단과 예측은 금물이지만, 앞으로도 이 기업이 계속 올라갈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후지와 코닥에 대한 전략비교와 인사이트를 다룬 자료들은 많지만, 최고경영자의 인터뷰인만큼 일독을 추천한다. 이왕이면 정독을 강추한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사례다.



#후지필름 #혁신 #사업다각화 #신규사업 #시장생존의비결 #체질개선 #성공사례 #비즈니스전략 #경영전략





P.S. 후지필름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 한 자료입니다.

1.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4&page=1&t_num=13607899
2. https://petapixel.com/2018/10/19/why-kodak-died-and-fujifilm-thrived-a-tale-of-two-film-companies/
3. https://leaderonomics.com/business/kodak-vs-fujifilm-success-failure
4. https://www.economist.com/schumpeter/2012/01/18/sharper-focus
5. https://itm.kaist.ac.kr/wp-content/uploads/2016/04/Fujifilm_case_study_2nddraf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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