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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Feb 25. 2019

MCN이 미디어 산업에 가져온  ‘파괴적 혁신’

1인 미디어가 주류 미디어 시장에 미친 영향과 향후 미디어 시장 전망

본 글은 한국전파진흥원(KCA)의 월간 발행되는 <미디어 이슈 & 트렌드: 트렌드리포트> 2019년 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KCA 버전은 윤문버전이라서 원 글의 문장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본 글의 파일(인쇄물 편집본)은 KCA홈페이지 또는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한국전파진흥원 미디어 이슈 & 트렌드] 전문가 리포트 2019년 2월호


KCA 편집본은 디자인도 예쁘게 되어 있어서 브런치보다 읽기가 수월할 것 같네요.^^





* 본 고에서는 MCN과 1인 미디어를 비슷한 개념으로 바라보았습니다만, ‘비즈니스’ 또는 ‘산업’의 의미에 가까울 때는 MCN , '콘텐츠'의 의미일 때는 ‘1인 미디어'로 사용하였음을 밝혀둡니다.


2019년 1월, 국내 미디어 시장이 출렁였다. 통합방송법 발의, 콘텐츠연합플랫폼(Pooq)과 SKT의 통합 등 굵직한 뉴스가 연달아 발표된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은 원래 시끄러운 곳이지만, 최근 미디어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은 전통미디어들의 다급함 또는 디지털로 대변되는 뉴미디어의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유독 의미심장했다.

본래 소수 시장에 불과했던 1인 미디어 시장은 2010년 이후 급성장해서 이제는 방송을 비롯한 전체 미디어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1인 미디어는 이제 생존의 단계를 넘어, 미디어 업계에서 지속적 성장을 위한 ‘혁신동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크리스텐슨은 일찍이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설명했다. 파괴적 혁신은 단순·저렴·낮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진출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나아가 주류 시장까지 잠식하는 혁신을 뜻한다.  

모든 면에서 방송 콘텐츠에 비교가 되지 않는 1인 미디어 콘텐츠가 미디어 시장의 전체 판도를 바꾸고, 법적으로도 ‘방송’의 영역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기존 미디어 입장에서 볼 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다. 하지만 MCN이 ‘신규시장’과 ‘하위시장’의 파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산업의 활발한 융합과 확장을 이끄는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1. 들어가며


21세기 들어 미디어 산업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미디어였던 ‘TV’(방송)의 위상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여러 층위의 콘텐츠로 무장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프리카TV가 세계 최초로 개인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06년, 유튜브가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를 적용한 것이 2007년이니까, 공고하던 TV 제국의 쇠락은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일어난 셈이다.


한때 ‘주류(main stream) 미디어’로 불리던 TV, 신문, 라디오, 잡지의 ‘4대 매체’ 구도가 붕괴된 것은 이미 닷컴 열풍이 시작되었던 90년대 말부터였지만, TV만큼은 영상매체였던 덕분에 인터넷 시대 이후에도 굳건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로 들어오면서 ‘유튜브’로 대변되는 동영상 플랫폼과 ‘1인 창작자’들의 부상은 미디어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방송업계에 ‘낯선 위기감’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시장의 핵심 소비층인 1030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영상콘텐츠는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 모여있고, 이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역시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 또는 ‘실시간 개인방송 콘텐츠’이다. 반면 TV 이용시간은 전 연령층에서 점차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8년 메조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10대는 약 14%, 20대는 약 17% 정도만 TV를 시청했다. 또한 30대가 2017년 대비 TV를 보지 않는 비율은 76%에 달하는 등 1030세대에게 TV는 더이상 매력적인 미디어가 아니게 되었다(메조미디어, 2018).


자연스럽게 광고시장의 중심축도 디지털로 이동 중에 있다. 모바일과 PC 광고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결과, 2018년에는 드디어 디지털 광고시장(4조 1310억 원)이 방송 광고시장(4조 860억 원)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문제는 디지털과 방송의 광고시장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방송계의 고민이 깊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2019년 디지털 광고 규모를 6.8% 상승한 4조 4100억 원으로, 방송 광고는 4조 150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소정, 2018.11.23.).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업계가 이대로 가다간 5년 뒤, 10년 뒤 방송산업이 끝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영상콘텐츠는 촬영, 편집 등 장비를 활용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에 비해 ‘전문성’과 ‘분업’이 특히 요구된다. 또한 장비가 고가이거나 촬영지가 어디냐에 따라 영상물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등 제작비 이슈도 매우 크다. 객관적으로 볼 때, 1인들의 콘텐츠는 이 모든 면에서 방송 콘텐츠보다 경쟁 우위에서 밀린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의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크리스텐슨(C.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설명한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산업 구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전체 시장 구조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혁신의 방식이다. 크리스텐슨은 이러한 종류의 혁신이 기존 비즈니스 시장에 비해 ‘하위(low-end) 영역’ 또는 ‘신규(new) 영역’, 즉 낮은 수익성과 낮은 품질을 내세운 (새로운) 시장에서 시작되어 후에는 기존 비즈니스 시장을 잠식할 정도로 발전한다는 의미에서 ‘파괴적’이라고 표현하였다.


1인 미디어(MCN:Multi Channel Network) 콘텐츠를 활용한 MCN 비즈니스는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의 성공적 구현에 매우 근접한 비즈니스다. 개별 기업 단위 또는 산업 전체로 볼 때, MCN 산업이 그동안 미디어 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5년 이후 MCN 산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당시만 하더라도 미디어 업계에서조차 낯설었던 MCN이라는 용어가 어느덧 당연하게 수용되기 시작했으며, 영상 크리에이터들의 방송 출연과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들의 1인 크리에이터 데뷔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1인 미디어’ 또는 MCN 콘텐츠가 미디어 산업은 어떻게 파괴적 혁신을 가져왔는가. 구체적 사례와 의의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크리스텐슨이 설명한 ‘파괴적 혁신’의 개념을 살펴보기로 하자.



2. ‘파괴적 혁신’의 개념과 시장 구분에 따른 ‘3가지 혁신 유형’


‘파괴적 혁신’은 ‘파괴적’이라는 용어가 주는 강렬함과 부정적 느낌 때문에, 한때는 저명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양한 논쟁의 과정을 거쳐 크리스텐슨이 2015년 정리한 개념을 보면,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이 발생했다고 명명할 수 있는 것은 다음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할 때이다.


1) 저가 시장(low-end market)에 진입하거나, 또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new market)을 창출하는 경우;  and,

2) 기존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 and,

3) 기존 시장에서 제공되는 것보다 ‘저렴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and,

4) 성능의 단순함, 편리함을 강조한 이용의 편의성, 접근의 편의성을 강조하는 경우


요약하면, ‘파괴적 혁신’ 모델은 핵심 기능만 적용된 심플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탄력성이 높은 고객들에게 가성비 높은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전략이다(Christensen & Raynor, 2003; 2015; King & Baatartogtokh, 2015; Wessel, 2016). 이 혁신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에는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기존 시장과 전혀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가격경쟁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IT 기술과 접목하여 빠르게 품질 개선을 이루고 마침내는 주류시장까지 잠식함으로써 해당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그림 1>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모델  (Christensen, Raynor & Mcdonald, 2015)


이러한 ‘파괴적 혁신’ 이론은 슘페터(1942)를 비롯한 이전의 학자들이 분류했던 ‘기술혁신’ 개념에서 발전되었다(송민정, 2016). 크리스텐슨은 ‘기술혁신’의 두 가지 관점으로 여겨졌던 ‘혁명적 기술’과 ‘진화적 기술’을 각각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으로 발전시켰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파괴적 혁신’은 주로 신규 기업들이 주도하는 반면, ‘존속적 혁신’은 선도 기업들이 주도한다.


‘파괴적 혁신’과 대비되는 개념인 ‘존속적 혁신’은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가는 것을 뜻한다. 신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는데도 기존기업들의 저항이 크지 않은 것은, 기존기업과 신규 기업이 지향하는 혁신의 종류가 다른 데 있다. 기존기업들은 ‘파괴적 혁신 기업’에게 시장의 일부를 내어주어야 하는가의 딜레마 앞에서 대부분 ‘존속적 혁신’, 즉 제품과 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는 대신, 하위시장은 포기하는 선택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때는 ‘존속적 혁신’이 일어나는 주류 시장을 피해,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쉬미트(Schmitt, 2004)는 신규 기업들은 선발기업(기존기업)보다 적은 자본과 인력, 짧은 연혁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상태로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존의 패러다임을 흔드는 ‘과감한 혁신’, 즉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며, 따라서 ‘파괴적 혁신’은 시장 성숙을 평가하는 툴이라고 주장하였다(Macher & Richman, 2004). 쉬미트의 주장을 해석하자면, 후발주자일수록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전략으로 승부하라는 것인데, 동시에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과 심플한 성능과 디자인, 유통구조를 최소화하는 전략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표 1>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의 정의


그렇다면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은 시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에 대해 크리스텐슨은 특성에 따라 시장을 3개로 구분하고, 시장별로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을 적용한 <3가지 혁신 유형>을 제시하였다. 일반적 경쟁이 벌어지는 ‘주류 시장(mainstream, high-end market)’에서 발생하는 ‘존속적 혁신’, ‘하위 시장(low-end market)’을 통한 ‘파괴적 혁신’, 그리고 ‘신규 시장(new market)’을 통한 ‘파괴적 혁신’이 그것이다(Christensen, Raynor, & Mcdonald, 2015).  


‘존속적 혁신’의 경우, 앞서 서술했듯 주로 산업의 주류 시장(mainstream)에서 발생한다. 기업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인력, 자본, 인프라 등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개선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러한 존속적 혁신은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혁신이기 때문에, 평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혁신의 유형이기도 하다.


반면 ‘하위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은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으로 시작해서 빠른 시간 안에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한다. 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의 수용 능력을 넘어선 고기능, 고품질, 고가의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면, 그 반대로 품질은 낮지만, 가격 효용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한 저가 제품들의 수요가 나타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인 것과도 같다(박범진, 2016). 후발기업들의 ‘하위시장 파괴’는 기존기업들이 저가상품 전략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할 경우, 원래 비즈니스 모델에서 올렸던 매출이나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위시장을 포기하는 데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파괴적 혁신기업들이 궁극에는 기존기업들을 이긴 사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기업들이 하위시장에 과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자기잠식을 통한 혁신을 시도하다가 자칫 완전히 자멸해버릴 위험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Christensen, Raynor & Mcdonald, 2015)[1] .


파괴적 혁신의 또 다른 유형이자 세 번째 혁신 유형은 ‘신규시장을 통한 파괴적 혁신’이다. 이 혁신 유형은 ‘비소비자(non-consumer)’ 집단을 ‘소비자(consumer)’집단으로 바꿔서 아예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산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공여부가 특히 중요하다. 세 번째 유형에서의 혁신기업은 시장 전체로 보면 후발기업이지만, 세부 시장 내에서는 선발기업이기 때문에, 모든 불확실성과 초기 생태계 구축을 위한 비용 등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이 성공한다면, 해당 기업은 새롭게 구축한 시장을 선점하는 ‘선발자의 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에 ‘하위시장 파괴’보다 기존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파괴적 혁신 사례는 그동안 다양한 산업군에서 나타났다. 필름 시장에 진입한 디지털카메라나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온라인 유통’으로 진입한 ‘아마존’ 등은 '하위시장'으로 진입해서 주류 시장을 잠식하는 데 성공한 파괴적 혁신 사례다. 반면, 휴대용 카세트 음악 시장을 새롭게 만든 소니의 ‘워크맨’이나 ‘뮤직비디오’라는 신규시장을 통해 음악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MTV’ 채널, 국내 아이돌 음악 시장을 개척한 ‘SM엔터테인먼트’ 등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승부하면서 기존 음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신규시장 파괴’ 기업에 해당한다.


<표 2> 시장에서 나타나는 3가지 혁신 유형.  Christensen & Raynor(2003) 원문을 바탕으로 재구성.


3. MCN이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가져온 ‘파괴적 혁신’


한때는 “MCN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서 들려왔던 시절이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유명 가방 브랜드의 짝퉁(또는 오타)라는 농담이 오고 갈 만큼, MCN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조차 낯선 용어였다. 사업의 개념은 생소했고, ‘멀티채널네트워크(Multi-Channel Network)’라는 풀네임은 비즈니스 모델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학계와 크리에이터 팬들, 공공기관, 광고주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MCN’이 흔하게 언급되고 있다. MCN 업계가 ‘유튜브’, ‘채널’, ‘1인 크리에이터’, ‘UCC’, ‘매니지먼트’, ‘광고수익’ 등 온갖 단어들을 동원해서 주류 미디어 시장에 간신히 의미를 전달하던 시절이 불과 3~5년 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MCN 산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미디어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왔다. MCN(MCN 1.0)은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창작 활동을 전문적으로 관리⋅지원하여 플랫폼에 유통하고, 그 영상에서 발생한 광고수익을 창작자와 배분하는 것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MCN 1.0 비즈니스를 <표 2>의 혁신 유형에 대입하면, 영상 크리에이터들의 디지털 채널을 연결하는 모델이므로 ‘신규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의 특징을 지닌다.


MCN의 ‘C’가 유튜브에 개설한 채널을 의미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이 2007년 도입한 ‘애드센스(adsense)’는 그때까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개인들의 영상(UCC)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애드센스는 오픈 플랫폼에서의 하나의 광고서비스였을 뿐이지만, 잠재적 시장에 불과했던 UCC 시장이 실질적인 MCN 산업으로 발전되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제 모든 기업들에게 유튜브 채널 운영은 필수다. 초기 후발기업들이 1인 창작자들의 채널을 관리하던 생소한 이름의 ‘MCN 비즈니스’는 현재 주류 미디어 시장에서도 ‘온라인 채널 관리’를 위한 필수영역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MCN 산업은 다양한 일반인 스타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파괴적 혁신’을 가져왔다. 이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스타’는 전문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TV를 통해 데뷔하는 것이 정석이었으며, 타인을 압도하는 비주얼과 끼와 재능은 스타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하지만 1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발전과 함께 ‘스타’의 개념은 바뀌고 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1030세대들에게 ‘스타’는 범접불가능한 특별존재가 아니다. 스타는 친근하고, 소통이 가능하며, 자신과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외로움의 정서가 강해진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이용자들과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적극적으로 그들만의 하위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도티’, ‘헤이지니’, ‘박막례 할머니’, ‘대도서관’ 같이 어느덧 대형 스타로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덕분에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제는 TV에 고정 출연하며 유명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브랜드와 협업하여 유통을 책임지거나 광고모델이 되거나, 자신의 이름을 딴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등 우리 사회의 스타로 성장하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MCN 산업이 ‘스타’를 발굴하는 시스템은 ‘하위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이다.


한편, 콘텐츠 측면에서 볼 때, MCN은 ‘하위시장의 파괴적 혁신’과 ‘신규시장의 파괴적 혁신’을 동시에 가져왔다. 초기 UCC(User created contents)라고 불리던 개인들이 만든 영상들은 화질은 물론이고, 컨셉, 촬영, 편집,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비즈니스’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영상들이 최고의 전문가들과 높은 자본력을 가진 방송사의 콘텐츠와 경쟁이 될 리는 만무했다. 그러나 UCC 시장은 영상 창작자 개인의 톡톡 튀는 입담과 시청자와 쌍방소통하는 재미 등을 무기로 방송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B급 재미’를 제공하며 하위시장을 형성해갔다. 여기에 기술발전으로 화질이나 전송속도 등이 빨라지고 창작자들의 노하우도 쌓이면서,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 1번 이상 1인 방송을 시청하는 국내 청소년들은 26.7%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본방사수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1인방송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본방사수’ 시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본방시청의 대상이 TV에서 1인 창작자의 콘텐츠로 옮겨갔을 뿐이다(유진희, 2017), 이는 낮은 품질의 콘텐츠로 하위시장에 진입하여 주류 시장까지 잠식한 전형적인 ‘파괴적 혁신’ 사례이다.  


그런가 하면, MCN 시장에서 뜨는 장르 중 기존 방송시장에서 보지 못했던 ‘먹방’, ‘장난감 놀이’, ‘ASMR’, ‘언박싱(unboxing, 리뷰영상)’, ‘하울(haul)[2] 등의 콘텐츠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 유형에 해당한다. ‘먹방’을 예로 들면, TV에서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1편이 방송되는 동안 먹는 장면이 잠깐 등장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먹는 장면만이 계속되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았다.


ASMR 콘텐츠는 ‘소리’가 강조되는 장르지만, 라디오에서 방송되기는 어렵다. ‘장난감 놀이’나 ‘언박싱’ 콘텐츠는 광고심의에 걸리기 때문에 TV에서는 아예 방송이 불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미디어 기업과 브랜드 기업의 협업을 위해 오히려 더 장려되기도 한다. 정보검색을 유튜브로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리뷰영상’은 그 자체로 콘텐츠이자, 대리만족이며, 구매에 앞서 정보를 습득하는 수단이 되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미디어 커머스’ 비즈니스는 먹방, 뷰티, 언박싱, ASMR, 애완 같은 신규 장르의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콘텐츠의 대부분이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미디어 커머스, 인플루언서 마케팅, PPL, 브랜디드 콘텐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부터 크리에이터(창작자), 그리고 콘텐츠까지 MCN 산업이 미디어 시장에 가져온 '파괴적 혁신'을 층위별로 구분하면 아래 <표 3>과 같이 정리가 가능하다.


<표 3> 미디어 시장에서의 MCN 산업의 ‘파괴적 혁신’ 유형



4. MCN 비즈니스의 흐름과 ‘파괴적 혁신’의 가속화


2019년 1월 현재, 1인 미디어 시장의 전망은 밝다. 갈수록 많은 이들이 크리에이터 세계로 뛰어들고 있으며, 기존 방송에서 1인 크리에이터의 영상 포맷을 차용하거나 크리에이터가 고정출연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개인들이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발생하고 있지만, 미디어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1인들’이 주도해서 미디어 산업의 '하위시장' 및 '전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고, 다수의 개인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펼침으로써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콘텐츠 장르가 탄생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는 물론, MCN 산업이 탄생했던 미국 시장에서조차 MCN 비즈니스 모델을 레거시 미디어 모델에 가깝게 전환을 시도하려고 했었다. 대략적으로 2015년 하반기부터 2017년 중반까지, 미국 MCN 시장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1인 미디어 시장과 ‘매니지먼트 사업자’ 중심의 디지털 스튜디오 시장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 시장의 화두는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 산업이었는데, 특히 미국 MCN 회사들을 인수했던 레거시 미디어사들은 OTT 시장에 대응하는데 있어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 비즈니스는 가망이 없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2016년 말, 월트디즈니가 ‘메이커 스튜디오’를 자사의 디지털 사업부서로 편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상반기에 미국 MCN 기업들이 줄줄이 ‘탈(脫) 크리에이터’ 및 ‘탈(脫) MCN’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유진희, 2018).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2017년 초반까지 시장 분위기는 비슷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튜브 광고수익만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고, 크리에이터 풀(pool)이 많지 않은 내수 규모의 한계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의 회의적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다. 이 시기 우리나라 MCN 시장에서는 수익모델 발굴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시도되면서, 하위시장과 신규시장에서 발생했던 ‘파괴적 혁신’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MCN과 기존 방송시장 간 협업의 증가는 MCN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이 주류 미디어 시장으로 올라오는 계기를 제공했고, 결국에는 MCN 산업이 융복합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2.0 단계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2015년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프리카TV와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필두로(서병기, 2015.6.22.), 2016년에는 국내 대표 MCN 기업인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자사 대표 크리에이터인 <도티x잠뜰>의 콘텐츠를 채널 ‘애니맥스’의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하여 동시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김훈기, 2017.6.30.). 샌드박스의 사례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가 처음으로 PP 채널에 편성되었고, 온라인 플랫폼에 먼저 유통된 콘텐츠인데도 전문 제작사들의 콘텐츠를 황금시간대에 이겼다는 점에서 미디어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기에 키즈 콘텐츠 전문기업인 캐리소프트의 인기 캐릭터인 ‘캐리 언니’도 KBS 어린이프로그램 <TV유치원>의 ‘하나 언니’로 발탁되었다(김양수, 2016.5.23.). 유튜브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공영방송 채널의 유명 어린이프로그램 진행자가 되었다는 것은 미디어 산업에서의 ‘스타’의 기준이 ‘친근함’과 ‘소통능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외에도 비록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2017년 하반기에는 JTBC에서 '크리에이터 오디션'을 선발하는 <워너비(Wannabe)>가 방송되었고, 2018년 중순부터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랜선라이프>가 방송되고 있다. <랜선라이프>의 경우 ‘2019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에서 압도적 표차로 ‘2019년을 이끌어갈 예능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크리에이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중의 관심이 어떠한지를 보여주었다(김나영, 2019.1.9.).  


<표 4> MCN과 방송의 주요 협업 사례.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파괴적 혁신’의 관점에서 ‘최초 시도’한 사례 위주로 나열함.


물론 MCN 시장에서 진행된 모든 파괴적 혁신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크리에이터 전용 채널을 만든 ‘다이아TV’의 PP 채널은 디지털에서 보여준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풀스크린(Full Screen)’ 또한 자체 플랫폼인 OTT 서비스를 1년도 안 돼서 포기하면서 “유료 플랫폼 서비스는 실패했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Spangler 2017.11.13.). 트레져헌터 또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다시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다만 현재의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MCN 시장이 본격적으로 막 시작되던 2013~2015년의 ‘매니지먼트’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는 ‘크리에이터’에게 창작자의 역할만을 요구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두는 추세다. 2017년 이후로, 미디어 시장이 원하는 ‘크리에이터’는 기업과 공동으로 PB상품 개발, 굿즈(Goods) 출시, 오프라인 콘텐츠 기획, 크리에이터의 ID를 활용한 IP 사업 개발 등을 모색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파트너쉽’도 함께 보유한 창작자다.


그에 따라 크리에이터 평가 기준도 과거처럼 단순히 ‘채널 구독자 수’나 ‘영상 창작능력’ 보다는, ‘비즈니스 역량’이나 ‘충성도가 높은 진성 팬 보유 수’, 또는 ‘주력 장르의 사업연계 가능성’ 등이 더 중요해졌다. 여러 공공기관이나 학교, 민간 기업 등에서 다수 진행되고 있는 크리에이터 교육도 이에 맞춰 커리큘럼이 계속 바뀌고 있으며, 크리에이터들도 유명 스타나 ‘셀렙(celeb)’이 되기보다, 비즈니스 역량을 쌓아 자신의 크루(crew)들과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림 2> 한미 MCN 시장의 주력 비즈니스의 변화



5. MCN 시장의 현재와 전망


2019년, MCN 시장은 산업적으로 또 한 번의 높은 도약이 기대된다. 2018년 하반기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유명 정치인들의 크리에이터 데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권위적일 것 같은 정치인들까지 1인 미디어 세계로 뛰어들자, 1인 미디어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급증했다. 특히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홍카콜라’와 ‘알릴레오’ 방송이 뜨거운 인기를 얻으면서, 1인 미디어 콘텐츠는 이제 오락, 지식·정보, 교양·다큐의 영역을 넘어, ‘대안 저널리즘’ 및 ‘뉴스콘텐츠’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림 3> ‘대안 언론’ 영역으로 확장 중인 1인 미디어 콘텐츠. 유시민의 ‘알릴레오TV’(좌), 홍준표의 ‘홍카콜라TV’(우)의 한 장면.


현재 1인 미디어 콘텐츠는 2017년 말 이후로 기술-미디어-플랫폼-콘텐츠-제조-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융합형 콘텐츠는 초기의 크리에이터 채널을 관리하던 비즈니스와 구분하는 의미에서 MCN 2.0 비즈니스로 불리기도 한다.


융합형 콘텐츠 산업(MCN 2.0)은 콘텐츠와 광고(브랜디드 콘텐츠), 콘텐츠와 상거래(미디어 커머스), 콘텐츠와 플랫폼(오리지널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브랜드(인플루언서 마케팅), 크리에이터와 이용자(굿즈, 오프라인 행사 등) 등 ‘연결’ 또는 ‘융합’형의 종합 디지털 콘텐츠 산업 형태를 띤다.


1세대 대표 MCN 기업인 다이아TV, 샌드박스 네트워크, 트레져헌터 등은 초기 MCN 사업모델이었던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시장을 사실상 선점했다. 이들 기업이 대표적 MCN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살아남은 것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마주했을 온갖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파괴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다. 여전히 이 시장은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미지의 시장이지만, 적어도 이 기업들이 MCN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선발자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수준에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게임 크리에이터들의 강한 소속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IP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강점을 가졌다면, 트레져헌터는 동남아시아권의 해외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에서 단연 앞선다. 최대 MCN 기업인 다이아TV는 키즈, 게임, 뷰티, 엔터, 푸드, 음악 장르를 중심으로, 온라인, 방송,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크리에이터 행사와 콘텐츠 비즈니스를 다방면으로 진행하며,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크리에이터 제국을 건설 중이다.


따라서 현재 후발주자들이 주로 2.0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것은 파괴적 혁신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이제는 비(非)미디어 기업들까지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MCN 2.0 비즈니스 시장은 이전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진행 중이며, 기업들은 콘텐츠 제작 외에도 커머스, 컨설팅, 교육, 마케팅 등 다양한 부가산업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파괴적 혁신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미디어 시장은 계속 세분화가 진행중이고, 그에 따라 각 시장별로 파괴적 혁신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쉬미트(Schmitt)가 말했듯, 시장의 성장은 ‘파괴적 혁신’에서 나온다. 1인 미디어 콘텐츠가 촉발시킨 ‘파괴적 혁신’을 MCN 산업이 가져온 최초의 혁신으로 보자면, 처음의 이 혁신은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을 계속 파생시켜서 로우엔드(Low-end) 시장의 UCC 콘텐츠 문화와 새로운 융합형 콘텐츠 시장의 확산을 돕는다. 또한 기존의 방송 콘텐츠 시장과 하이엔드(High-end)의 실감형 콘텐츠 시장을 자극시켜 ‘존속적 혁신’을 지속시킴으로써 전체 미디어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발전요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참고하여, 크리스텐슨이 제시한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a)’에서 제시한 모델에 따라 현재 국내외 영상 미디어 시장을 그려보면 <그림 4>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4> 국내외 영상 미디어 시장의 ‘파괴적 혁신’ 모델


1인들이 방송국이나 제작사 못지않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주류 미디어 시장과 하위시장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광고시장에서도 MCN 기업들의 역량을 신뢰하기 시작했고,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 콘텐츠 제작사례도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들은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MCN 시장의 플레이어들과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은 2020년이 되면 MCN 및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콘텐츠가 전체 미디어의 75% 가량을 차지하고, 전통미디어는 25%에 그칠 것이라고 예견했다(송민정, 2016). 실제로 2019년 현재, 국내외 MCN 및 1인 미디어 시장은 콘텐츠뿐 아니라 관련한 파생상품, 라이센스 판매 등을 통해 부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구글의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는 2018년 6월부터 북미에서 매월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후원’하는 ‘정액제 구독’ 서비스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특정 크리에이터에게 월 4990원, 12000원 등 다양한 액수를 후원하고, 후원금액에 따른 차별화된 영상을 크리에이터로부터 제공받는 것이다. 이는 유튜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과는 다른 모델로, ‘1인 미디어 콘텐츠’의 직접적인 ‘유료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을 기대하게 만든다(Google Official Website, 2019)[3].


<그림 5> ‘유료화’를 시도 중인 1인 미디어 콘텐츠.



6. 나가며


이제 TV의 영향력 감소는 더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의 90.8%가 지속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는 조사결과(나스미디어, 2018)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TV가 주도하던 미디어 산업의 주도권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이제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이들에게 TV는 어쩌면 아예 ‘낯선’ 매체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1인 미디어’의 공습은 어느덧 기존 미디어 시장의 미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거기에 넷플릭스 같은 OTT 시장도 가세하면서, MCN과 OTT의 디지털 연합시장을 대하는 방송계의 입장은 더 복잡해졌다. 그러던 중, 2018년 1월에 MCN 산업을 ‘방송’에 포함하겠다는 ‘통합방송법’이 발의되었다. 발의법안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통합방송법의 발의는 UCC에서 발전한 MCN 비즈니스의 ‘파괴적 혁신’이 성공했음을 주류 미디어 시장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과 같다.


디지털 통신기술과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의 발전은 미디어 시장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영상 제작에서 일반인도 가능해지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제작방식도 디지털 환경에 맞게 간편화되었다.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장르의 다변화와 시청패턴의 변화도 일어났다.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홍보하는 것은 크리에이터의 자발적 선택에 맡겨지게 되었으며, 이용자가 스스로 기획부터 정산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다 보니 플랫폼 이용에 차별도 존재하지 않았다(최선영, 2017).


물론 MCN이 기존 미디어 시장을 완전히 잠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시장의 중심축이 TV 중심에서 디지털로 이동한 것에는 1인 미디어의 공헌이 컸다. 이제 방송사업자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시장으로 들어오고자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방송과 MCN 기업 간의 협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TV와 SBS가 2018년 11월 e스포츠 공동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 사례처럼 앞으로 미디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변화가 일어나는 미디어 시장에서 속단은 금물이지만, 미디어 시장이 변화의 임계점(tipping point)에 도달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앞으로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그 변화의 출발점은 평범한 ‘다수의 1인들’이 ‘하위시장’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말이다.



[연관 포스팅]

1. MCN 콘텐츠를 활용한 미래교육 방안과 전략 (EBS 미래교육연구소, 2018)

2. 비드콘 2018 참관기 (RAPA-KMCNA 2018웹진 Vol.1, 2018)

3. 창작자 에이전트(MCN 사업자) 말하다 (고용정보원 신직업 소개원고, 2016)

4. '1인의 시대' 'MCN 미래' (디지털타임즈 칼럼, 2017)

5. MCN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디지털타임즈 칼럼, 2016)



[각주]

[1] 실제로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이란 결과(result)가 아니라 ‘과정’(progress)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 모두가 포함된다고 하였다.

[2]  ‘쓸어담다’는 영어단어에서 파생된 콘텐츠 장르로, 특정 제품군을 대량 구매하여 리뷰하는 콘텐츠다. 주로 옷, 뷰티, 편의점 음식, 문구류 등 저관여 제품군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3]. 유튜브가 실험 중인 ‘크리에이터 후원’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자발적 선택이긴 하지만, 1인 미디어 콘텐츠의 유료화를 실험한다는 점에서 혁신적 실험이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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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2016.5.23.). 달라진 'TV유치원', TV와 인터넷 경계를 허물다(종합). <조이뉴스24>

김훈기(2017.6.30.). [창간 6주년] 게임업계로 들어온 '인터넷 방송. <포모스>

나스미디어(2018.7). 2018 상반기 Media Trend Report. <나스미디어>, 1-23.

메조미디어(2018.11).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 <메조미디어>, 1-39.

박소정(2018.11.23.). 2019년 광고 시장 규모 11조9천억원 전망… 5G의 등장, 모바일 개인화·동영상 광고 기대.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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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2015.6.22.). ‘마리텔’의 인기 비결, 지상파답지 않아서. <헤럴드경제>  

송민정(2016). 글로벌 5대 MCN 미디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연구. <방송통신연구>, 96, 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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