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고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하는 월간 웹진 <문화관광> 2019년 2월호 원고의 원본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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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 연초부터 미디어 업계에 낭보가 들려왔다. 2017년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Baby Shark)’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 싱글 32위에 올랐다는 뉴스가 전해진 것이다(이정은, 2019.1.21.).
혹자는 BTS(방탄소년단)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그에 앞서 ‘싸이’도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적이 있으니 ‘빌보드 진입’이 예전처럼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키즈 콘텐츠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은 미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데다가, ‘뽀로로’를 잇는 글로벌 한류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아기상어’의 빌보드 차트 진입은 콘텐츠 업계 종사자라면 충분히 호들갑을 떨어도 될 만한 경사다.
1980년대 <뽀뽀뽀>와 <TV 유치원>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국내 키즈콘텐츠 산업은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암흑기를 거치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현재 키즈콘텐츠 산업은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동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IT 기술과 결합한 미래 장르로서 디지털 한류를 선도할 준비도 마쳤다(유진희, 2017).
게다가 유튜브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디지털에 익숙한 전 세계 어린 아이들을 연결하기 때문에 글로벌 확산도 용이하다. 이러한 덕분에 모바일 시대 들어서 키즈 콘텐츠 산업의 발전속도는 갈수록 가속이 붙고 있다.
2018년의 국가적 화두는 단연 ‘경제위기’였다. 산업 전반에 걸쳐 들려오는 매출 하락과 얼어붙은 소비 시장,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 등은 경기불황이 잠시의 어려움이 아니라 장기적 현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으며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경기 상황에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미디어 콘텐츠 업계도 혹독하고 치열한 2018년을 보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키즈산업’ 시장만큼은 예외였다. 비단 2018년뿐 아니라,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키즈산업은 2002년 약 8조 원에서 2009년 19조 원, 2012년 27조 원, 2017년에는 40조 원을 넘어서는 등 ‘뷰티’ 시장과 함께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더 성장이 기대되는 등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키즈산업의 성장세는 관련 종목의 주가에서도 확인된다. ‘아기상어’ 노래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 진입하자, 스마트스터디의 주주사인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전날 대비 15% 상승하면서 곧바로 상한가를 쳤다. 그날 KOSPI 지수가 0.3% 하락하던 상황에서 나홀로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2018년 5월에 기록했던 최저가와 비교하면 무려 140% 오른 수치다(이정은, 2019.1.21.). 현재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2019년 들어와서 무려 91.9%가 올랐다.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의 선전에 투자사의 기업가치도 고공행진 중이다(노유정, 2019.1.22.).
스마트미디어의 ‘핑크퐁’ 완구 제작사인 ‘오로라’의 주가도 2019년 들어 42.7% 상승했다.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유후와 친구들’을 ‘넷플릭스’에 방영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고, 국내에서는 스마트미디어와 제휴를 맺으면서, 기업의 성장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이다. 덕분에 ‘오로라’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업평가는 47.5% 가량 상승한 상황이다(노유정, 2019.1.22.).
키즈콘텐츠 관련 산업의 인기는 MCN 기업들의 전망도 밝게 한다. 현재 유튜브 채널 중 높은 수익을 내는 채널은 대부분이 ‘1인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키즈 타겟의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탑 크리에이터 ‘도티’가 소속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투자사인 게임개발업체 ‘넵튠’은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지분 23.9%를 보유했는데, 2018년 10월말의 최저가와 비교했을 때, 2019년 1월 현재 주가는 66% 이상 상승했다(이정은, 2019.1.21.).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다양한 장난감(toys)을 활용해서 재미있게 노는 영상들이 많다. 주 소비층인 ‘키즈’ 세대들의 특성상, 영상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 제품은 그대로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상과 제품, 콘텐츠와 커머스(상거래·쇼핑)의 융합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결과적으로 키즈콘텐츠가 키즈산업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촉매제가 되어 콘텐츠 산업과 커머스 산업의 융합을 이끄는 선도 장르 역할을 하는 데 일조한다. 여기에 ‘저출산 현상’에 따른 반대급부로 ‘에잇포켓’[1], ‘VIB’[2]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시장의 세분화와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도 키즈 관련 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 새로운 세대들의 ‘모모(More Mobile)’적 특성 및 ‘유튜브’와의 관계(Relationship)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키즈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언급하려면 아이들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이 어린 세대들을 알기 위해서 ‘유튜브’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다. 현재 초등학생 또는 미취학 아동들은 앞선 세대들보다 ‘더 모바일 환경에 노출된’ 모모(more mobile) 성향을 발전시키며 자라는 세대이다. 이들은 아예 아날로그 환경을 경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개념조차 없고, 디지털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를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는 점에서 앞선 세대와 다르다. 하다못해 20대 초반의 세대들도 어린 시절 2G폰을 썼던 기억이 있는 데 비해, 현재의 초등학생 이하의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오직 ‘모바일’ 세상만 경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초등학생 이하의 세대들은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다. 아이들에게 ‘모바일’은 ‘미디어 환경’이라기 보다는 지구의 공기처럼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지극히 보편적이고 당연한 ‘또 하나의 생활환경’이다.
모바일 환경이 일상의 환경이 되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 그 중에서도 ‘유튜브’=‘일상’이라는 말과도 같다. 과거 80~90년대 아이들에게도 TV의 위력은 대단했으나, 현재의 아이들에게 ‘유튜브’가 주는 존재감에는 비교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유튜브는 그 자체로 ‘또 다른 현실’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이다. 현재의 아이들 세대에게는 ‘모바일 환경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하는 그 자체’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만화를 본다’, ‘드라마를 본다’ 같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호흡을 하듯’ 일상을 사는 필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1인 방송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은 ‘먹방’과 ‘브이로그(v-log)’를 비롯하여 2017~2018년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되었던 ‘공방(공부하는 방송)’ 등은 Z세대로 불리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들의 ‘모모’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아이들 세대들에게서는 앞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자신이 잠을 자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 등 정지화면 같은 순간의 모습도 스스럼없이 타인과 공유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모세대들에게는 이러한 모습들이 오프라인에서 면대면으로 마주한 채 말없이 각자의 일을 하는 기성세대의 모습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렇다보니, 이들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미디어 업계를 비롯하여, 제조업과 유통 등 연관 산업계에서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모모세대의 가치관에 따라 새롭게 전환되는 추세에 있다.
현재까지 모모 세대와 유튜브의 합작은 미디어 시장과 유통/제조업계 일부의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미국은 이미 2013년에 1020 세대들의 34%가 TV보다 유튜브를 보겠다고 선언했고(NYT Video Study, 2013), 국내에서도 2016년 조사에서 10대 청소년들의 25%는 매일 1인 방송을 본다고 응답해서 충격을 던져주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방송사가 25% 시청률을 올리면 초대박이라고 감격하는 시대에, 10대 청소년들의 25%는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에는 전 세계에서 1분 동안 4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하루 동안 올라온 영상들의 분량을 합치면 무려 66년간 시청할 수 있는 분량이다. 50년 이상 매일 콘텐츠를 내보낸 방송사업자들의 콘텐츠를 다 합쳤거나 또는 이를 상회하고도 남는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가 전 세계 곳곳에서 매일 유튜브로 모인다. 물론 이렇게 모이는 콘텐츠에는 방송, 영화 등 기존 미디어가 제공하는 고퀄리티의 영상도 있지만, 대다수의 영상들은 크리에이터 영상 또는 UCC 영상들이 다수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그 외에도 온갖 용도로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를 이용한다. 이는 크리에이터를 선망하는 마음, 유튜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느낀 공감대와 친근감, 자기 자신의 삶을 공유하면서 어느덧 현실과 유튜브를 동일시하게 된 것 등 다양한 원인들이 겹쳐서 나타난 결과다. 모모세대와 유튜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유튜브가 키즈세대들에게 또 다른 삶의 환경을 책임지고 있다면, ‘크리에이터’들은 키즈콘텐츠 시장의 직접적 성장을 이끄는 원인 제공자들이다. 잘 알려진 대로,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인기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채널 구독자수와 영상 조회수인데, 특히 영상 조회수는 크리에이터의 광고수익을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런데 매년 말 포브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유튜브 스타 순위에서, 2018년에는 최다수익 1위에 7살 라이언이 올랐다. 아이답게 장난감(토이)을 갖고 놀면서 영상을 찍는 라이언의 영상 누적 조회수는 260억 뷰, 2018년 광고수익은 약 2200만 달러(한화 246억)에 이른다. 더구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라이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장난감 ‘라이언 월드’를 출시하여 미국 월마트 2500개 지점에서 판매도 시작했다. 뷰티, 게임, 음악, 오락 등 다양한 유튜브 채널들이 있지만, 부가상품 시장을 창출하는 부분에서는 키즈콘텐츠의 영향력이 단연 압권이라는 것을 라이언이 보여준 셈이다.
국내에서는 1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 2015년 368개, 2016년 674개, 2017년 1275개로 해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돋보이는 채널은 역시 ‘키즈’ 채널이다. 유튜브 전문 분석 사이트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으로 유튜브에서 월 2억 원 이상 광고수익을 올리는 국내 탑크리에이터들 중 75%가 키즈콘텐츠, 그중에서도 유아 대상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상위 4개 채널은 월수입이 최고 9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이수민, 2018.12.27.).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2017년 교육부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공동으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에서, ‘크리에이터’(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응답이 5위에 올랐다. 가수, 프로게이머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던 직업군이 각각 8위, 9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순위다. 아이들이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스타가 되기 위해 크리에이터를 지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답게,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소비를 통해 ‘소통’의 재미를 경험한 것이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콘텐츠 소비문화의 변화는 아이들의 장래희망과 함께 교육과정의 변화도 이끌고 있다. 2017년에는 ‘동영상 제작’이 학교 정규수업과정에 편성되었고(이수민, 2018.12.27.), 2018년에는 ‘미디어 활용 수업(MIE: Media in Education)’도 진행이 시작되었다(유진희, 2018.).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은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키즈콘텐츠 시장은 ‘또래 세대’를 대표하는 ‘어린이’ 크리에이터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람튜브’, ‘마이린TV’, ‘어썸하은’, ‘라임튜브’ 등을 들 수 있다.
‘보람튜브’(채널 본명: 보람튜브 토이리뷰)는 2016년 채널개설 반년 만에 125만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화제를 일으켰던 주역답게, 2019년 1월 현재 구독자 844만을 보유하며 국내 전체 유튜브 크리에이터 채널 중 광고수익 1위를 기록했다. ‘보람튜브’는 2018년 12월 구독자 수가 776만 명이었던 것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 달 동안 70만가량의 구독자가 새롭게 유입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무서운 성장세를 자랑한다. 이런 추세라면 천만 이상의 구독자 확보는 당연해 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키즈 채널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마이린TV’는 13살의 ‘최린’ 어린이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해서 운영한다는 점에서 ‘키즈 콘텐츠’ 분야의 상징적인 채널로도 유명하다. 현재 구독자수 75만의 누적조회수 63만을 기록 중이며, 아이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채널을 성장하는 스토리가 더해져, EBS(한국교육방송)과 국내 최대 MCN 회사인 DIA TV를 비롯하여, 지상파, 종편채널 할 것 없이 여러 방송 채널과 교육관련 기업들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보람튜브’와 ‘마이린TV’는 두 아이가 놀고 공부하는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 다양한 문구/완구나 교육용 교재, 식음료, 의류 등 제품들의 PPL 또는 브랜드사와의 협업을 통한 ‘브랜디드 콘텐츠’[3] 등이 종종 등장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 키즈 장르의 특성상, 일상 속에서의 아이들의 반응이나 감정, 판단, 행동 등을 보여주는 내용들로 구성되다보니, 등장하는 모든 소품들은 광고에 준하는 강력한 홍보효과도 갖는다.
‘보람튜브’ 채널에서 최다 조회수를 얻은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2.9억에 달하는데, 영상 한 편에 각종 짜장면 제품들과 양치도구 세트가 등장한다. ‘마이린TV’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밤 12시에 엄마 몰래 라면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으로 누적조회수는 823만이며, ‘엄마가 숨긴 문방구에서 산 액체괴물 장난감’ 영상도 27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보람튜브’는 좀 더 어린이 드라마에 가까운 각색과 편집 등 철저한 기획력을 자랑하는데[4], 콘텐츠의 구성이나 편집형태에서 전문 방송 채널의 콘텐츠 형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내용은 오락과 교육적 내용을 자연스럽게 담았다. 그래서인지 모든 콘텐츠가 영어자막도 없는 한국어 버전만 제공하고 있음에도, 매 콘텐츠마다 해외 팬들의 댓글이 무수히 달리는 등 글로벌 팬덤도 빠르게 늘고 있어 진정한 ‘키즈한류’ 주도하고 있다는 평도 듣는다.
반면, ‘마이린TV’는 아이가 직접 기획하는 채널답게, 또래 아이들이 직접 경험할 만한 소재들이 다뤄지기 때문에, ‘보람튜브’보다는 자막, 구성, 편집 등의 방식이 좀더 유튜브형에 가깝다. 또한 일반적인 어린이 크리에이터들의 팬들이 ‘이모’, ‘삼촌’팬들인 것과 달리, ‘마이린TV’는 또래 및 부모세대의 지지가 높아서, 2018년에는 마이린의 ‘엄마’(14만)와 ‘아빠(2만)’채널도 런칭하는 등 가족채널로 확장되기도 했다.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키즈콘텐츠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언어의 제약과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 즉 ‘문화적 할인 효과(Cultural Discount Effect)’[5]가 낮은 분야가 키즈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이다. 키즈콘텐츠는 비언어적 요소(non-verbal)가 많고, 단순하면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내용과 귀여운 캐릭터 또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어느 문화권에서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게다가 우리는 이제 물리적으로는 콘텐츠의 해외 진출의 장벽이 사라진 디지털 환경에서 살고 있다.
키즈콘텐츠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로벌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인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그동안 한류를 이끌었던 콘텐츠 장르가 주로 아시아권에 머물렀고,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MCN 콘텐츠도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에 공개되었으나 아시아를 넘어서는 팬덤을 확보하기엔 ‘문화적 할인’ 현상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케이팝 장르가 글로벌로 확산되고는 있으나, 현재의 성과가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 대형 기획사들이 직접 자본을 들여 북미와 유럽시장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 쌓여야 했다.
반면, 키즈산업은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콘텐츠에 대한 바이럴(viral)을 통해 해외 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디지털 한류’ 주자다.
북미와 유럽에서 대히트를 친 ‘아기상어’의 경우, 2018년 10월에는 영국 UK 오피셜차트(UK Official Chart) 싱글 37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2019년 1월 2주 차 빌보드 싱글차트 3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코든 쇼(James Corden Show)>, <더 엘렌 쇼(The Ellen Show)> 등 유명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고, 팝페라 가수 ‘조시 그로반’, 배우 ‘소피 터너’ 등 유명 인사들이 커버곡을 부르기도 하였다. 심지어 영국의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인 <엑스 팩터(X Factor)>의 2018년 파이널 무대 축하공연조차 ‘아기상어댄스’였을 정도니, 키즈 산업에서는 가히 ‘싸이’나 ‘BTS’에 버금가는 경사였다.
현재도 유튜브에는 ‘베이비 샤크 챌린지(Baby shark challenge)’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율동을 따라 하는 패러디 영상들이 자주 올라온다. 1~2억여 명의 유저를 보유한 중국의 모바일 플랫폼 ‘틱톡(Tik Tok)’에서도 ‘베이비 샤크 챌린지’는 2018년 말부터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아기상어’ 열풍은 완전히 전세계인의 축제로 자리잡았다(김도헌, 2019.1.11.)
일본에서도 국산 ‘키즈’ 콘텐츠가 인기다. 과거 일본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배용준, 카라, 소녀시대 등이 인기였으나,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일본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6만 구독자를 보유한 ‘아롱다롱TV’ 채널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초등생 남매인 ‘아롱이’와 ‘다롱이’가 엄마와 함께 운영하는 채널로, 현재 아롱다롱TV 채널에는 초등생 남매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들 총 624편이 올라와 있다(임라라, 2019.1.25.)
중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한류 선봉장에 섰다. 드림팩토리스튜디오가 제작한 국산 애니메이션 ‘젤리고’는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쿠에서 공개된지 3일 만에 1억뷰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젤리고’의 성과는 중국 단일 플랫폼에서의 조회수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다. ‘젤리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알리바바 그룹과 제휴를 통해 라이센싱 및 캐릭터 상품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김소연, 2019.1.24.)
현재 키즈콘텐츠 시장의 글로벌 확장은 무서울 정도다. ‘아기상어가족’의 사례처럼, 잘 만든 키즈 콘텐츠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바이럴’되면 글로벌 확산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또는 ‘젤리고’ 사례처럼 콘텐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의 주요 사업자와 협업하여 시장을 확장하는 전통적 방법도 키즈산업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 드라마와 케이팝이 주도했던 한류는 이제 ‘키즈’ 시장으로 주도권이 넘어온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아기상어’와 같은 ‘대형사고(!)’를 내는 성공사례들의 대거 등장을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뽀로로’가 불씨를 당겨서 시작된 키즈콘텐츠 산업의 르네상스는 ‘아기상어’에 이르러 짜릿한 절정을 오른 느낌이다. 더욱이 이러한 절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시장의 전망은 키즈 산업에 대한 기대감에 더욱 들뜨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 키즈콘텐츠는 글로벌 확산에 유리하고, 유튜브에서 인기있는 ‘장난감 리뷰’ 등의 영상들과 결합되면서, ‘미디어 커머스’로 발전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많은 키즈 콘텐츠가 유통매체로 TV 대신 온라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놀이+상황극+PPL이 혼재된 콘텐츠가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때문에 키즈콘텐츠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심화시킨다는 책임론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시력 저하와 수면저하 등을 일으켜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발달을 저해시키고 공격적 성향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이수민, 2018.12.27.). 또한 아이들의 영상 의존도를 심화시켜 텍스트 독해력과 이해력, 사고력 계발을 저해하고, ‘쇼트 콘텐츠’(5분 이내의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집중력 약화 현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를 부추키고, 선정적 콘텐츠나 광고성 콘텐츠 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키즈 세대에게 스마트폰에서의 올바른 콘텐츠 소비를 지도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심을 악용한 지나친 상술 또는 자극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건강하고 착한 컨텐츠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또한 어린이 보호를 위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으로 앞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각국의 키즈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모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뿐 아니라, 전세계의 콘텐츠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콘텐츠 소비에 있어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키는 리터러시 교육과 어른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 연관 포스팅 ]
1. 미래엔 <책이 있는 자리> 기고(2021)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즈 콘텐츠 동향과 대응전략
2. SK 그룹 사보 <Magazine SK> 기고 (2018)
모든 것은 '키즈(Kids)'로 통한다
3. 한국 콘텐츠진흥원 <방송트렌드 & 인사이트> 기고 (2017)
콘텐츠 슈퍼파워 '키즈', 그들의 마음을 잡아라
[각주]
[1]. 양가 조부모, 그리고 이모·고모, 삼촌까지, 한 아이를 위해 무려 8명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이다.
[2]. Very Important Baby의 줄임말. 부모가 아낌없이 지출함으로써 매출을 올려주는 ‘귀한 아이’라는 뜻으로, VIP를 패러디한 용어를 지칭한다.
[3]. 특정 브랜드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성 콘텐츠이지만, 기획부터 스토리텔링, 제작, 편집 등에서 퀄리티가 높아 이용자들이 광고임을 ‘인지’하면서도 기꺼이 소비하게 만드는 영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새롭게 등장한 유형이다.
[4]. ‘보람튜브’의 채널기획자는 보람이의 아빠로 알려져 있으며, 영상에는 보람, 아빠, 삼촌이 등장한다.
[5]. '문화적 할인'이란 동일한 콘텐츠가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제공될 때, 그 지역에서 선호하는 문화적 배경이나 정서 등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다르게 인식되거나 수용되는 것을 뜻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가 북미지역에서는 소수 매니아들게만 소비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화적 할인’ 현상 때문이다.
김도헌(2019.1.11.). '아기상어'가 왜 여기에? 영국부터 미국까지 휩쓴 저력. <오마이뉴스>.
김소연(2019.1.24.) 국산 애니 '젤리고', 中 론칭 3일 만에 1억뷰 달성. <한국경제>.
노유정(2019.1.22.). 키즈산업의 '眞株'를 찾아라. <한국경제>.
유진희(2018). MCN 2.0 시대,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미래 교육 방안과 전략. <미디어와 교육>, 제 8권 1호, 한국교육방송공사, 117-139.
유진희(2017). 콘텐츠 슈퍼파워 ‘키즈(kids)’, 그들의 마음을 잡아라!. <방송트렌드 & 인사이트>, 3(12), 한국콘텐츠진흥원, 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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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2019.1.21.). 키즈산업 성장세에 관련주도 '상승세'. <파이낸셜뉴스>.
이진경(2019.1.25.). 어린이집·유치원서 '스마트폰 중독 예방교육' 확대된다. <키즈맘>.
임라라(2019.1.25.). ‘뉴스토리’ 일본 ‘1020’ 신한류에 빠지다...1인 미디어 열풍 “나도 해볼까?”. <싱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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