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미디어와 미래> 제 8권 1호 게재원고
본 글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운영하는 미래교육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미디어와 교육> 2018년 8월 발간호에 실렸던 글의 원본입니다. 발간은 8월이었지만 원고를 쓴 건 5월이었으니, 벌써 1년도 지난 글인데요. 당시에는 유료버전이라 공개하지 못했었습니다. EBS 편집본은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단, 파일이 PC에서만 다운되네요. (모바일에선 안 보인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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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교육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황이 없는 분야였다. 전 세계 어디서나 배움을 향한 인간의 열망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특권이자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통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교육절대주의’라는 강력한 민족적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육열을 가진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한편,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는 모든 영역이 연결되는 ‘초연결’, ‘초지능’의 ‘디지털 사회(digitalized society)’로 거듭났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기록(data)으로 축적된다. 다시 말해, 기술의 발전은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로 변모시켰으며, 범람하는 데이터 중에 좋은 정보를 선별하여 활용하는 능력은 현대인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오늘날 세계 각국은 디지털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한 플랫폼 활용 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도입하는 등 미디어 관련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린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예견된 결과였다. 어릴 때부터 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해 본 경험은 향후 자신의 분야에서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한 경험적 자산이 된다.
그렇다면 미디어란 무엇일까. 미디어 학문에서 고전처럼 전해지는 맥루한(M.Mcluhan)의 유명한 명제 “미디어는 메시지다. Media is message.”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메시지, 즉 콘텐츠가 미디어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은 진정성 있고, 사회 윤리와 정서를 해치지 않으며, 창의적이고 울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가 담고 있는 내용에 거짓/왜곡/조작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갖 정보가 섞여있는 시대다보니, ‘사실’에 근거한 콘텐츠를 판별해낸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작업이 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는 평범한 사람들이 콘텐츠를 통해 독자적 발언권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정식으로 미디어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창작하게 되면서 여러 부작용도 발생했다. 1인들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임에도,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보니 국민들 또한 미디어 효과를 ‘스타’, ‘물질적 성공’, ‘상업성’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낳을 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 실패로 인한 산업발전의 저해와 국가경쟁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디어의 메시지 측면에서 콘텐츠를 생각해보면, 콘텐츠는 ‘창작’과 ‘제작’의 대상으로 다뤄진다.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과 ‘제작’하는 것은 다른 층위의 개념이다. ‘창작’이 메시지 본질에 대한 고민을 전제한 개념이라면, ‘제작’은 카메라 워킹, 화면 구도, 편집 효과, 그래픽, 비율, 컷 종류, 음향 등 표현 방법을 고민하는 기술적 영역에 가깝다. 창작과 제작, 둘 다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으나, 미디어 교육의 기본은 메시지(내용)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함양시키는 '창작'에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MCN 및 영상 관련 교육이 기술적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러 기관에서 시행 중인 ‘1인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은 물론이고, 대학을 비롯하여 중고교 등 일선학교의 커리큘럼들은 영상 촬영과 편집 등 기술적 역량을 키우는 ‘제작’ 교육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찍부터 ‘창작’의 관점에서 미디어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주체적인 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한 서구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미디어 교육은 ‘창작’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콘텐츠의 내용은 물론, 타인과의 소통 및 사회적 책임의식,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미디어가 일상으로 들어온 디지털 환경에서, 미디어 교육은 업계 종사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필수 과제여야만 한다.
MCN(Multi-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현재 디지털 미디어 시장 전반을 주도하고 있을뿐더러, 향후에도 계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전략 산업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MCN이 융합미디어로 확장/진화되고 있지만, MCN의 핵심 동력은 여전히 개인들의 콘텐츠 ‘창작’에 있다. 그에 따라, MCN을 활용한 교육 방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창작자(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한 교육 콘텐츠 개발.
둘째, 영상 ‘창작’의 경험을 통한 공감능력 향상 및 리터러시 능력 계발.
셋째, 플랫폼별 콘텐츠 유통 프로젝트를 통한 디지털 경제 기초 교육.
구체적으로는 기존 창작자들의 팬덤을 활용한 영상 교과서의 개발과, 교사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으로서 교육 전문 크리에이터의 발굴을 제안해보려고 한다. 또한 콘텐츠를 직접 창작하는 경험을 통해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향상시키고, 의사표현과 비판적 사고능력을 고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서술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의 플랫폼 유통을 통한 디지털 경제활동을 체험함으로써 디지털 생태계를 이해하는 부분에 대해 탐구해 볼 예정이다.
모바일의 등장과 함께 발전한 MCN은 그 짧은 역사 때문에 복수의 의미들이 혼용되어 쓰일 때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UCC와 동의어로 인식되는 경우인데, UCC가 순순한 1인 미디어로서의 ‘문화적’ 개념이라면, MCN은 창작자와 플랫폼,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광고주, 유통사, 추가 협력사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생성하는 ‘산업적‘ 또는 ‘경제적’ 개념이다.
MCN은 기업이나 자본이 아니라, ‘1인들’이 문화를 열었고 산업으로까지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민주주의 가치가 담겨있는 산업이다. 때문에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국가 교육에 MCN의 핵심 가치를 접목시키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 것이다.
2018년 현재, MCN은 다양한 수익모델들의 실험을 거쳐 ICT 기반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미디어 융/복합 비즈니스 산업으로 확장되는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MCN 2.0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의 MCN 2.0은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산업적 개념 외에도, 디지털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종류의 영상 콘텐츠를 포괄한 의미로 쓰인다. (<그림 1> 참조.)
여러 영상 콘텐츠 분류 중에서 가장 디지털 친화적인 콘텐츠는 역시 크리에이터 콘텐츠다.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가장 유연하게 반응하며, 다양성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이용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팬덤을 자랑한다. 또한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미디어 이용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한 분야이기도 하며 향후 전망도 가장 밝다.
초기의 MCN은 일부 스타 크리에이터 위주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ds)를 제작하는 광고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크리에이터 간의 수익 양극화 이슈는 MCN 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으로 언급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점차 커머스 크리에이터, 교육 크리에이터 등 전문성을 확보한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 크리에이터 수익구조가 다변화되기 시작했고, 공공기관들의 크리에이터 지원사업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크리에이터 전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의 증가현상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 결과, 현재 국내 크리에이터들(1인 창작자들)의 활동영역은 MCN 시장을 넘어섰다. 드라마, 예능, 광고 등 TV에 등장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대형 페스티벌이나 MICE 등의 오프라인 행사, 심지어 해외 주요 행사에도 초청받는 등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은 계속 발전 중이다.
1) 기존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한 교육 콘텐츠 개발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팬덤을 기반으로 한다. 2014년부터 시작된 ‘유튜브 팬페스트’나 2016년부터 시작된 ‘다이아 페스티벌’은 강한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 크리에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축제로, 두 행사 모두 각각 올림픽홀과 고척돔이 매진되는 등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규모를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두 행사의 메인 타겟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세대답게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술과 상호작용하면서 기존 교육 제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심재웅, 2017).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다른 층위의 영상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팬덤을 구축한 것은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콘텐츠 접근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특성상, 크리에이터들은 대화를 통해 이용자들을 자신의 콘텐츠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라이브 영상은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간의 소통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높은 쌍방향성(interactivity) 덕분에, 이용자들의 참여와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이용자가 콘텐츠 소비과정에서 몰입감을 느끼는 것을 두고 박성조(2017)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박성조, 2017). MCN에서는 콘텐츠가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작용하며, 이용자는 크리에이터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자체를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크리에이터들이 자체 콘텐츠 외에도,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공공기관 홍보대사 등 활동범위를 점차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현상에 기인한다.
크리에이터 팬덤을 형성하는 대부분이 10대라는 것은, 같은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계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억지로 이용자를 확보하거나 힘들게 홍보전략을 고민하지 않아도, 크리에이터 팬덤을 활용하여 화제성을 일으킬 뿐 아니라, 학생들의 몰입을 보다 수월하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과목별 영상 콘텐츠 출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전문성 보유 여부에 따라 크리에이터 본인이 직접 해당 과목을 ‘진행’하거나, 또는 이용자 시선에서 같이 ‘배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EBS english의 <올리버쌤의 영어꿀팁> 프로그램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올리버쌤’이 직접 영어 선생님으로 등장하여 EBS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 콘텐츠를 올린다. 반면, KBS에서 2017년 가을부터 방송을 시작한 <ㅋㄷㅋㄷ 코딩TV>는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소재로 한 어린이 대상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 진행자인 크리에이터 ‘양띵’, ‘헤이지니’, ‘럭키강이’는 게임방식을 차용한 각종 미션을 풀면서 시청자와 함께 코딩을 배우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올리버쌤과는 차이가 있다.
이 외에도 TV에서 방영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인기 크리에이터 ‘허팝’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과학실험 영상이나 크리에이터 ‘국범근’이 고교시절 ‘G픽쳐스’채널에서 선보였던 <역사 속 인물들의 랩배틀 시리즈>, 역사 전공생 크리에이터 ‘한나’와 유아교육을 전공한 크리에이터 ‘유라’의 콘텐츠 등은 당장에라도 교육용 교재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 성장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음식(먹방, 쿡방)’과 ‘뷰티/헤어’는 MCN 산업 초기부터 인기를 견인해 온 대표적인 지식/정보형 장르이며, 최근 급증한 국가별 문화(한국/외국), 하우투(how-to), 꿀팁, 리빙, 금융/재테크, 부동산 등의 관련 콘텐츠 또한 효과적인 교육영상으로 활용되어 왔던 터였다. 이처럼 전문성과 노하우는 물론,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크리에이터가 교육용 콘텐츠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MCN 산업 초창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부분이다. 관건은 얼마나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느냐일 뿐, 효과 면에서는 높은 몰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만 하다.
마침 2018년은 ‘2015년 개정교육과정’에 기초한 미디어 활용 수업(MIE: Media In Education)이 진행되는 첫 해다. 아직 시행 초기라 정확한 데이터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10대 청소년들의 70%가 매주 크리에이터 영상을 시청한다고 알려진 만큼, 교육 콘텐츠 개발에 있어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학생들의 몰입과 호응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또한 호기심이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특성상, MCN 영상에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같은 최신기술을 구현한 실험적인 콘텐츠가 많다는 점도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필요성을 높인다. 2016년부터 ‘실감형 교육’을 모토로 연평균 25.8%씩 고속성장하고 있는 VR 시장은 e러닝, 모바일 m러닝, 로봇을 이용한 R러닝 및 VR러닝까지 교육의 양과 질의 수준 측면에서 급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최재홍, 2016).
현재 VR/AR은 아직 의료, 설계, 게임 등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크리에이터와 VR/AR 및 교과목을 연계하는 것은 교육적 효과 뿐 아니라, VR/AR 적용범위의 확장과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VR/AR 관련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VR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VR 가상현실 멀미왕’이나 ‘채널좀비왕’ 등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VR을 활용한 영상들을 자주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 미술, 역사, 지리 등 시각적 효과가 더해질수록 교육효과가 높은 과목은 VR/AR이 더해진 교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2) 학교 인력의 전문 크리에이터로의 전환 및 육성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보다 다양한 방식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끼와 재능을 겸비한 교과목 담당 선생님들을 선발하여 기존 크리에이터와 매칭 과정을 거쳐 팀으로 활동할 수도 있고, 같은 방식으로 전국 학생들 중에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을 선발하여 기존 크리에이터 및 교육전문가와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발전은 우리사회에서 전통적인 사회적 상하관계의 해체를 가져왔다. 과거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학교와 선생의 지위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나타난 근본적인 변화는 학생과 교사 간, 학생과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의 수평적 관계의 확장과, 소통과 개방적 공간을 통해 서로 좀 더 친한 관계에서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 권위주의 문화의 새로운 대안이 되며, 참여, 네트워크, 제도, 사회규범, 이타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시민사회의 사회적 밑바탕이 된다 (정용교, 2012).
따라서 선생과 학생이 함께 크리에이터가 되어 교육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를 돈독히 할 뿐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의 친밀성이 콘텐츠에 반영되어,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로부터 해당 콘텐츠에 대한 선호를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을 지역이나 시, 나아가 전국 단위로 실행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적 관심을 상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의 우수한 교사와 학생들에게 교육 콘텐츠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도 제공하는 셈이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퀄리티가 좋다고 해도, 엄숙하고 진지한 톤으로 구성된 콘텐츠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좀처럼 호응을 얻기 쉽지 않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이용자의 습성 변화가 중요해진 탓이다. 크리에이터 ‘허팝’이 어렵게 느껴졌던 과학을 재미있고 유쾌한 ‘놀이’의 개념으로 승화시켰듯이, 교사와 학생들도 이용자 입장을 고려하여 몰입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획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MCN 업계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장르의 확장과 전문 크리에이터 양성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 영상 교과서의 개발과, 교사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교육 전문 크리에이터의 발굴은 MCN 산업의 진흥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영상 창작 행위를 통한 공감능력의 향상
미디어 교육은 합리성, 높은 사고력, 감성,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지향한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은 개방적 의사소통을 통한 탈권위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온갖 악플과 거짓 소문, 왜곡정보 등이 너무도 쉽게 퍼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2018년 3월 교복업체 ‘엘리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들의 SNS 의존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디지털 미디어에서 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자칫 불건전한 콘텐츠를 모방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정용교, 2012).
이러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여, 디지털 미디어 교육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포용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이것은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때 효과가 있다. 영상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로 교육적 효용성이 높다. 이에 대해 강숙희(2007)는 영상의 창작 경험이 주는 교육적 효용성을 밝혀낸 바 있다. 강숙희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영상 창작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경험했으며, 전문성은 부족해도 독창성과 참신성, 현실감을 느껴진다는 점에서 UCC 영상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했다.(강숙희, 2007).
영상 창작의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타자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울릴 것이다. 특히 개인이기주의, 세대갈등, 사회계층화 현상 등으로 인한 분열과 반목은 콘텐츠 창작 과정을 거치면서 순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왕따나 은따를 포함한 각종 학교폭력, 악의적 루머나 왜곡에 의한 명예훼손, 스토킹, 가짜뉴스, 여론조작, 학력/빈부/인종/조직/갑을/성별에 따른 각종 차별 등 21세기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룸으로써 그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가상 체험하는 것은 예방교육 차원에서 충분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또는 사춘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와의 관계를 다루는 짧은 웹드라마를 기획하거나 공공매너나 학교생활을 광고로 만들어보는 등 보다 일반적인 주제로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일부러 왕따체험, 가짜뉴스 제작하기 등을 정규교육 시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학생들은 피해를 당한 당사자의 입장을 체험해보는 과정에서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는 타자성을 배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일일체험’, ‘봉사활동’, ‘역할극’ 등 오프라인에서는 이미 타자성을 다룬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하는 공감교육 프로그램들을 동영상 창작교육과 연계시키는 것도 공감능력의 향상과 타자성을 함양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2) 창작자와 이용자의 올바른 자세, 디지털 윤리
MCN과 1인 방송은 10대들의 사적영역인 미디어 공간에서 일어나는 콘텐츠 창작과 소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오대영, 2018). 하지만 사적영역이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지지 않도록 ‘공공성’을 고취시키는 교육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미디어 이용은 일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 윤리는 필수소양으로 여겨지고 있다. 콘텐츠의 선별적 수용 및 올바른 윤리의식을 갖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통 과제인 것이다.
디지털 윤리는 창작자들에게는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고, 이용자들에게는 창작자들 및 그들의 창작물과 창작행위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속도로 모바일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였으나, 미디어 교육의 부재로 미디어 활용능력에 비해 미디어 윤리의식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크리에이터의 경우, 콘텐츠를 창작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의식이 결여된 채 ‘수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미디어 윤리를 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주로 사이버머니를 늘리기 위해 음란/불법/유해 콘텐츠를 창작하는 행태로 나타나는데, MCN의 주요 팬들이 10대 청소년들이라는 점에서 윤리의식이 결여된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윤리의식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MCN 산업의 발전으로 크리에이터와 MCN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반대급부로 악플, 왜곡 등 디지털 공격 또한 심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6년 10월, 탑크리에이터였던 ‘다또아’가 6개월간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 갓 20살 나이에 스타 크리에이터가 되어 중국에도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몇 달 간 근거 없는 악플러들의 인신공격 때문에 다또아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다가, 결국 6개월이라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굉장히 긴 시간동안 활동을 접어야 했다. 또 다른 예로, 유명 크리에이터 ‘양띵’은 2017년 4월 안티팬들을 고소했다. 온라인상에 양띵에 대한 각종 비난과 조롱, 협박을 일삼은 패러디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런 영상들에서 광고수익까지 발생하는 등 개선될 기미가 없자 고소를 결정한 것이다.
1인 창작자와 MCN 콘텐츠가 더 이상 소수집단에서만 향유되는 시대는 지났다. 때문에 콘텐츠의 창작과 이용과정에서 미디어 윤리의 중요성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MCN이 차세대 미디어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크리에이터들은 ‘미디어’로서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콘텐츠 창작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콘텐츠를 창작하려고 시작했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팬들의 삶과 정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과 행동, 표현하는 방식, 콘텐츠의 톤앤매너 등은 물론이고, 콘텐츠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함께 했던 팀 동료들과의 조화나 평소 삶의 행실까지, 모든 면에서 ‘1인 미디어’로서 윤리의식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은 콘텐츠 창작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이용자들 또한 익명성을 가장한 사이버 폭력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 연예계에서 흔히 발생하던 상황이 MCN 세계로 전이되는 상황은 그만큼 크리에이터와 MCN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몰입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의식이 결여된 개인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쉽게 디지털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공격은 개인에게 심각한 내상을 입힐 뿐 아니라,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용자 개개인은 올바른 미디어 윤리의식을 가지고 창작자 및 타인과의 건전한 소통과 이를 통해 긍정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3) 영상창작을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 신장
시민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미디어 교육)이 필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콘텐츠 창작과정에 창의적으로 참여하며, 콘텐츠를 기반으로 타인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유홍식, 2018).
또한 리터러시 교육은 MCN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중요한데,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4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기가 어려워졌고, 둘째, 데이터 왜곡에 의한 정보의 오류발생이 쉬워졌으며, 셋째,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의 유통가능성이 높아진 점, 마지막으로 잘못된 가치관을 담은 콘텐츠가 멀티 플랫폼을 타고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그것이다(홍원식, 2018).
서구권에서는 일찍부터 '미디어 교육' 또는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이 정착되었다. 이미 1970년대에 유네스코가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캐나다, 영국, 호주, 미국 등을 주축으로 한 서구 국가들은 빠르면 1920년대부터 시작해서 일찍부터 초중고 정규과정에 미디어 교육을 포함시켰다. 덕분에 이들 국가의 학생들은 콘텐츠 이용과 창작에 있어 매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 과정에서 창의력, 공감능력, 비판적 사고력, 디지털 윤리 등 종합적인 소양을 습득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우선시되다보니, 창의력, 사고력, 판단력 등이 중시되는 토론식 수업이나 자기주도의 프로젝트 수업방식은 환영받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통제와 처벌 위주의 교칙 운영과 학생자치회나 학급회의, 동아리 활동 등이 경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가 시민역량을 길러내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김성천, 2018).
이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미디어를 특정한 전문영역(산업)으로 치부하거나, 또는 불건전한 오락의 영역으로 간주해왔던 문화적 편견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크리에이터와 MCN을 다루는 언론보도 양태는 특히 심해서, 대개 ‘수익, 조회수, 구독자수’ 등 ‘숫자’만 강조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쓰는 등, 딱히 미디어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크리에이터나 MCN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면, “OOO의 월수입이 몇 천만원”, “억대 수입 상위 1% 크리에이터들의 성공비결”, “OOO, 채널 개설 몇 달만에 조회수 OOO회 돌파” 등의 헤드라인을 사용한 뉴스들이 부지기수다. 불법 콘텐츠 관련 뉴스들도 마찬가지다. “도 넘은 1인 방송, X팅은 기본, XXX도 생중계”, “일탈 부추기는 1인 방송”, “‘XX하겠다’ 1인 방송의 명암” 등에서 볼 수 있듯,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향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콘텐츠 창작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크리에이터들의 사회적 역할 등, 우리 사회가 진짜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을 다룬 기사들은 절대적으로 드물다. 그렇다보니 MCN 기사들은 넘쳐나지만, 건설적 제안이나 심층분석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는데도, 언론은 딱히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주역들이 열광하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산업인데, 단순히 일부 스타들의 수익 공개나 일탈행동으로 성공여부를 규정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오만한 조치가 아닐까.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에 대한 범사회적 공감대는 언론의 의제설정을 통해 형성되는데 말이다.
정규교육에서 처음으로 미디어를 다룬 것은 2007년과 2009년 개정교육과정 국어과목에 ‘매체(미디어) 언어’와 ‘매체(미디어)와 문학’ 부분이 실리게 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때의 미디어는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서 사용되었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시도된 것은 2015년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이후다. 정식으로 시행된 지 3년째인데다 학교 내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정식 교과목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진로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부분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체험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MCN 산업은 수익모델 발굴을 이유로, 빠른 성장세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해 왔다. 콘텐츠 가치가 조회수와 구독자로만 평가되다보니 점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데, 아이들은 리터러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무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콘텐츠 수는 전에 없이 다양해졌지만, 콘텐츠를 창작하고 소비하는 이유와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박성조, 2017).
그런 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자유학기제를 통해 미디어 교육이 시행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마침 2015년은 UCC에서 MCN으로, 1인 창작자 영상을 활용한 산업화가 막 진행될 때였다. MCN이 등장하던 시기에 교육이 미디어의 이용과 효과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는 점은, 주로 10~20대를 대상으로 하는 MCN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MCN 업계 공동의 임무는 향후 우리나라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리터러시 교육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엠씨엔협회는 2018년 여름방학기간 동안,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 집중학기제’ 프로그램에서 크리에이터의 기본 소양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4) 영상 창작을 통한 민주시민 교육
한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 수준은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미디어와 국가의 정치체제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미디어 이용 능력의 함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민주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민의 정치참여다. 개인의 정치참여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치적 지식과 태도를 내재화하여 정치의식을 형성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며 이를 ‘정치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개인의 정치사회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 중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오대영, 2018).
사회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생각 하나하나가 모인 집합체다(강숙희, 2002). 그래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민주시민 양성을 막는, 어떤 면에서는 위험한 제도일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획일화된 교육과, 첨단기기 활용여부만을 평가하는 기술중심적 차원의 교육정책에 몰두해 있었다. 1995년 자율화의 기치를 내걸었으나, 각종 컴퓨터 기기만 도입했을 뿐 첨단기술의 도입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인문학적, 윤리적 성찰은 전무했다. 학교는 첨단기술전시장에 가까웠고, 기술체계와 윤리의식의 간극은 우리사회의 시민성 부재현상의 핵심원인을 제공했다(정용교, 2012).
이런 와중에 UCC와 MCN은 그동안 거대 언론에서 소외되었던 다수의 일반인들이 사회문화의 주도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열었다. 매일같이 넘쳐나는 콘텐츠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창작자들이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다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새롭게 창작되는 MCN 콘텐츠의 양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전통미디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던 다수의 1인들이 콘텐츠 창작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산시키는 것을 매우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신원선, 2010). 힘의 불균형이 전제되었던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과 달리,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는 약자였던 ‘1인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주체로 부상하면서 힘의 전위가 일어났고, 이러한 1인들의 유기적인 결합과 해체 과정에서 다양한 소통 (communication)을 하며 사회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1].
이런 점에서 MCN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연결되며, 다른 학생들과 창작한 영상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표현이 ‘확장’되는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개념을 구체화시킨다(신원선, 2010).
이를 통해 볼 때, 미디어 교육은 참여와 소통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가르치는 중요한 전략이다. 그 중에서도 MCN 콘텐츠를 창작하는 행위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매체, 매체와 매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 및 현상의 해석과 비판적 분석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용이 크다.
가령 ‘온라인 게임 중독’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개인의 관점부터 학교, 청소년 집단, 개발자, 정부정책, 비즈니스 기획안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수준도 그만큼 높아진다(김성천, 2018). 따라서 MCN 콘텐츠는 개인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중요한 창구이자,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강숙희, 2002).
디지털 미디어 세상은 산술적으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만큼, 유통되는 콘텐츠의 양과 채널의 수도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용자들은 그 중 특정한 콘텐츠나 채널, 또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온갖 활동 기록들(data)을 남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이 바로 이 데이터이며, 그에 따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용자 데이터는 마케팅/유통/편성/판매/투자/해외진출/신사업 개발 등 기업이 비즈니스 수행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예측변인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의 데이터가 모이는 곳은 플랫폼이다. 따라서 플랫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은 플랫폼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각종 활동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자신의 채널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장단점과 잠재력, 특기와 적성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창작자들에게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인기 크리에이터일수록 이용자 분석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
영상을 올리는 순간부터 플랫폼은 시청자의 활동내역을 보여준다. 영상의 조회수, 공유수, 좋아요수, 댓글수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통된 이용자 기록이다. 여기에 창작자들에게 제공되는 로그 페이지로 들어가면, 이용자들의 하루 중 주로 방문하는 시간대나 영상의 평균 시청시간, 날짜별 이용자 통계 등 보다 세분화된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표들을 해석하는 것은 이용자를 이해하는 필수정보이자 다음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서가 된다. 게다가 유튜브 기준으로, 구독자수 1000명 이상이 되면 조회 수에 따라 광고수익이 발생한다. 학생들은 콘텐츠에 붙는 광고 수익을 통해, 실물경제에 앞서 디지털 환경에서 가상경제를 체험하면서 경제원리와 시장구조를 미리 익혀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산업이 대거 출현할 것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이 뛰어난 청년층의 창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 시절부터 경제관념 및 시장원리를 가르치고, 이것이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콘텐츠의 창작-유통-마케팅-홍보-소통-분석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습득 및 체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 특성을 이해하고, 자본과 인력, 기업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장소다. 또한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이자 각종 합의와 판결, 거래와 소통이 일어나는 디지털 생태계의 총합이다. 따라서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응용/적용하는 실험 교육은 특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미디어 교육 방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이나 중국은 10대 창업자들이 다수 등장하여 놀라운 속도로 성과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 IT기업 페이스북의 CEO인 주커버그도 15살 때부터 CEO로 활약한 바 있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삶으로, 교육으로 접하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경력이다.
10대는 가능성이 많은 시기다. 성패는 중요하지 않다. 이 시기에 플랫폼 속성을 배우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개인에게도 커다란 경험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 강사풀이 부족하다는 당장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미래 전략 차원에서 국가가 장기적인 목표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콘텐츠 장르, 시청 행태, 채널 홍보 전략, 프리롤 광고, 플랫폼 신규 서비스 기획 및 개발, 코딩, 댓글, 조회수, 공유 등의 데이터 분석 등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많다. 이를 통해 볼 때, MCN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은 종합 교육 시스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가 삶의 영역으로 들어온 시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껏 우리 사회가 미디어를 대하는 방식은 다분히 배타적이었다. 미디어의 층위가 복잡해진 시대지만,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채, 미디어의 악영향만 강조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201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MCN 산업은 크리에이터 팬덤과 유통되는 콘텐츠의 수, 이용자들의 지지, 다양한 수익모델 등에 힘입어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마이너 영역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여기에는 MCN 콘텐츠를 주로 B급 정서에 기댄 오락물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도 한 몫 한다. 그렇다보니 MCN 콘텐츠에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존재했고, 주 이용층인 청소년들을 MCN 콘텐츠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도 여전히 굳건하다.
이 글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MCN이 어떻게 국가의 정규교육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구체적으로는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한 과목별 교육콘텐츠의 개발과 교사와 학생들을 활용한 교육 전문 크리에이터 발굴을 제안했으며, 콘텐츠의 창작 경험을 통해 공감능력을 계발하는 것과 디지털 윤리 및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시되는 데이터의 활용방안을 다룸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인재 육성 방안을 고민했다.
창작자와 이용자의 구분이 사라진 시대에서 우리 모두는 콘텐츠 창작자로서, 또한 콘텐츠 소비자로서, 그리고 채널 및 플랫폼 운영자로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력을 전달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콘텐츠 창작 측면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의 과제를 던진다. 반면 콘텐츠 이용 측면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수용할 것인지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목적의식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 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사회 구성원들간의 단단한 유대감과 신뢰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이 지속적인 미디어 교육을 통해 가능하며, 그 중에서도 콘텐츠 창작과 활용, 유통 등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부분이다.
다양한 교육이 있지만, 초중고 정규교육이 갖는 무게감은 다르다.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고민은 지금까지 수없이 해왔다. 이제는 이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추천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서, 콘텐츠의 선별능력과 메시지 비판적 수용능력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MCN을 활용한 교육은 단순히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 스스로가 참여하여 느껴보는 ‘경험’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창작경험에 의한 공감능력과 디지털 윤리의식, 그리고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개인 혹은 팀플레이를 통한 주체적 사고와 협동심이 계발되어야 하는 것 또한 물론이다.
[각주]
1. 유진희(2017.7.9.). `1인 시대`와 MCN의 미래. <디지털타임즈> 칼럼.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9&aid=0002411671
[연관 포스팅]
1. MCN이 미디어 산업에 가져온 파괴적 혁신(KCA 전문가 리포트, 2019)
2. 비드콘 2018 참관기 (RAPA-KMCNA 2018웹진 Vol.1, 2018)
3. 창작자 에이전트(MCN 사업자)를 말하다 ( 고용정보원 신직업 소개원고, 2016)
4. '1인의 시대'와 'MCN의 미래' (디지털타임즈 칼럼, 2017)
5. MCN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디지털타임즈 칼럼, 2016)
강숙희(2007), UCC의 교육적 효용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에 관한 연구. <교육정보미디어연구>, 13(4), 25-48.
김성천(2018), 공교육 내 미디어교육 구현 가능성, <미디어 리터러시>, 2018 봄호(4호),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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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선(2010), UCC 제작, 발표를 활용한 발표와 토론 교육 – 표현의 확장과 퍼블릭 액세스 개념을 중심으로. <사고와 표현>, 3(1), 57-81.
심재웅(2017), 개인방송과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와 교육>, 7권 2호, 16-27.
오대영(2018), 유튜브 정치동영상 이용이 정치사회화에 미치는 학습효과: 정치효능감, 정치관심도, 정치참여를 중심으로. <교육문화연구>, 24권 1호, 9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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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교(2012), SNS시대 시민교육의 도전의 방향. <윤리연구>, 85호, 263-288.
최재홍(2016), 가상현실을 통한 교육과 문화 산업의 미래. <미래연구 포커스>, 2016 여름호, 20-23.
홍원식(2017), 미국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황 ‘가짜 뉴스’ 위기감에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장 움직임. <미디어 리터러시>, 2017 겨울호(3호),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