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아비키 May 02. 2020

예술과 수학, 융합의 시대 그리고 콘텐츠

살바토르 달리 '제비의 꼬리'를 보며

 글에서 언급한 '살바토르 달리' 작품 "제비의 꼬리" <비밀의 미술관>이라는 에서 소개된 작품입니다.^^



휴일을 맞아 집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다. 원래 휴일에는 업무와 연관된 책들 말고, 좋아하는 취미형 장르를 읽어줘야 하는 법이다.ㅋㅋㅋ 미술사 관련한 인문학 서적으로 읽고 있는데, 재미있는 걸 배웠다.

살바도르 달리는 반고흐처럼 매우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화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있는 유명 화가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사막 같은 곳에서 시계가 흐물흐물하게 늘어져있는 그림을 다들 한 번씩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림을 보면 다들 "아, 이 그림!"하고 말할 수 있는 낯익은 작품을 그린 사람. 그가 살바도르 달리다. 작품명은 <기억의 지속>. 초현실주의 화가다운 작명이자 그림이다.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 (1931)


하지만 <비밀의 미술관>을 읽는 동안, 그의 작품에서 더 흥미로운 작품을 발견했다. 혹시 달리의 <제비의 꼬리>라는 작품을 아는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추상화는 해석이 어려워서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76세의 늙은 화가가 4년간 '수학공식'을 공부하여 그걸 표현했다는 설명은 이 그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학을 공부해야 했다니. 화가는 어떤 그림을 구상했던 것일까.


흔히 생각하는 '수학공식'은 해석의 여지가 최소한인, '팩트'를 표현하는 '설명' 또는 '법칙'이다. 그런데 인간의 해석과 감정의 여지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미술작품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비밀의 미술관> 살바도르 달리 편에서.


결국 인간 세상에서 명확한 법칙이나 공식, 팩트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팩트라고 믿고 있던 것들조차, 인간의 해석과 감정의 표현을 덧입어야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8년전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었을때 느낌처럼, 동일한 현상이어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관점, 그것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현상은 엄청나게 다른 각각의 '사실들' 분화/발전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사실' 또는 '진실'이란 단어를 말함에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럼에도 이 단어들을 너무 쉽게 남용하는 과오를 저지른다. 누가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물론 반대로 인간의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수학이나 과학공식으로 객관화하는 시도도 가능할테고, 그럴 경우에는 위에 끄적거린 것과 정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다양한 사유와 해석을 끌어내는 것은 역시 전자, 즉 수학공식인지 뭔지하는, 우리가 자꾸 '객관적으로 설명해보려고 하는 무언가'를 '예술이라는 추상적 영역'으로 끌어내었을 때 보다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또한 그 강력함은 '비주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것을 설명한 '텍스트'의 힘도 무시 못한다. 어쩌면 내가 텍스트형의 올드한 인간이라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 (Z세대의 1020 세대에게는 비주얼의 힘이 더 강할테지.)

어찌되었든, 내겐 수학공식이 예술로 표현되면서 끌어내는 사유와 감정의 다양함이 더 매력적이다.

IT나 공학이 인문예술과 융합되는 현상은 요즘만이 아니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원시시대에도, 다빈치의 시대에도, 살리와 피카소의 시대에도. 다만 우리가 지금 떠들고 있을 뿐이다.

머릿속에 팝업처럼 뜨는 여러 생각들이 얽혀면서 복잡해졌다. 덕분에 주절주절, 핵심도 없는 글만 나열하고 있다. 그래도 그림에 담긴 의미의 충격은 가시지 않는다.

책은 본 그림에 대해 다음의 구절로 설명한다.


본 그림은 "대참사나 비극 등이 연속적인 배경에서 불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푼 돌발이론과 인류 재앙의 근본이라는 4차원 현상 등에 대한 것"이다.(p.59)


읽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우~!!


그리고 그 감탄은 위 문장을 곱씹을수록 더욱 커졌다.

미술과 수학의 결합이 가져온 임팩트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그야말로 융합의 시대다. 우리는 또 어떤 것을 융합할 수 있을까. 이질적인 요소들이 융합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리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융합은 설렘을 주는 과정이자, 불안을 주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도전해볼만 하다. 특히 이질적인 것들이 융합할수록 더욱.


비단 콘텐츠 뿐이겠는가. 우리 삶에서도 융합을 시도할 부분은 많다. 미처 생각을 못해서, 용기가 없어서, 의욕이 사라져서, 또는 어느새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진 나이가 되어서 못할 뿐.


그래서 달리의 수학+미술의 시도가 인상적이다. 4년간 노력한 화가의 끈기도.






#살바도르달리 #제비의꼬리 #비밀의미술관 #인문예술


매거진의 이전글 천재였지만 천재이기를 거부했던 예술가 '미켈란젤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