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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Sep 16. 2015

아버지, 그 존재의 의미 (3)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


(2편에 이어서)



5. 아버지는 무엇인가 - 조형사와 용식에게, 황반장과 윤창민의 자녀들에게

           

'추적자'는 조연들의 존재감도 컸던 드라마다. '추적자'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였거나,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다.


드라마는 이들에게도 "아버지는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 않게 인기를 끈 캐릭터로 용식(조재윤 분)과 조형사(박효주 분)가 있다. 전체적으로 심각했던 드라마 분위기 속에서 이들 캐릭터는 웃음과 즐거움을 제공하면서 드라마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의 행복한 결말도 맺는 이들 커플은 언젠가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이들이 제법 훌륭한 부모가 될 거라는 건 모든 시청자들이 예상하는 바다. 돈과 권력은 없지만,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는 그들이기에 그럴 거다.


여기서 그들의 부모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돈과 권력의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식들을 기른 그들의 부모는 백홍석 만큼이나 훌륭하다.


전과 7범임에도 용식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용식의 사랑은 동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비록 전과가 있긴 해도 용식의 순수한 본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이것이 가난한 환경에서도 용식의 아버지가 용식에게 남겨준 것이었다.


조형사의 아버지는 두 번이나 이혼한 딸을 실패자라고 책망하지 않는다.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상관없이, 조형사는 그냥 자신의 딸이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태어나 줘서 고마운 딸.


그래서 아버지는 딸의 생일에 전화를 건다. 조형사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것은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미역국은 먹었는지, 케익은 먹었는지.


조형사의 아버지는 "너의 선배인 백홍석이 법정 살인범이 되었으니 관계를 끊어라", "너는 네 일만 하면서 살아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제안을 하려고 전화한 적이 없다.


조형사의 아버지는 딸에 대한 믿음과 딸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진짜" 아버지였다.      

                              

 

'추적자'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윤창민과 황반장의 자녀들이었다. '추적자'는 "아버지"를 주제로 한 드라마다. 선인이건 악인이건 할 것 없이, 이 세상에서 아버지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창민(최준용 분)은 홍석의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돈의 세상에 굴복한 사람이었다. 돈 때문에 친구의 딸을 죽인 아버지. 창민의 7살짜리 딸은 이러한 아버지를 어떻게 평가할까.


자신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자상한 아빠와 살인자로서의 아빠 사이에서, 창민의 딸이 겪게 될 충격과 분노는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돈과 권력의 세상과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의 세상을 두고, 창민의 딸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황반장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황반장의 두 자녀들은 대학생이 된 성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더 착잡할 수 있다.


정의를 주장한 대가로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 그래도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존재인가, 아니면 무책임한 존재인가에 대해 아직 해답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버지는 돈 때문에 홍석을 배신했다.


아버지는 배신자인가, 아니면 가족을 위해 오명도 뒤집어쓰는 희생자인가. 황반장의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지, 그들이 내리게 될 결론을 알고 싶다.



맺으며 - 오늘도 힘겨운 현실을 달려가는 우리네 아버지들.   

                               


드라마 '추적자'는 종영했다. 하지만 스토리는 계속된다. 이는 극 중의 인물들이 모두 아버지이거나 아버지를 둔 자녀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버지의 삶, 아버지의 역사는 멈추지 않는 법이다.


우리의 아버지는 어떤가. 우리의 아버지는 백홍석인가, 강동윤인가.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최정우의 아버지인가, 신혜라의 아버지인가. 돈과 권력을 가르쳐주는 아버지인가, 인간다움을 가르쳐주는 아버지인가.


세상엔 많은 아버지들이 있다. '추적자'는  그중 일부만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드라마 '추적자'가 보여준 대로 "돈과 권력에 물든" 세상이 맞다.


그래도 감사한 건, 현실의 많은 아버지들은 돈과 권력의 세상에서 벗어나 "원래의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들의 삶은 버겁고 힘들다. 하루 종일 일했어도  내일 해가 뜨면 또다시 나가서 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 힘든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꿈의 세상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추적자'는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다. 이는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횡포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 난 "진짜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싶다.


주인공이 백홍석인 것은 그 때문이다. 힘 있는 사람들의 세상 같지만, 그 안에서 지금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들.


삶의 무게 때문에 그들의 어깨는 매일 조금씩 낮아지지만 그만큼 자식들에게 물려줄 이상적인 세상은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 '추적자'는 주인공 백홍석을 통해 말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난 후 먹먹했다. 힘겨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아버지는 결국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강동윤이 8년을 받은 거에 비하면 억울하다.


하지만 홍석은 웃었다. 돈과 권력의 세계에선 그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범죄자일지 몰라도, 딸에게 물려준 세상에서는 무죄였기 때문에 그랬다.


아빤 무죄야.


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기 위해 달려온 아버지는 이 말을 들을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들도 이 말을 듣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죄인 아빠.


'추적자'는 이런 아빠들에게 바치는 헌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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