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어 <인사이트 리포트> 3호 (2021.10)
본 글은 플래티어의 '인사이트 리포트 3호'에 실린 원고 전문입니다. 리포트 형식으로 쓴 글이라 온라인에서 읽기엔 분량이 길지만, 어렵지는 않은 내용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예쁘게 편집된 PDF버전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으시면 됩니다. ^^
2018년 개봉한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메타버스 세상을 표현한 대표적인 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가상과 현실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다. 상업 영화의 특성상 다양한 볼거리와 오락적 요소가 부각되지만, 경제, 오락, 의료, 통신, 교통 등 일상의 모든 부분이 현실과 가상 세계에 동시에 구현되고 자유로운 공간 이동을 설정한 부분은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교과서’에 가깝다.
2020년 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단어는 단연코 ‘메타버스(Metaverse)’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예상 외로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일상이 필수로 자리잡아가는데 따른 결과다. 이제 대중은 ‘온라인’이라는 가상환경 속에서도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고자 하는, 보다 고도화된 욕구를 발현 중에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 또는 초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영단어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된 신조어로, 가상에서 현실과 유사한 실재감(presence)을 느끼고 싶어하는 ‘대중의 요구’와 ‘기술의 진보’가 합쳐져 발전한 ‘미래형 융합 공간’이다. 이 때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홀로그램 등 실감기술(XR: Extended Reality)’이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라면, ‘공간’은 그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보면 된다 (유진희, 2021).
현재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PwC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64억 달러(원화 약 53조 3136억원)에서 2025년 4,764억 달러(원화 547조 3836억원), 2030년에는 1조 7500억 달러(원화 2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PwC, 2019). 성장률로 따지면 각각 320%, 1,180%에 달하는 경이로운 숫자다.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메타버스 기업의 대표 주자인 미국의 ‘로블록스’는 2021년 3월 뉴욕 시장에 상장할 때 기업가치가 383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했고, 2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Z의 ‘제페토’는 1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페이스북, MS,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감기술’ 투자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메타버스는 비즈니스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고객과의 깊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마케팅 채널이며,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 동인이다.
가상과 현실이 연결된 메타버스 공간의 ‘확장성’은 진정한 온·오프라인의 통합(OMO: Online merge with Offline)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업계가 특히 환영할 만하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와중에, 기업은 새로운 메타버스 환경에 뛰어듦으로써 더 많은 ‘거래의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실감기술을 가장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3대 산업 분야는 게임, 엔터, 그리고 패션이다. 이 중 패션 메타버스 시장은, 사용자 대부분이 MZ세대로 구성된 게임과 엔터 시장에 비해,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넓고, 디자인, 시제품, 생산, 구매 전환, 재고, 패션쇼, 피팅, 모델(아바타) 등 실감기술을 적용한 범위가 훨씬 다양하다.
그렇다면 패션 시장에서 메타버스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고 있을까? 본 고에서는 ‘실감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는 패션 시장의 비즈니스 흐름과 그에 따른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기술연구재단 ‘ASF’는 기술-이용자 관계와 공간(가상-현실)의 연결에 따라 구분한 메타버스를 4가지 유형(증강현실, 라이프로깅, 미러월드, 가상현실)으로 구분한 바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 이 4가지 유형들은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융·복합되면서 그 공간적 범위와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가령, 피트니스 시장에서 ‘증강현실’과 ‘라이프로깅’이 결합된 서비스(AR + Life-logging)가 늘고 있다면, MICE산업 시장에서는 ‘가상현실’ 또는 ‘미러월드’와 ‘라이프로깅’의 결합 모델(VR + Life-logging)이 인기다. 그런가하면 한때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지도/네비게이션 시장에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라이프로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및 패션 시장은 VR+AR이 융합된 혼합 현실(MR) 기반의 경제 생태계로 변모하는 중이다(유진희, 2021).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 만큼, 메타버스 공간 유형은 갈수록 융복합 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ASF의 메타버스 4가지 유형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라이브게임사 ‘비머블(Beamable)’ CEO인 존 래도프(John Radoff)는 메타버스를 ‘인프라’, ‘휴먼인터페이스’, ‘분산화’, ‘공간 컴퓨팅’, ‘창작자 경제’, ‘발견’, ‘경험’의 7개 층위로 구분하여 경제인들의 공감을 얻었다(J.Radoff, 2021.6). 존 래포드가 구분한 7가지 층위들은 ‘활용 기술’과 ‘공간’, ‘데이터’, ‘마케팅’, ‘사용자 반응(몰입 또는 참여)’, ‘세부 시장’ 등이 반영된 결과로, ASF가 공간 개념으로만 구분한 것에 비해 보다 복합적이고 정교하다.
이 중 이커머스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가장 바깥쪽의 층을 구성하고 있는 ‘창작자 경제(Creator Economy)’, ‘발견(Discovery)’, 그리고 ‘경험(Experience)’이다. ‘로블록스’, ‘제페토’ 등 국내외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창작자 경제에 기반을 두고, 창작자(개인, 기업, 브랜드 등)와 소비자 간 직거래가 일어나는 D2C 형태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발견’의 층위는 메타버스 경제가 더욱 발전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이커머스는 고객이 직접 ‘거래 가치(가격)’를 평가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내 브랜드를 어떻게 발견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이전보다 커지게 되며, 그에 따라 최적의 타이밍과 메시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더욱 중요해진다.
가장 바깥 층위를 구성하는 ‘경험’은 실감기술 활용의 필수성을 설명한다. 가상에서 현실의 실재감을 제공하면서도 물리적 현실의 제약을 없애는 메타버스 환경은 고객들의 몰입을 극대화시켜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도와 구매 전환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가상 피팅, 홀로그램 패션쇼, 2D 디자인/3D 시제품, 디지털 의류 제작 등 패션 업계에서 활발히 일고 있는 다양한 실감기술과의 결합 시도는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패션테크(fashion-tech) 사례들이다.
패션은 일찍부터 테크놀로지와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 분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친화적인 산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패션 시장의 비즈니스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제품의 수요조사, 샘플, 디자인, 생산 (원자재 포함), 재고 관리 등 상거래에 필요한 대부분의 과정들이 대개 담당자의 감이나 취향, 직관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아직 일반적인 탓이다.
그러나 최근 패션 시장은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실험적 비즈니스를 적극 시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패션계의 실험은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1) 실감기술(XR)을 활용한 ‘가상형’ 비즈니스 시도, 2) 고객이 평가한 ‘가치’로 거래가 결정되는 경매형 완전경쟁시장 구현, 3) 시간 및 비용의 효율성(ROI) 개선이 그것이다.
· 의류: ‘가상 패션쇼’ 확산 및 ‘가상 의류’ 판매 비즈니스 등장
최근 패션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VR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형 비즈니스의 확산’이다. <헬싱키 패션 위크(HFW: Helsinki Fashion Week)>는 2016년 출범 당시부터 ‘가상 패션쇼’를 표방한 것으로 유명하다. HFW는 매년 공개하는 컬렉션을 실시간으로 3D형태로 바꿔서 라이브로 공개하며, 사람과 가상 인물을 함께 모델로 등장시킨다.
2020년부터는 <런던 패션 위크>, <파리 패션 위크>, <밀라노 패션 위크> 등 권위있는 세계 패션쇼들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여기에 개별 브랜드들도 가상 패션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상 패션쇼’가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디올(Dior)’은 가상 패션쇼를 기획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Designer of Dreams>를 선보였고, 1020대 여성 브랜드인 ‘팔로마 울(Paloma Wool)’은 타겟 연령대인 일반인 고객을 선발하여 각자의 장소에서 가상 런웨이를 진행하는 기획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J.Davis, Bazzar, 2020.7.3).
가상 의류 판매도 활발하다. 미국의 ‘드레스-X(Dress-X)’와 네덜란드의 ‘파브리칸트(Fabricant)’ 같은 패션테크 기업들은 ‘100% 디지털 패션’을 표방하는 기업답게 ‘디지털 전용 의상 판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드레스-X’의 비즈니스 모델은 젊은층을 겨냥한 가상 의류 판매다. 고객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구매한 후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1~2일 내로 해당 디자인을 입은 자신의 가상 착용샷을 이메일로 받게 된다. 실제 사진같은 정교함과 고화질을 자랑하는 가상 착용 이미지는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주요 SNS에 최적화된 다양한 버전으로 제공되는 데다, 비용도 평균 10~50달러 수준이라 MZ 세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이 회사의 설립자는 “10년 내 10억 개의 디지털 의류 판매가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B.Robert-Islam, Forbes.2020.8.21).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파브리칸트’는 아예 제품 기획자가 증강현실(AR) 아티스트이며, 공식 웹사이트에도 VR, AR 전문가 채용을 공고할 정도로 가상 디자인에 집중한다. 이 회사 수석 디자이너가 “물리적 공간에 얽매이지않은 미래형 옷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드레스-X가 저렴한 비용으로 가상의 ‘기성복’ 디자인을 판매한다면, 파브리칸트는 가상의 ‘맞춤 의류’를 옥션 방식으로 판매한다. 그 중 2020년 6월에 판매된 드레스 ‘Iridescence’는 판매가가 9,500달러(원화 약 1천1백만원)에 알려져 전세계 패션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고가의 맞춤 의복을 판매하는 만큼 파브리칸트는 드레스-X보다 좀 더 고도화된 기술을 사용한다. 경매로 판매한 3D 가상 드레스를 28일 내에 고객 맞춤형의 2D 형태로 재디자인한 다음, 각종 SNS 사이즈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필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파브리칸트는 고객의 움직임 또는 이미지에 다양한 영상과 배경을 합성하여 가상 착용 이미지를 제작하는데, 회사는 이 과정을 디자인 또는 피팅 대신 ‘포스트 프로덕션’이라고 설명한다 (The Fabricant Official Website).
국내 패션 시장에도 2020년 중순부터 메타버스 기술 활용이 늘고 있다. 패션 커머스 스타트업인 ‘에프엔에스홀딩스’의 패션 메타버스 플랫폼 ‘패스커’는 ‘VR 스토어’와 ‘3D 쇼룸’을 통해 고객에게 가상 의류를 판매한다. 에프엔에스홀딩스는 이 서비스로 2021년 7월, 41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박호현, 서울경제, 2021.7.2).
코오롱 FNC의 여성 브랜드 ‘럭키슈에뜨’도 메타버스 플랫폼인 ‘럭키타운’을 운영 중이다. VR 체험 공간인 ‘럭키타운’은 당사 모델의 브랜드 착용 샷과 스타일링을 360도로 보여주는 서비스인데, 제품에 대한 몰입과 실재감을 선사하여 제품 이해를 높이고 있다.
· 잡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가상 피팅’ 서비스 활발
잡화 부문은 의류 시장에 비해 AR 가상 피팅 서비스가 보다 대중화되었다. 개인별 체형이 모두 다른 의류에 비해, 잡화 부문은 비교적 치수가 규격화된 덕분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가상 피팅을 할 경우 단순 스타일링을 넘어 ‘맞춤형’ 제품을 찾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에, 잡화 부문의 가상 피팅 서비스 시장은 갈수록 가파른 성장 추이가 나타나는 중이다.
‘구찌(Gucci)’는 2019년 AR 기술 응용 스타트업 ‘워너(Wanna)’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스니커즈를 AR로 신어볼 수 있는 가상 피팅 서비스 ‘AR 트라이온’ 기능을 도입했다. 고객이 구찌 앱에서 원하는 운동화를 고른 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발을 비추면 그 즉시 해당 신발을 착용한 가상 화면을 볼 수 있는 기능인데, 이때 보이는 가상 착용 모습은 발의 움직임에 따라 어떤 각도에서도 자연스럽게 보여지기 때문에 실제 착용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Wanna Official Website).
미국 운동화 전문몰 ‘고트(Goat)’사의 AR 피팅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구찌와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고트의 피팅 서비스는 아직 미출시된 신제품이나 고가의 리미티드 한정품 등을 미리 신어볼 수 있다는 점에 주력한다 (R.Williams, Marketing Dive, 2019.10.4).
‘나이키(Nike)’의 ‘나이키핏’은 AR 스캐닝 기술을 통해 맞춤형 신발을 제안한다. 나이키는 자체 조사를 통해 60%의 사람들이 자신의 발과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8년 신체 스캐닝 기술을 보유한 ‘인버텍스(Invertex)’를 인수하여 2019년 ‘나이키핏’을 선보였다. 나이키핏은 스마트폰으로 발의 사이즈, 형태, 부피 등을 스캔하여 최적의 운동화를 제안하는데, 실제 발사이즈와 신발의 오차가 2mm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정확도가 강점이다 (Nike Official Website, 2019.5.9).
· 유통, 오프라인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 매장으로 ‘미러월드’ 유형 구현
유통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형태의 ‘미러월드’ 가상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롯데홈쇼핑’과 ‘현대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은 2019년 실감기술 모바일 앱인 VR·AR 전문관 ‘핑거쇼핑’을 런칭하여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동선으로 진열된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VR 판교랜드’ 또한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구성을 갖춘 가상백화점으로 지하1층부터 지상 10층까지 오프라인 판교점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핑거쇼핑’과 ‘VR판교랜드’는 제품을 360도로 자세히 줘서 고객의 제품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매장에 온 것 같은 현실감을 제공한다. 특히 상담부터 상품 감상, 구매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모든 쇼핑 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두 플랫폼은 ‘가상과 현실이 연결된 공간’ 이라는 메타버스의 기본 개념을 충실히 반영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은 다음의 4가지 조건을 가진다.
1) 진입장벽이 없어 기업(공급자)의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함
2) 가격은 오직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며, 외부 요인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
3) 시장 참여자는 가격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짐
4) 거래되는 상품의 가치는 동질함.
현재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는 다수의 비즈니스들은 ‘가치 소비’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경매형’의 오픈 프라이스 정책을 취하는 사례가 많다. 가령,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BMW같은 최고급 자동차보다도 SPA브랜드 의류가 더 비싼 금액으로 거래될 수 있다. 현재 메타버스 내에서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품목들 중 다수는 패션 카테고리에 속한다.
미국의 IMVU는 2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5천만 개의 아이템이 거래되고 있는 패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IMVU에서는 모든 거래 조건이 어떠한 외부의 개입도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의 공급-수요에 따라 결정된다. 심지어 동일 디자인인데도 구매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런 IMVU의 인기는 갈수록 뜨거워져서2020년에만 성장률 44%, 월 활성 이용자(MAU)는 700만 명을 기록했다. 그에 따라, IMVU는 2021년 4월말 기준으로 매달 거래 발생 건수가 2700만 건 이상, 월평균 거래액이 140억 달러(원화 약 16조 1200만원)에 달하며 대표적인 패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힌 상태다 (N.Phelps, Vogue, 2021.5.27).
앞서 언급했던 ‘파브리칸트’의 드레스 ‘Iridescence’도 구매자가 평가한 가치로 금액이 결정된 사례다. 무명 회사의 제품이 9,500달러(원화 약 1천1백만원)라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던 것은 메타버스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다. 제품 구매자는 이 드레스를 아내 선물용으로 구매했는데, ‘장기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지불할 만한 ‘투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Hackl, Forbes, 2020.6.8).
심지어는 디지털 상품이 현실 세계의 실물 제품보다 고가로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2021년 2월 중국 기업 ‘RTFKT’가 선보인 가상 운동화는 단 7분만에 600켤레가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는데, 당시 RTFKT가 가상 운동화 판매로 올린 매출은 310만달러(원화 35억 7천만 원)였다. 물리적 제품은 아니지만, ‘구찌’의 경우 2021년 6월 신제품 컬렉션을 홍보한 영상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매로 2만 5천달러(원화 2,880만 원)에 판매한 사례도 있다 (이지현, 한국경제, 2021.6.17).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 상품에 소비자들이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던 기존 이커머스 생태계와는 결을 달리한다. 메타버스 기반의 커머스는 고객들이 해당 제품 또는 서비스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확고한 브랜드 명성이 없어도, 또는 패션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어도, ‘투자할 만한’ 제품이라는 것이 납득되면 고객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 메타버스 패션 시장의 특징이다. 이는 동일 브랜드라도 복수 포지셔닝 전략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도 매력적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패션 메타버스 커머스 시장은 갈수록 가치 기반의 경매형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매형 비즈니스에서는 선도기업이 구축한 인프라나 브랜드 이미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대신 개개인의 평가로 브랜드 가치가 측정되고 가격 범위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기존 플레이어나 후발주자 할 것 없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패션과 메타버스의 결합이 활발한 또 하나의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메타버스 환경은 기업의 투자효율성(ROI)을 높인다. 가상 피팅과 가상 스타일링을 비롯해서, 가상 패션쇼, 3D 구현을 통한 가상 시제품 제작 등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돕는 동시에 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여 반품과 재고율을 낮출 뿐 아니라, 가상 스타일링의 SNS 공유 등을 통해 마케팅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뷰티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23%가 가상 메이크업 앱을 알고 있으며, 이 중 52%가 구매 전에 가상 메이크업 앱을 활용한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행동 패턴은 제품을 경험하는 시간을 늘리고 구매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일례로 AR뷰티앱 ‘브와(Voir)’는 가상 메이크업을 경험한 18∼44세 소비자들의 구매전환율을 8~12%까지 끌어올렸다. 일반적인 뷰티 이커머스 사이트의 구매전환율이 1∼3%인 것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숫자다 (S.Willersdorf et.al., BCG, 2019.8.6).
‘쇼피파이(Shopify)’도 제품을 3D VR로 살펴볼 경우 구매전환율이 250%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잡화 브랜드 ‘레베카 민코프(Rebecca Minkoff)’는 2019년 가을부터 제품 페이지에 3D VR 기능을 적용한 결과 장바구니 담기와 구매율이 각각 44%와27% 증가했으며, AR로 제품을 살펴봤을 땐 구매전환율이 65% 높아졌다 (J. Wade, Shopify Blog, 2020.3.14). 아웃도어 배낭 브랜드인 ‘미스터리 랜치(Mystery Ranch)’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월간 웹사이트 방문자 중 AR 기능을 사용한 고객들의 90%가 상품을 구매한 것이다. 구매전환율로 환산하면 3.74%인데, 이는 일반 고객들의 전환율보다 무려 43.4%가 높다 (정해순, 패션비즈, 2020.10.).
패션 브랜드 ‘틸리스(Tillys)’는 2020년 미국 내 2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커머스 360(Digital Commerce 360)’사의 AR 윈도우를 설치하여 효과를 보았다. AR 윈도우는 고객에게 당사 제품을 입힌 가상의 3D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실물 크기로 보여주는 서비스인데, 이 기능을 도입한 이후 틸리스의 매장 방문율은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Digital Commerce 360 Website).
메타버스 기술은 제품 기획에도 활용할 수 있다. 3D 디자인과 프린팅 기술은 제품 기획 단계만 수개월이 걸리던 기존 방식에 비해, 기획부터 디자인, 시제품 제작을 단 몇 시간 만에 완성시킨다. 3D 디자인 기업인 ‘앨버논(Alvanon)’의 가상 디자인 솔루션 ‘ABP(Alvanon Body Platform)’은 패션 브랜드의 제품 기획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 아머(Under Armour)’는 이 솔루션을 활용하여 3D 시제품 제작 이후 1~2일내에 본 생산에 돌입하는 등, 물리적 샘플량과 제품 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Just Style, 2020.4.15).
메타버스 기술은 반품률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온라인으로 옷을 살 때 고객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사이즈(Size)와 핏(fit)이다. 화보 형식의 멋진 카탈로그는 고객의 구매를 자극하는 중요 요인이지만, 동시에 구매를 망설이게 하고 반품률을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글로벌 패션 업계는 무려 60~80%에 달하는 반품률로 골치를 겪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2020년 패션 상품의 반품을 처리하는 비용으로 무려 653조원이 소요되기도 했다(정해순, 패션비즈, 2020.10.). 온라인 실태는 더 심각해서, 오프라인보다 반품률이 최소 20%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C. Hackl, Forbes, 2020.6.8).
쇼핑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반영된 행위다. 무언가를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물물교환 행위를 ‘비즈니스’로 발전시켰고, IT기술의 발전은 ‘아마존’, ‘이베이’, ‘쿠팡’ 같은 대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을 탄생시켰다. 덕분에 인류의 커머스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단일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에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를 열며 인류의 활동 공간을 또 한번 확장시켰다. 2000년대 중반 ‘세컨드라이프’와 함께 잠깐 화제를 모았던 메타버스는 어느 순간 인류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듯 보였지만, 비대면 생활권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인류의 ‘미래 공간’이자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커머스 초기 발전을 이끌었던 패션 기업들은 이제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가 되었다. 이들 기업은 가상 런웨이, 가상 피팅, 가상 스타일링 등 실감기술을 누구보다 적극 활용하며, 다양한 형태의 신규 비즈니스를 시도하는데 열심이다. 일례로 디지털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패션 제품’ 서비스를 전용으로 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이러한 패션 기업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 커머스 과정에는 전혀 새로운 원리가 작용된다.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상품 가격은 고객이 부여한 ‘가치’에 기반하며, 현실에서 저관여, 고관여 분야로 구분되었던 기준은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기업들이라면 실감기술을 활용하여 고객들에게 실재감을 제공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부분에 주력해야 한다. 이는 고객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과는 전혀 다른 문법의 ‘가격’ 형성을 통해 단기간에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시간과 비용 효율성의 개선도 패션 기업들이 실감기술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3D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생산으로 재고량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가상 피팅이나 가상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결정을 돕는 것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실감기술을 접목시킨 비즈니스 개발이 앞으로 기업들이 주력해야 할 필수 경영 전략이라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개념적으로는 명확한 정의가 합의되지 않았고, 실감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 대부분이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어떤 모양으로든지 다양한 실감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출현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관건은 “’언제’, ‘어떻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론을 찾아내는가”일 뿐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 시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방안으로 메타버스 기술 활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유입되고 있는 고객군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과 전혀 다른 새로운 브랜드 가치와 고객 행동이 발견될 수 있다. 고객은 자신의 판단 기준에 따라 ‘제품의 가치’를 직접 평가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도 직접 결정한다. 본래 ‘기업’이 가졌던 비즈니스 주도권이 ‘고객’에게로 전이되는 이러한 현상은 고객과의 소통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가령, 메타버스 공간에서 실감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모델이 되어 패션쇼를 열고, 가상 시상식을 주최하며, 가상 스타일링과 3D 시제품 감상을 통해 현실에서의 활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스토리텔링’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라는 ‘포렘스키(Foremski)’의 유명한 명제는 이커머스 기업에게도 적용된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기업은 보유 브랜드(또는 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문화를 생성하는 창작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상적인 가치 기반의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메타버스 환경이 거대 광고판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확실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러면서도 방문자(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메타버스 문화와 규범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구축된 모바일 생태계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다변화 시키며 비즈니스를 보다 유연하고 풍부하게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커머스는 ‘메타버스’로 통칭되는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을 온전히 구현하는 방향으로 또 한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과거 온라인 쇼핑은 여러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직접적 체험’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오프라인 쇼핑을 보완하는 위치에 머물렀다. 그러나 메타버스 환경은 이러한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 이제 고객은 실감기술로 개별 제품을 ‘실제와 유사하게’ 체험하고 관찰할 수 있으며, 현실과 동일하게 구현된 미러월드 공간에서 오프라인 매장과 거의 동일한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실 공간인 ‘오프라인 매장’과 가상의 ‘온라인 몰’을 융합한 ‘메타버스 몰’은 이커머스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차세대 필수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SNS나 앱을 통해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기록하는데 집중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에 집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홀로그램, 반응형 3D등 메타버스의 기술적 특장점을 반영한 다양한 방식의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 흐름을 패션 시장이 이끌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우리가 패션 업계의 이커머스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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