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가끔은 기대어 머물고 싶다.

by 이재훈
나무를 심는 일은
글을 쓰는 일과 닮았다.


삽으로 흙을 고르고, 자리를 다듬으며
생각을 한 줄 한 줄 심는다.


한 문장을 심을 때마다
지난 시간의 흔적이 스며 있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이 자라난다.


가끔은 너무 깊이 심어
숨을 쉬지 못하는 문장이 있다.
그럴 땐 다시 파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살펴본다.


그 과정 속에서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배우고, 자란다.


능소화는 스스로 설 수 없는 나무다.

벽이나 나무에 기대어 자라며

기댈수록 높이 오른다.


햇살을 향해 뻗어나가며
벽을 타고 천천히 오르는 그 모습은
의지의 또 다른 이름 같다.


여름이면 붉은 꽃을 피우지만,
그 아름다움은 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기대어 선 벽이

함께 만든 기적이다.


그늘과 햇살의 경계를 바라보다가

오래된 돌탑 옆에 능소화를 심었다.


처음엔 가지가 연약해 늘어졌지만,
며칠이 지나자 바람에 흔들리며 방향을 잡았다.


잎맥 사이로 초록빛 의지가 자라났다.
기댈 줄 알기에 무너지지 않았고,
흙 속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능소화의 가지는 직선으로 자라지 않는다.

돌아가며, 휘어지며, 결국엔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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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그렇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때로는 누군가의 글에 기대어 자란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간다.


꽃은 한여름에 핀다.
햇살에 닿을수록 선명해지고,
바람에 흔들릴수록 아름다워진다.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본다.
기댐 속에서 피어난 능소화 꽃이
한 편의 글처럼 느껴진다.


혼자 힘으로 피어오르지 못해도 괜찮다.
기대어 자라나는 일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삶도, 글도, 정원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심는 모든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기대어 자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 위에 피어난 능소화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물들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삽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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