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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Feb 13. 2022

경남 남해 금산

-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20여 년 전 승용차로 남해 금산(705m) ‘복곡탐방지원센터’까지 갔다가 20여 분 걸어서 보리암에 간 적이 있다. 보리암-금산산장-단군성전-화엄봉을 거쳐 다시 보리암주차장으로 회귀하는 2㎞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었지만 금산의 절경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도 사람의 발길은 잦았으나 보리암은 꽤 고즈넉한 절집으로 기억된다. 보리암에서 상주해수욕장을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노라니 이성복 님의 시, ‘남해 금산’의 시적 화자가 된 느낌이었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남해 금산     

                

상사암에서 바라본 설흘산과 멀리 여수 돌산반도

남해 금산은 돌을 매개로 신화적 사랑을 표현한 이성복의 시 외에도 조선왕조를 창건한 이성계의 기도, 진시황의 아들 부소와 시종 서복이 영생을 꿈꾸는 불로초를 찾으러 다녀간 전설 등이 깃든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산이다.


오늘은 그런 금산과 보리암을 트레킹을 통해 오르기로 한다. 내비게이션으로 찍어보니 여수에서 금산 등산로 입구인 두모주차장까지는 77km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보리암 일출/남해군

남해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타산이었으나 신라 중엽 원효대사가 이 산을 찾았을 때 갑자기 서광이 비쳐서 보광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고려말 이성계가 입산하여 백일기도로 영험을 얻어 조선왕조를 세우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두르려 하였으나 신하들이 비단금(錦) 자를 붙인 금산(錦山)이라는 이름을 내리는 것이 좋겠다 하여 그때부터 금산으로 불리게 됐다. 


금산은 보리암을 중심으로 해발 500m 이상에서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난온대 식물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으면서 한려수도의 쪽빛 바다와 주변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두모주차장의 서복상

두모주차장에 도착하여 오전 11시 10분경 등산로 입구로 향하는데 2015년 세워진 석상 서복상(徐福像)이 눈길을 끈다. 중국 진시황제의 명을 받고 서복이 삼신산 불로초(三神山 不老草)를 찾아 이곳 금산까지 왔다가 중턱에 지금도 해독할 수 없는 석각(양아리석각)을 남겨놓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를 기념하는 석상이다. 일명 서불과차(徐市過此)라고 불리는 이 양아리 석각은 1974년 경남기념물 제6호로 지정되었다.                     

양아리석각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약 1km 남짓 오르자 일명 ‘거북바위’에 새겨진 암호와도 같은 ‘양아리석각’과 마주한다. 안내판의 내용은 이렇다.                     


천하를 통일한 중국 진시황이 삼신산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시종 서불을 불렀다.

"서불아 너에게 동남동녀 500명을 줄 터이니 불로초를 구해 오라"

서불은 산 넘고 물 건너 남해 금산까지 찾아왔지만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다.

늙지 않게 해주는 풀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서불은 한동안 사냥만 즐기다가 금산을 떠나면서 이 바위 위에 '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는 뜻의 서불과차(徐市過此)를 새겼다고 전해진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등산로

입춘을 지난 뒤 1주일이 넘어선 지 남녘의 바람에서는 따사로움마저 느껴질 정도다, 겨우내 옷을 벗은 나목들도 차츰 잎눈을 맺으려 수분을 가지 끝으로 올려 보내고 있는지 물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부소암 아래 전망대 오르는 길

등산로는 차츰 가팔라져 오르막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더니 부소암 아래 전망대에 도착한다. 서쪽 남해 설흘산 너머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여수·오동도 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시가지는 물론 돌산반도 향일암과 여수 앞바다에 떠 있는 안도와 연도도 조망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여수·오동도 지구. 가운데는 남해 설흘산


앞으로 10여 년쯤 후면 남해군 서면과 여수시 상암동을 잇는 총연장 7.3km(터널 5.93km, 접속도로 1.37km)의 해저터널이 건설된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국비 총 6312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현재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을 거쳐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가 10분으로 줄어들어 여수시와 남해군은 30분대 공동 생활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관광객들은 쉽게 여수·순천권과 남해·하동·사천권을 넘나들 수 있게 되며 고성·통영·거제권까지 그 영향권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부소암 암자 입구

전망대에서 원형 철계단으로 된 통천문을 타고 오르니, 요새처럼 거대한 돌산이 우뚝 서 있다. 부소암이다. 부소암은 법왕대라고도 하는데 중국 진시황의 아들 부소가 이곳에 머물며 살다가 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부소암 아래의 작은 암자는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그곳에는 고려시대에 제작되어 2011년 보물 제1736호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 진본 권53’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 진시황제의 아들 부소가 머물며 살다 갔다는 부소암. 좌측 아래에 부소암 암자가 있다

부소암에서 단군신전과 상사암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해 상사암으로 향한다. 상사암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조 19대 숙종 때에 여수 돌산지역 사람이 남해로 이사와 살았는데 이웃에 사는 아름다운 과부에게 반하여 상사병에 걸렸다. 남자가 상사병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자 아름다운 과부가 이 바위에서 남자의 상사를 풀었다 하여 상사암이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상사암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상사암은 보리암과 상주은모래해수욕장을 두루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여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물려 든다. 상사암을 떠나 금산산장을 거쳐 단군성전으로 향한다. 단군성전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 겨레의 시조인 단군 할아버지를 모시는 곳이다.                     

단군성전

단군성전을 둘러보고 봉수대가 있는 금산 정상으로 향한다. 금산 봉수대는 고려 중엽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둘레 26m, 높이 4.5m의 원형으로 원래 모습을 비교적 잘 보전하고 있다. 시야가 좋아서 봉수대에서는 신수도, 사량도와 두미도, 수우도 등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섬들은 물론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된다.    

금산 정상 봉수대

정상 봉수대에서 보리암으로 내려서니 주말이라 그런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등산복 차림보다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캐주얼 복장이 대부분으로 복곡탐방지원센터까지 올라와 보리암을 돌아보는 관광객들 같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상사암

해발 681m 절벽 위에 자리한 보리암도 많이 변해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상계사의 말사로 683년(신문왕 3년) 원효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에 암자의 이름을 보광사라 지었다고 한다. 보광사는 이후 조선 현종 때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준다(菩提)’는 뜻으로 보리암으로 바뀌었다.                     

보리암 해수관음상

예전 보리암 주위로는 여러 건물이 들어섰고, 한 가지의 소원은 들어준다는 해수관음상 앞에서는 가족 단위로 기도를 드리는 인파들이 많다. 한국의 해수 관음 성지로는 예로부터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을 꼽는데 보리암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쌍홍문으로 가는 길

보리암의 한쪽에 조용하게 앉아서 남해를 조망하는 과거의 그런 낭만은 이제 느낄 수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해수관음상에서 쌍홍문 방향으로 하산한다. 급경사인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쌍홍문에 이른다. 오랜 풍화작용으로 바위에 구멍이 뚫린 것인데 마치 수우도 해골바위를 보는 듯하다.                     

내려가다 본 쌍홍문

쌍홍문은 금산의 관문으로 옛날에는 천양문(天兩門)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원효대사가 두 굴이 쌍무지개 같다고 하여 쌍홍문(雙紅門)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군봉(우측)

쌍홍문에서 1.6km의 금산주차장 입구까지는 급경사 돌계단이다. 그 사이에 장군이 검을 짚고 앞의 봉우리를 향하여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장군암과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는 신선들이 모여 놀았다는 사선대를 지난다. 비교적 한적한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준비해 간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한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급경사 돌계단을 타고 금산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금산주차장

금산주차장으로 하산하여 주차해 둔 두모주차장까지 약 2km의 포장도로를 걷어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트레킹 코스> : 약 8.3km (5시간)

   o 두모주차장 → 양아리석각 → 통천문 → 부소암 → 헬기장 → 상사암 → 금산산장 → 단군 성전

      → 금산 정상(705m) → 금산각 → 보리암 → 쌍홍문 → 금산주차장→ 두모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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