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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Feb 06. 2022

경남 통영 한산도

- 이순신 장군의 땅에서 머문 하루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에서 유래된 오늘의 ‘통영(統營)’                     


코발트 빛을 품고 호수처럼 잔잔한 통영 앞바다에는 41개의 유인도와 529개의 무인도가 저마다의 비경을 간직한 채 점점이 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 혹은 ‘바다의 땅’으로 불린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통영 앞바다의 섬들을 향해 떠난다.                       

제승당 방면에서 바라본 해변도로. 좌측 멀리 한산대첩기념비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러나 통영(統營)이란 이름의 유래를 좀 더 속살 깊이 들여다본다면 통영 바다의 아름다움과 낭만은 오히려 가슴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통영이란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경상·전라·충청도 3도의 수군을 통솔하는 지휘 관청인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최초로 한산도에 둔 데서 비롯됐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선 수군은 왜군이 서해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해로(海路) 저지에 나선다. 이순신 장군은 전라우수사 이억기, 경상우수사 원균의 부대와 연합하여 1592년 7월 8일과 10일에 각각 한산도 앞바다와 안골포에서 왜군을 크게 무찔렀다. 한산대첩에서 이순신이 승리를 거둔 데는 학익진과 거북선, 판옥선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전투에서 왜적의 배 47척을 격침시키고 12척을 빼앗았으며 20여 척을 불태웠다. 


조선 수군은 한산대첩의 승리로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여 북진을 막았고 곡창지대인 전라도와 충청도를 지켰다. 한산대첩은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첩으로 불리고 있으며, 세계 해전사에서도 4대 해전에 속하는 유명한 해전으로 알려져 있다.  


한려수도의 관광 1번지 한산도 제승당(制勝堂)                     


통영항에서 제승당 선착장을 오가는 한산농협카페리호

한산도는 한려수도의 시발점이기도 하면서 관광의 1번지다. 한산도와 여수의 앞글자를 따서 오늘의 한려해상이란 명칭이 탄생했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을 먹고, 오전 10시 40분 출발하는 차도선 한산농협카페리를 타고 이순신 장군의 땅인 한산도 제승당으로 향한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2km 거리에 위치한 한산도는 한산면의 본섬이다. 추봉도, 용호도, 비진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장사도 등 아름다운 섬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한산면 29개 유·무인도 가운데 가장 크다.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와 통영국제음악당. 우측으로 통영의 진산인 미륵산이 보인다

미세먼지와 바람이 없는 좋은 날씨지만 파도를 헤쳐나가는 뱃전에서의 바람은 거세다. 추위 속에서도 갈매기는 여전히 호위무사인 양 뱃전을 배회하고, 선미(船尾)의 태극기는 유치환의 시 ‘깃발’처럼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 푸른 해원(海原)을 향해 펄럭이고 있다.                     

거북선 등표. 뒤로 한산대첩기념비가 보인다

통영항을 출발한 지 20여분 만에 배는 한산도 입구에 있는 거북선 등표를 지난다. 등표는 해상의 위험한 암초 지대에 설치되어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의 안전을 지켜주는 항로표지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거북선 모양으로 만든 거북선 등표 뒤로 한산대첩기념비가 흰색으로 빛나고 있다.                     

제승당 입구의 대첩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판을 썼다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 제승당(制勝堂)은 선착장에서 우측으로 난 해변로를 따라 1km 남짓 들어간다. 제승당은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겸 삼도수군통제사로서의 직책을 가지고 1593년 7월에 한산도에 창건한 집무실 겸 전략지휘본부인데 애초의 이름은 운주당(運籌堂)이다. 


‘운주(運籌)’란 ‘지혜로 계획을 세운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전투에 도움이 되는 지혜나 계략이 있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운주당에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1597년 2월 파직될 때까지 3년 8개월 동안 이곳 운주당에 기거했다. 그러나 정유재란 때 제2대 통제사 원균이 이끌던 수군이 칠전량 해전에서 대패하면서 운주당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한산도가(閑山島歌)의 현장 ‘수루(戍樓)’        

             

'제압하여 승리로 이끈다'는 의미를 간직한 제승당 모습

제승(制勝)은 ‘제압하여 승리를 이끈다’는 뜻이다. 중국의 손자병법 허실편에 ‘水因地而制流(수인지이제류) 兵因敵而制勝(병인적이제승)‘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제107대 조경 통제사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1739년에 운주당을 중건하면서 제승당이라 명명했다.                     

한산도가의 현장 '수루'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판을 썼다는 대첩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들어서니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閑山島歌)의 현장인 수루(戍樓)가 나온다. 이 수루는 충무공이 임진왜란 때 왜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주 찾았던 망루라고 한다. 지금의 수루는 문헌에 근거하여 2014년 새롭게 지은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군사들과 활쏘기를 연마하던 한산정. 멀리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과녁이 보인다

수루 앞에는 제승당이 위치해 있으며 제승당 뒤로는 이순신 장군이 군사들과 매일 활쏘기를 연마하던 한산정(閑山停)이 있다. 한산정에서 과녁까지는 145m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활터로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에서 밀물과 썰물의 교차를 이용하여 활쏘기를 수련해 실제 해전에서 적선과의 사정거리를 측정하였다고 한다. 선조 27년(1594) 4월 과거시험장(특별 무과시험)을 개설하여 100여 명의 무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제승당 산착장

제승당 탐방을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망산 트레킹에 나선다. 선착장에서 진두마을로 가는 포장도로를 150여m 지나면 우측으로 트레일 입구가 나온다. '선착장~대촌삼거리~망산교~망산(293.5m)~휴월정~진두전망대~진두'에 이르는 약 7.2km 코스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중 제2코스로 ’한산도 역사길‘로 불린다. 



제승당~망산~진두에 이르는 ’한산도 역사길‘ 트레킹                     


제승당 선착장에서 망산 오르는 트레킹의 시작점

종려나무 가로수 아름다운 한편에 설치된 통영을 빛낸 예술가 전혁림, 유치환,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님들의 이력과 시를 읽으며 트레일을 시작한다. ‘한산도 역사길’이라고 적힌 게이트를 통과해 조금 오르니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동산(우측)과 거북선 등표(왼쪽), 그리고 한산도 앞바다

전망대 우측으로 조선 수군이 신호로 고동을 불었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고동산(189m)이, 그 아래로는 화살을 만드는 데 쓰이는 대나무를 조달하였다는 죽도가 보이다. 그리고 우측으로는 거북선 등표와 그 너머로 통영의 진산 미륵산이 조망된다.                     

소나무가 많은 망산 트레일

이어 가파른 나무 계단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해발 100여m의 제승당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망산 정상까지는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으로 잘 가꿔진 숲으로 이렇다 할 조망은 없다. 다만 그런 길이 자칫 지루하지 않도록 까마귀가 까악~까악~ 추임새를 넣어준다. 임진왜란 때 수많은 우리 병사들이 지났으며, 한산대첩에서 패한 왜구들이 줄행랑을 친 길이라 생각하니 가슴에서 묘한 감정이 일렁인다.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에서 설치한 고욤나무 설명 표지판

이럴 때마다 기분 전환을 시켜줄 친구들이 나타난다. 사실 소나무나 편백나무 등 상록수 외에 잎이 떨어진 활엽수는 어떤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에서 친절하게 이름표를 달아주고, 세세하게 설명까지 덧붙였다. 얼핏 세어보니 천선과, 예덕나무, 비목나무, 고욤나무, 다래나무 등 이름표가 80여 개에 이른다. 이들 나무들이 때가 되면 잎사귀를 피우고 자신만의 독특한 꽃과 열매를 맺을 거라 생각하니, 우리의 인생사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고포와 망산의 갈림길인 대촌삼거리

어느덧 소고포와 망산 방향으로 갈리는 대촌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나무 계단 길을 따라 한차례 오르면 166봉이다. 정상에는 용처를 알 수 없는 돌담이 있는데 그 앞에는 멧돼지 출현 시 행동요령을 알리는 공단 명의의 푯말이 붙어있다. 곳곳에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잔해들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망산에는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는 모양이다. 


망산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한려수도                   

  

임진왜란 때 왜적의 동태를 살폈다는 망산. 북쪽으로 거제대교와 사방산 등 거제도의 산들이 보인다

망산교에서 망산까지는 1.2km다. 오늘 트레킹 중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지속적인 오르막과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추운 날씨지만 이마에 땀이 맺혀 연신 흘러내린다. 그런 가운데 벨기에에서 왔다는 한 젊은이는 성큼성큼 계단을 힘차게 오르며 앞서 나간다. 


망산 전망대 테크에 오르니, 마치 안개가 일시에 걷히면서 햇살이 쏟아지듯 한려수도의 섬들과 거제의 풍광들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힘들게 오른 산 정상이 주는 묘미다. 전망대 아래쪽에는 임란 당시 사용했던 봉수터가 남아 있다.                     

망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들

전망대 북쪽으로는 멀리 거제대교와 별학산(336m), 사방산(507m), 계룡산(570m) 등이 보이고, 한려해상방향으로는 비진도, 용초도, 소매물도, 대매물도, 죽도, 추봉도 거제 망산(376m)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망산에서 진두로 가는 하산길에 바라본 추봉도(좌측)과 용초도(우측). 아스라이 대매물도와 소매물도가 보인다

망산에서 하산 지점인 진두로 이어지는 소사나무 군락은 아름다운 터널을 이루고 있다. 휴월정을 지나 전망 바위에 서니, 추봉도와 용초도의 풍광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곳에서 진두까지는 1km 남짓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진두마을. 이곳에 한산면사무소와 한산초중교가 있다

오후 4시쯤 한산면사무소와 한산초중교가 위치한 진두(陳頭,津頭)마을에 도착한다. 진두(陳頭)라는 지명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 수군이 진을 치고 경비초소를 두어 삼도수군통제영(현 제승당)과의 연락 및 담당구역의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예로부터 한산도와 추봉도 사이의 좁은 해협을 연결하는 나루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진두(津頭)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두 선착장에서 바라본 용초도

진두마을에서 오후 5시 제승당 선착장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나와, 5시 20분 통영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차츰 멀어져 가는 제승당과 거북선 등표, 한산대첩기념비와 한산도, 그리고 한산해역이 내게 말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또다시 임진왜란 같은 환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1) 위 치

    o 경남 통영시 한산면 


2) 가는 방법

    o 통영항 여객선터미널→한산도 제승당 선착장 (첫 배 07:00, 막 배 18:00) 19회 운항

    o 통영항→한산도 의향 (첫 배 07:00, 막 배 16:30) 8회 운항

    o 통영항→한산도 관암 (첫 배 08:00, 막 배 16:30) 5회 운항

    o 통영항→한산도 진두 (첫 배 07:00, 막 배 17:00) 10회 운항

    o 거제 어구항→한산도 소고포 (첫 배 07:10, 막 배 17:00) 10회 운항   

     * 문 의 : 통영항 여객선터미널(1666-0960), 거제 어구항 유성해운(055-645-3329)

                 한산도 제승당(055-642-8377) 한산면 사무소(055-650-3600)                     

오후 5시 20분 제승당을 출발한 배가 통영항에 도착하고 있다


3) 한산도 트레킹(7.2km, 4시간 30분 소요)

    o 제승당 선착장→대촌삼거리→~망산교~→망산(293.5m)→휴월정→진두전망대→진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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