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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Mar 21. 2022

경남 거제 저도

- 대통령의 해상 별장, 청해대가 있는 섬


현재 우리나라에 몇 개의 섬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2010년 1월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섬은 총 3358개에 이르며 이중 유인도는 460개 정도다. 북한에도 1045개의 섬이 있다고 하니 남북한 모두 합하면 4400여 개의 섬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섬 중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금단(禁斷)의 섬이 존재한다. 바로 거제 앞바다에 떠 있는 저도다. 옛 지명은 학이 많이 서식하여 학섬으로 불리다가 섬의 형상이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워있는 모습 같다 하여 저도(猪島)로 불리게 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하계 휴양지로 이용,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                     

거제 궁농항에서 저도를 오가는 유람선 '해피킹호'

거제시와 부산 가덕도 사이 작은 섬(해안선 길이 3.2km) 저도는 거제 북단 장목면 유호마을 앞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작은 통통배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섬의 남쪽은 평탄하고 북쪽은 산으로 싸여 방풍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섬 남쪽으로 거가대교가 가로지르고 있다.                     

제1전망대. 바로 아래에 일제강점기 구축한 탄약고가 있다


저도는 일제강점기 일제가 중일전쟁에 대비, 거제 지역을 요새화하면서 지심도 등과 함께 병참기지로 활용됐다. 1920년부터 저도에는 일본의 통신소와 탄약고가 설치되었으며 현재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하던 내무대(막사), 포진지 등 흔적들이 섬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군인들이 사용했던 내무대(막사)

1926년 9월 14일 조선총독부(일본 해군성)로 보존등기된 저도는 광복 이후인 1949년 10월 5일 대한민국 국방부로 관리 전환됐다. 1950년 한국전쟁 때는 주한연합군 탄약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기념 공간

1954년 이승만 대통령 여름 휴양지로 지정된 후 박정희 대통령 때 공식 명칭이 ‘청해대’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별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현대건설에 근무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 소장으로 부임해 건립한 것이라고 한다.                     

섬 전체가 아름드리 해송과 푸조나무, 팽나무 등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혀 있다. 사진은 대통령 별장 외곽의 모습

저도는 기암괴석이 많거나 깎아지른 절경이 아름다운 섬은 아니다. 모양새로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아담한 섬이지만 사방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데다 섬 전체가 아름드리 해송과 동백나무, 팽나무, 삼나무, 소사나무, 푸조나무 등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여 있다. 일제강점기 해군기지로 이용된 데다 해방 후에는 대통령의 휴양지로 지정되는 바람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워 야생의 식생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해변 산책로. 멀리 부산 신항이 보인다

섬의 ‘외해’ 쪽은 고지 89m에서 흘러내린 가파른 산자락으로, 내해 쪽은 경사가 완만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남쪽 능선과 해안지대에는 수령 약 400년에 이르는 거대 해송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왜가리, 점박이 사슴,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금단의 섬 47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                     

2013년 7월 30일 저도를 찾아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서울신문 캡쳐

금단의 땅 저도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여름휴가차 이 섬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7월 30일 페이스북에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저도에서 보내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별장 앞 해변의 모래사장에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의 사진이 당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 섬은 박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휴가를 보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30일 저도를 방문해 '저도 개방'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서울신문 캡쳐

저도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러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기에 이른다. 2019년 7월 30일 문 대통령은 저도를 방문, 일반 시민들과 산책 후 기념촬영을 하며 저도를 개방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산책로, 전망대, 해수욕장 등 대부분 지역은 공개되지만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와 수행원 숙소, 장병 숙소, 군함 정박시설 등 군 관련 시설은 제외됐다.


무려 47년 만에 뱃길이 열리면서 현재까지 8만 4000여명의 관광객이 저도를 다녀갔다. 그러나 탐방 과정에서 불편함이 컸다. 섬 전체가 군사시설 보호 구역인 탓에 관광객이 입도를 하려면 이틀 전에 예약해야 했다. 또한 청해대의 외곽 사진 촬영도 어려워 탐방이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저도 산책로. 약 3.2km의 거리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에 거제시는 군 당국과 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지난 2월 3일부터 저도의 당일 입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그동안 금지됐던 대통령 별장 주위 관람과 사진 촬영이 가능토록 해 관광객의 볼거리를 늘렸다.                     

유람선 옥상의 저도 여행객들. 코로나로 저도 여행이 중단됐다가 지난 2월 3일부터 재개됐다

저도를 입도하는 유람선사는 2곳으로 선사별로 하루 2회(오전, 오후) 운항한다. 그러나 그간 코로나로 양사 모두 저도 운항을 중단했다가 궁농항에서 출항하는 ‘거제저도유람선’은 최근 영업을 재개했다. 장목항에서 출항하는 ‘거제저도장목유람선’은 4월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걷었던 길을 따라 걷는 호사, 진해만 앞바다·거제도 외항은 '몽환의 풍경’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멀리 부산 가덕도가 보인다

저도 여행은 군 시설 보안 때문에 개개인이 따로 움직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마치, 단체가 해외여행에 나선 것처럼 안내 요원을 따라 정해진 코스를 도는 여행이다. 그렇기에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호젓함은 덜하다. 그러나 최고의 권력자들만이 거닐었던 원시림과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조망하는 것은 저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사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거제 한화리조트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에서 출발한 유람선 ‘해피킹(정원 506명)’을 타면 저도 유람선부두까지 20여 분이면 도착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좌측 해안에는 한화리조트가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고, 그 우측으로는 저도를 거쳐 중죽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의 흰 주탑들이 아름다운 조각품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도의 추억'을 쓴 해변

저도 트레킹 코스는 약 3.2km로 1시간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유람선부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도의 추억’을 쓴 모래 해변을 둘러본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모래 해변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 박근혜 양이 해수욕을 하다가 몽돌만 있는 해변에 발이 아프다고 하자 섬진강 모래를 운반해 조성했다고 한다.        

걷기 쉽게 잘 정비된 산책로

산책로는 좌측 해안을 따라 대통령 별장 외곽→역대 대통령 기념공간→제2전망대→동백길→일본군 중대 막사→제1전망대→연리지공원 순으로 도는데 금세 시간이 가고 만다. 산책로는 걷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아 어린아이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금솔과 말채나무의 가지가 연결된 연리지목. 앞은 9홀 골프장의 일부다

저도에는 9홀짜리 골프장이 있는데 2019년 섬 개방 이후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곳을 골프장이라 부르지 않고 연리지공원이라 부른다. 골프장 한 켠에 침엽수입 곰솔과 활엽수인 말채나무의 가지가 연결되어 하나가 된 연리지목이 있는데 여기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인근에 가볼 만한 연계 관광명소, 매미성과 이수도                     

저도를 해상으로 유람하면서 바라본 거가대교. 가운데 섬은 중죽도로 그 이후부터 거가대교는 바다 속 침매터널로 이어진다

유람선부두에 도착하여 유람선에 오르면 저도 해상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 후 궁농항으로 향한다. 궁농항 출발에서 저도 산책, 다시 궁동항 도착까지는 총 2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이렇듯 한나절이면 저도 여행은 끝나기 때문에 인근의 관광명소와 연계하여 여행을 즐기면 좋다.                     

카페 'PORTAL 181'로 내려가는 계단

최근 오픈한 핫플레이스 카페 ‘PORTAL 181’에서 이수도가 보이는 정경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낸 후 ‘매미성’으로 이동하여 유럽 중세시대에 쌓은 듯한 ‘성곽’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매미성 몽돌해변 앞으로는 이수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1. 저도 가는 방법

   - 현재 저도를 입도하는 유람선사는 2곳이며, 선사별로 하루 2회(오전 10:00, 오후 14:20) 운항한다.

    : 예약은 인터넷과 전화로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궁농항 거제저도유람선(☎ 055-636-7033)과

      장목항 거제저도장목유람선(☎055 635-1111)으로 하면 된다.

   - 1월, 7월 해군 정비시기와 휴무일이나 매주 수요일에는 배가 출항하지 않는다.

   - 이용요금은 2만 1000원, 거제시민은 1만 5000원이다.(온라인 예약 시 추가 할인)                       

거제 궁농항

2. 연계하여 가볼 만한 관광명소

   1) 핫플레이스 카페 ‘PORTAL 181’ 북카페

     - 궁농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 영업시간은 10:00~21:00                       

카페 내부

   2) 매미성

    -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혼자서 쌓아 올린 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한 것이 이제        는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그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매미성

    3) 이수도

    - 거제 장목면에 딸린 이수도는 TV에 소개되어 ‘1박 3식’으로 유명한 섬이다. 많은 여성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섬으로,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비슷한 메뉴로 1박 3식을 제공하고 있다.

    - 장목면 시방선착장에서 배로 10분이면 도착한다. 해안선 길이가 5km여서 민박을 하며 바다를

      배경 삼아 트레킹하기에 좋은 섬이다.                      

매미성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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