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남해 용왕을 알현했으나
죽임을 직감한 토끼는
선보름에는 월등도 계수나무에
간을 걸어 말린다는 꾀로
간신히 용궁을 빠져나와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했다
환한 달빛 아래 반사된 육지
월등도라 여긴 토끼는
성급하게, 거북의 등에서 뛰어내려
그만 바다에 퐁당 죽고 말았다
섬으로 변한 토끼를 보고
망연자실한 거북은
용왕의 처벌이 두려워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또한 죽어 섬이 되었다
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리는
사천 월등도 앞
토끼섬과 거북섬
오늘도, 푸른 남해 바다에
마주 보고 누워
지나는 바람에게 옛 전설 들려준다
*월등도 : 경남 사천시 비토면에 있는 섬으로, 썰물 때면 건너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