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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May 03. 2023

충남 보령 고대도

- '귀츨라프가 머문' 개신교 최초 선교성지

# 하루에 연계 트레킹이 가능한 삽시도와 고대도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 고대도는 대천항에서 16km, 태안의 남쪽 영목항과는 3km 남짓 떨어져 있다. 면적 0.92㎢에 해안선 길이 4.3km의 작은 섬으로, 동쪽의 일부 해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암석 해안을 이루고 있다.


일찍이 마한 시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옛 집터가 많아 '고대도(古代島)'라 불린다. 물속이 훤하게 내비칠 정도의 깨끗한 청정해역으로 바지락과 낚지, 소라 등 수산물이 풍부하다. 

여객선이 고대도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다

고대도는 시간을 내어 별도로 트레킹 하는 것도 좋지만 삽시도와 연계하여 트레킹 하기에도 좋은 섬이다. 여객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데다 두 섬의 둘레길 코스가 비교적 수월해 봄가을에 시도해 볼 만하다.


삽시도 트레킹을 마치고, 오후 1시 50분에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면 장고도를 경유해 2시 40분 고대도에 도착한다. 고대도 출항시간(오후 4시 55분)까지 약 2시간 20여 분의 시간이 주어져 5.5km 코스를 트레킹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 1832년 선교사 귀츨라프가 한문 성경과 서양 의술 등 전수


고대도 선착장 입구에 있는 표지석

고대도가 더욱 특별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로 기독교 선교가 이뤄진 섬이라는데 있다. 1832년 7월 25일 귀츨라프(Gutzlaff·1803-1851) 선교사가 이곳에 도착, 8월 12일까지 머물렀다. 독일 루터교 목사인 귀츨라프는 1866년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보다 34년, 1885년 입국한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보다 53년이나 앞선다.

1832년 고대도를 방문한 귀츨라프 선교사

귀츨라프 일행은 고대도에 20일간 머물면서 주민들에게 한문 성경과 한문 전도 서적 전달, 최초로 서양감자 파종과 함께 포도주 재배법을 전수했다. 이들은 또 고대도에서 60여 명의 감기 환자를 위해 약을 처방하기도 했는데 이 기록은 조선에서 서양 선교사가 최초의 서양 의술을 베푼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주기도문 한글 번역을 시도했으며,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도선교센터에 전시된 귀츨라프 일행이 타고 온 로드 애머스트호(Lord Amherst)의 모형

보령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고대도에 귀츨라프 선교 기념비를 세우고, 2014년부터 매년 7월 ‘칼 귀츨라프의 날’을 제정해 학술대회와 기념콘서트, 역사 현장 탐방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고대도는 우리나라 개신교 선교성지로 갈수록 그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고대도 선착장 안내 표지판에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섬, 고대도(God愛島)’라 적혀 있다.


# 해변 인도를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 명물 ‘선바위’ 인상적


고대도 선착장 인근의 등대. 멀리 태안반도가 보인다

고대도 트레킹은 선착장 우측으로 진행된다. 방파제 끝의 빨간 등대를 들렀다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걸으면 대나무 숲사이로 뻗어가는 나무 데크(입구)가 나온다. 낮은 산을 조금 오르면 또랑산 삼거리다.

또랑산 기슭에서 바라본 당너머해변(좌측)

썰물 때면 또랑산기슭 해변 좌측으로 당너머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다. 당너머해변은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50m 길이의 오붓한 곳이다. 장고도로 넘어가는 일몰을 구경하기에도 좋고, 섬 남쪽 끝머리에 있는 자갈해수욕장과 함께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고대도 당산

고대도 당산에는 각시당이란 표지석이 있다. 바다에서의 안녕과 풍어를 위해 이곳에 당집을 짓고 매년 정월 초에 소를 잡아 제를 올렸던 곳이다. 장군신, 각시신, 부하신 등 10여 신을 모셨는데 1999년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것을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귀츨라프의 선교사역을 기념해 건립한 고대도교회

당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면 귀츨라프의 고대도 선교사역을 기념해 건립한 고대도교회가 있다. 교회 2층에는 귀츨라프가 고대도까지 오게 된 배경과 고대도 선교사역의 역사가 담긴 작은 전시관이 있다. 교회 옆 옛 분교 터에는 건축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해양문화센터인데 고대도의 역사 전시와 함께 외지인 수양관 용도로 활용될 거라고 한다.


# 마을 여기저기 까나리액젓·열치젓과 복어 새끼 말리는 풍경


담장 밑에서 복어새끼를 말리는 모습

고대도에는 여기저기 젓갈을 담아 놓은 듯한 커다란 플라스틱통과 머리를 제거한 채 말리는 생선의 모습이 보인다. 이장님께 알아보니 드럼통에는 ‘까나리액젓’과 ‘열치(큰 멸치) 젓’이 숙성되고 있는데 주민 소득사업의 일환이란다. 건조 중인 생선은 복어 새끼로 6개월 이상 바싹 말렸다가 복어의 독소가 제거되는 가을에 찜이나 지져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뱅부여'에서 바라본 보령 원산도

마을에서 남쪽 해안의 끝머리에 있는 선바위까지는 1.6km 남짓이다. 그 사이에 바닷물이 열리면 바닷속의 바다인 ‘뱅부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기 힘든 이색 광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귀츨라프 기념비가 있고, 그곳에서 선바위가 저만치 보인다. 선바위는 높이가 7~8m인데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들이 하루의 무사함을 빌며 한 번씩 이 바위에 머리를 숙이고 지난다고 한다.

귀츨라프 선교 기념비

둘레길은 귀츨라프 기념비에서 300여m 떨어진 전망대에서 끝을 맺는다. 보령시는 이곳에서 당너머해변까지 고대도 서북쪽 해안을 연결하는 둘레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예산 30억원을 이미 확보해 놓았으나, 태안해안국립공원 구역이라 현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귀츨라프 기념비에서 바라본 선바위

# 풍부한 해산물의 보고, 못 사는 사람이 없는 섬


트레킹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와 여객선대합실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앞자리에 앉으신다.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데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현재 고대도에는 60여 가구에 120여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단다.

고대도 선착장으로 가는 해안도로

예전에는 고기잡이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3가구 정도만 고기를 잡고, 나머지는 바지락과 낚지, 소라 등 해산물을 채취해 살아간다. 마을에서 하는 공동으로 운영하는 바지락 양식 농장이 있어 4월부터 12월까지 바지락 채취에 바쁘다.

평화로운 고대도 마을

바지락은 채취한 만큼 개인소득이 되는데 한 달 평균 1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또한, 남자들은 낙지나 소라를 잡아 그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대도에는 못 사는 사람이 없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선착장에 나온 이유를 물었더니, 섬이지만 정작 회를 먹기가 힘들어 회나 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대천에 주문해서 배편으로 받는다고 한다.



1. 위 치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2리


2. 가는 방법 : 대천항여객선터미널↔고대도

    o 대천→고대도 : 1일 3회(07:20, 13:00, 16:00)

    o 고대도→대천 : 1일 3회(08:45, 14:30, 16:55)

      * 운항시간 및 예약 : 여객선 예약 예매 '가고 싶은 섬' 홈페이지

                                 ☎ 전화(신한해운) : 041-934-8772, 신한해운 홈페이지

삽시도에서 장고도 가는 길, 줌으로 당겨본 돛단여

3. 트레킹 코스 : 5.5km(1시간 40분, 난이도 하)

   o 고대도선착장→또랑산갈림길-또랑산→당너머해변→당산→고대도교회→해변도로→

      뱅부여 삼거리→귀츨라프 기념비→선바위 입구→고대도선착장


4. 숙박 및 음식

    o 고대도민박관광(김홍태 이장 010-3414-8998)

    o 등대 민박(041-9341-3287)

    o 예사랑(밥집)(010-3771-9151)

    o 슈퍼(010-6878-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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