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끌림의 미학, 머물다 보면 안다
# 내댓 번의 시도 끝에 허락한 섬
삽시도(揷矢島)는 하늘에서 바라보면 화살(矢)을 꽂은(挿) 활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그동안 삽시도를 향해 몇 번의 화살을 날렸으나 과녁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두어 번은 짙은 해무로, 두어 번은 풍랑으로 돌아서야 했다. 마침내 이번에야 과녁에 명중했다. 그래서일까? 삽시도 트레킹이 더욱 귀하게만 느껴진다.
이 섬의 선착장은 두 곳이다. 윗말(술뚱)선착장과 밤섬선착장인데 물때에 따라 접안 장소가 다르다. 그래도 트레킹에는 어려움이 없다. 통상 윗말선착장에 도착하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밤섬선착장에 도착하면 시계방향으로 트레킹 하면 순조롭다.
삽시도(3.8㎢)는 여의도(2.9㎢) 보다 조금 큰 섬이지만 신안의 자은도나 임자도, 인천의 대이작도 승봉도처럼 모래 해변이 많은 섬이다. 흔히 이 섬에는 3대 명물이 있다는데 황금곰솔과 물망터, 면삽지가 그것이다. 솔잎에서 금빛이 도는 황금곰솔은 수령 50년 안팎의 비교적 젊은 소나무다. 금빛이 도는 것은 엽록소가 부족해 생긴 특이한 현상이라고 한다.
# 삽시도 3대 명물..황금곰솔과 물망터, 면삽지
물망터는 섬 서쪽 해변에 있는 작은 샘터로 물이 많이 빠졌을 때만 볼 수 있다. 밀물 때면 금방 자취를 감춰버려 좀체 보기 어렵다. 면삽지는 삽시도와 연결된 무인도인데 밀물 때 하루 두 번 섬이 되곤 한다. 이때는 삽시도를 면했다 해서 ‘면할 면(免)’ 자를 써, 면삽지라 부른다.
대천항에서 아침 7시 20분 출발한 배가 8시 10분 밤섬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조금 올라오면 밤섬마을인데 삽시도의 남동쪽 해안에 둥지를 튼 열댓 채 남짓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수루미해변과 연결된다.
둘레길은 미끈한 송림 속에 평편하게 잘 닦여진 마차길처럼 조성돼 있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그사이를 사부작거리며 걷노라니 그야말로 평화로움과 호젓함이 전해온다.
수루미해변은 길이 1km, 폭 50m의 해변이다. 해송이 해변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매우 아늑하다. 모래가 곱고 단단한 데다 경사가 완만해 여름철 물놀이로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해변 서쪽 끝에는 노송 사이 평편한 바위 쉼터가 조성돼 있어 휴식하기에 좋다.
# 숲길과 해변이 잘 어우러진, 호젓한 둘레길
쉼터에서 바라보니 지나가는 낚싯배 너머로 불모도의 풍광이 그림 같다. 불모도는 옛날 한 여인이 아들을 낳기 위해 불공을 드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진다. 해안선 길이 2.6㎞의 작은 섬으로, 1970년대까지 7 가구가 거주했다고 한다.
수루미해변에서 황금곰솔 군락지로 향한다. 아직 햇볕이 찬란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곰솔나무 잎에서 금빛 색깔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섬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송림이 조성됐을까, 의아해할 정도로 군무를 이루며 아름답다. 해무라도 낀 다면 너무 환상적일 것 같은 느낌이다.
해안을 따라 잘 조성된 둘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물망터로 가다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동네 할머니 두 분을 만난다. 산나물을 캐러 오셨다는데 물망터 위치를 물으니, ‘바로 저 아래’라며 손짓으로 가리킨다.
예상대로, 지금은 물이 들어 볼 수도 없거니와 썰물 때라도 샘이 작아서 외지인들은 찾기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의약품이 귀하던 옛 시절, 샘물을 길어다 몸에 바르면 피부병에 효험이 있었다니 신비감이 더한다.
면삽지는 물망터에서 1.3km의 북쪽 해안에 있다. 푸릇한 봄날 그곳까지 유유자적 걷는 길 또한 좋다. 산에는 산벚나무와 진달래가 만개했고, 길섶에는 앙증맞은 현호색과 어린 둥굴레 잎들이 한없이 보드랍다. 시퍼런 바다를 옆에 끼고 산모퉁이를 서너 번 돌고 나니, 면삽지로 내려가는 나무 데크길이 나온다.
위에서 보니, 면삽지는 마치 고슴도치 형상 같다. 간조시각에서 3시간여 지났음에도 바닷물에 잠기지 않고, 하얀 모래등을 보이고 있어 마음이 설렌다. 면삽지 좌측의 해식동물도 아직 잠기지 않았다. 조심스레 해식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면삽지를 바라보니,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 펜션 70여 개가 성업 중인 사계절 여행지
그런 면삽지를 뒤로 하고 북동쪽으로 산마루에 올라서니, 우측으로 진너머해변과 거멀너머해변이 작은 곶을 사이에 두고 나타난다. 그 너머로 장고도와 고대도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두 해변의 길이는 각각 500여m 남짓이다. 수루미해변처럼 배후에는 송림이 좋고, 백사장 또한 차지고 완만해 아이들과 마음 놓고 물놀이하기에 좋은 해변이다. 그래서인지 두 해변의 주위에 펜션들이 많다.
서울 생활을 접고 진너머해변 근방에서 펜션을 운영한다는 한 사장님에 따르면 현재 삽시도에는 70여 개의 펜션(민박)이 성업 중이란다. 풍광도 좋은 데다 수도권에서 대천항까지 2시간 거리로 접근하기 쉽고, 뱃길로도 가까워 사계절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거멀너머해변을 거쳐 마을로 내려와 보니 개활지가 많다. 예전에는 논농사를 지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묵혀진 채 갈대밭으로 변해 있다. 마침 지나는 한 아주머니에게 점심 먹을 곳을 물었더니, ‘삽시도회식당’을 권한다.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육지에서 살다가 삽시도로 시집왔는데 20년 전부터 식당을 하고 있단다. 아이들 모두 잘 키워 육지로 시집과 장가보냈다며 흐뭇해한다.
# 앞으로, 삽시도~원산도 연결 '해양관광케이블카' 놓여
앞으로, 삽시도와 원산도 사이에는 길이 4km의 케이블카 놓일 전망이다. 삽시도 앞에 있는 원산도는 2021년 12월 해저터널 개통으로 육지로 연결돼 많은 여행객들의 경유지가 됐다. 보령시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원산도에 오는 여행객을 삽시도까지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부분의 관광 케이블카가 산과 평지, 육지와 섬을 연결하지만, 이곳은 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된다.
보령시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서해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바다 위로 펼쳐지는 케이블카가 삽시도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1) 위 치
o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2) 가는 방법 : 대천항여객선터미널↔삽시도
o 대천→삽시도 : 1일 3회(07:20, 13:00, 16:00)
o 삽시도→대천 : (08:05, 13:55, 17:30)
* 예약 : 여객선 예약 예매 '가고 싶은 섬' 홈페이지
☎ 전화 : 신한해운 (041, 934-8772)
3) 삽시도 트레킹(난이도 하)
o 종주길 (12.5km, 5시간)
밤섬선착장→수루미해변→황금곰솔→물망터→면삽지→저수지→진너머해변→삽시도분교장
→거멀너머해변→보리망굴→요강수→윗말선착장
o 둘레길(5.8km, 2시간 30)
밤섬선착장→수루미해변→황금곰솔→물망터→면삽지→진너머해변
4) 숙박 및 음식
o 삽시도어촌체험마을(www.삽시도어촌체험마을.kr(010-4444-5390)
o 민석이네(041-935-7140)
o 삽시도펜션나라(010-3001-5000)
o 바다스케치(010-5225-9177)
o 삽시도민박(010-6336-9956)
o 삽시도회식당(010-5431-6390)
o 한일횟집(041-935-3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