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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Apr 11. 2023

전남 신안 임자도

- 영원한 사랑, 튤립의 섬

전남 신안군 북서쪽 끝에 있는 임자도(荏子島)는 총면적 40.9㎢의 제법 큰 규모의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는 81km이며 3152명(2023. 3월)의 섬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임자면은 동쪽으로 지도읍, 남쪽은 증도면과 이웃하면서 임자도, 수도, 재원도 등 유인도와 55개의 무인도로 구성돼 있다.


#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임자도


임자도는 전체 면적의 30%가량이 네덜란드처럼 해수면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조선말부터 150년 동안에 섬 주민들이 돌을 져 나르며 갯벌에 둑을 쌓아 간척한 결과 6개 섬이 하나로 합쳐져 오늘날의 임자도를 만들었다.

대둔산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임자도 전경

예로부터 중동의 사막처럼 모래언덕이 많아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간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다. 지명의 유래는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들깨가 많이 생산돼 ‘임자(荏子)’라 했다는 설과, 지형이 깨를 뿌려 놓은 것 같아 임자도라 했다는 설이 있다.

대광해수욕장 광장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임자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길다는 대광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 길이가 12km, 폭이 300m가 넘는다. 대광해수욕장은 2021년 덴마크에 있는 국제환경교육재단(FEE)에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블루플래그 인증을 받았다.

대광해수욕장의 조형물

육지처럼 임자도 앞 바다에도 모래 산이라 할 수 있는 풀등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임자도 풀등은 모래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개펄이 섞여 밟아도 발자국을 잘 남기지 않은 단단한 모래톱이다. 이러한 풀등에는 플랑크톤이 풍부해 새우가 서식하기에 최적지다.


# 민어와 새우젓의 고장, 봄이면 홍매화와 튤립으로 들썩이는 곳


사투리로 ‘새비’라고 불렀던 새우는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잡은 즉시 배 위에서 소금에 절여져 드럼통에 담겼다. 5월과 6월에 잡힌 새우를 ‘오젓’ ‘육젓’이라 했는데 임자도 전장포와 낙월도 일대에서 잡힌 새우는 맛이 뛰어나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다.

대광해수욕장 광장의 민어조형탑

또한 6월이면 여름 최고의 보양식 민어가 산란을 위해 임자도 앞바다로 몰려온다. 풀등은 민어의 알을 보호하는 최적지이며, 새우는 민어에게 산란 후 기력을 되찾는 최고의 영양식일 터이다. 일제강점기 대광해수욕장 좌측의 대태이도와 소태이도 사이 백사장에서는 전국 제일의 민어 파시가 열렸다. 여름철 7, 8월이면 임자도는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 척의 민어잡이 배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그중에는 일본 규수 지방에서 온 어선도 많았다. 일본 사람들은 하우리에 속한 대태이도를 타리섬이라 불렀는데 그래서 임자도 파시를 '타리파시'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민어 파시가 사라졌지만 신안군은 바통을 이어 매년 7월 말 대광해수욕장에서 민어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2008년 4월 ‘튤립축제’가 시작되면서 임자도는 이제 ‘민어와 새우젓의 섬’에서 ‘튤립과 홍매화의 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시키고 있다. 8만7425㎡의 광활한 면적에 피어난 30여 종의 튤립과 풍차 조형물은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축제장은 계절별 꽃밭을 시작으로 백매화길, 애기동백 숲길, 카네이션 동백정원, 토피어리동산, 튤립광장 등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특히, 튤립광장 옆에는 대광해수욕장이 위치해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임자대교 개통 전 매년 10만명 이상 다녀갔던 튤립축제는 2021년 임자대교 개통 후 첫 개최되는 올해, 얼마나 많은 인파가 다녀갈지 관심사다. 지난 7일 개막한 튤립축제는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 대둔산~벙산 15km의 명품 트레킹 코스도 좋아 


튤립축제를 즐기면서 임자도의 명품 트레킹 코스를 탐방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임자도의 산 위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시원스레 펼쳐지는 신안 북부의 바다와 별처럼 흩어진 다도해들을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어머리해변에서 바라본 임자도 최고봉 대둔산. 그 아래 조희룡이 유배 살았던 이흑암리가 있다

임자도에는 최고봉인 대둔산(320m)을 비롯해 삼각산(212m), 함박산(197m), 불갑산(224m), 벙산(139m) 등 여러 산이 있다. 트레킹은 남쪽의 대둔산에서부터 시작해 북쪽 병산으로 이어져 대광해수욕장에서 마감한다.

벙산에서 바라본 광산마을과 불갑산

해발 100~300여m급 5개의 산을 오르내리는 중상급 코스이지만 우거진 숲과 푹신한 육산 지대가 많아 어렵지 않다. 코스가 잘 닦여진 데다 힘들면, 중간중간 우측 탈출로가 있어 초보자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하다.


코스는 3개 구간으로 나뉜다. 등산로 입구의 산행안내도에 따르면 제1구간 벙산~불갑산~장목재 6.5km, 제2구간 장목재~삼각산~부동재 4.5km, 제3구간 부동재~대둔산~원상리 4km 총 15km 코스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거리는 이보다는 더 짧은 듯하다. 산행은 보통 5시간 정도 걸린다.

불갑산 자락의 고깔제비꽃

이중 불갑산이란 지명은 1681년 불교경전을 가득 실은 청나라 배가 임자도에 표류해 온 것과 인연이 있다. 당시 영광 불갑사에 머물던 백암 성총(1631~1700) 스님이 임자도에 와서 섬 주민과 함께 표류한 불교경전을 수습, 순천 낙안의 징광사에서 판각하여 조선 후기 불교 중흥을 위해 활용했다는 것이다.


# 조선 후기, 매화에 미친 화가 조희룡(趙熙龍)의 적거지와 용난굴


임자도 남쪽 대둔산 아랫자락 이흑암리는 조선 후기 매화 그림으로 명성이 높은 조희룡의 유배지다. 추사(秋史) 김정희와 동시대를 살았던 조희룡은 추사의 제자이기도 하다. 1789년 5월 3남 1녀 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시·서·화에 두루 능했던 그는 당쟁의 희생양으로 1851년 임자도로 유배되어 약 3년 간 살았다.

이흑암리 조희룡의 적거지

유배 초기에는 섬의 낯선 환경 속에서 공포를 느끼기도 했지만, 곧 생활에 순응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특이한 것은 짧은 유배 기간에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유배 처소에 ‘만 마리 갈매기가 우는 집’이라는 뜻의 ‘만구음관(萬鷗音觀)’이란 편액을 붙이고 그 속에 칩거하면서 집필과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대광해수욕장 인근 조희룡 미술관의 매화도

조희룡 매화도의 대표작은 마치 용의 형상을 한 ‘용매도’다. 임자도에서 주민들에게 전해 들은 솟구치는 용의 형상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매화 그림의 경지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조희룡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매화 그림을 나눠주고 식량과 교환했다고 전해진다. 섬 주민들과 비교적 친숙한 교유관계를 유지하면서 섬 주민 중에 두 명의 제자를 키우기도 했다. 현재 이흑암리 담과 건물 외벽의 이곳저곳엔 매화 그림을 그려 놓아 이 마을이 ‘매화에 미친 조선 화가, 조희룡’의 적거지였음을 알게 한다.

어머리해변의 용난굴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가진 용난굴은 조희룡의 적거지에서 멀지 않은 어머리해수욕장 동쪽 끝 바위틈에 있다. 조희룡이 임자도 유배 시 남긴 글에 용난굴과 관련된 설화가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이 용이 승천한다고 소리치자, 자신도 용 구경을 하기 위해 쫓아나갔더니 이미 용은 승천하고 난 뒤였다는 것이다. 용난굴을 보려면 썰물 때라야 한다. 바다타임(웹)에서 임자도 물때를 검색해, 간조시각 최저점에서 2시간 이내에 방문해야 한다.

은동해변. 낙조와 달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조희룡이 유배 중 즐겨 찾았다는 은동해변은 이흑암리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더 있다면 민어잡이로 유명한 하우리항과 임자도 최북단 전장포를 방문해 전장포항과 새우젓토굴을 탐방하는 것도 좋겠다.

임자도 북단의 전장포항




1. 위 치

    o 전남 신안군 임자면


2. 임자도 튤립축제, 대둔산~병산 트레킹, 조희룡 적거지 탐방 시간표

    09:50 임자도 어머리해변 도착

    09:50~10:10 어머리해변 용난굴 탐방

    10:20~10:30 은동해변 탐방

    10:40~11:00 이흑암리 조희룡 적거지 관람

    11:20~15:30 임자도 트레킹

                     삼두리(원산리 경로당)→대둔산→삼각산→함박산→불갑산→벙산

                     →대광해수욕장 광장(튤립축제장)…15km(5시간 소요, 난이도 중상급)

    16:00~17:30 튤립&홍매화 정원, 조희룡 미술관 관람



3. 임자도 숙박집

    o 대광민박(061-262-6510), 만도리네민박(010-7622-4575), 부일민박(010-5189-3285)

    o 보라민박(061-262-0566), 신안가든(061-262-8585), 수궁민박(061-262-0973)

    o 은혜민박(061-261-6494), 임자펜션(061-262-3388), 그린민박(010-8604-0109)

    o 은동통나무집(010-6622-6027), 중앙민박(010-8666-3550), 동백민박(061-275-8711)

    o 대광비치랜드(061-2752-7237), 한옥펜션(010-4424-0010), 동백민박(061-275-8711)

    o 방주민박(061-262-0400), 해송모텔(061-262-0100), 튤립리조텔(061-275-7550)  

민어잡이로 이름난 하우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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