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트레커 Oct 13. 2020

백두대간 드디어 완주하다

설악산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산행일시 : 2014. 16 04: 30 ~ 15: 20 ( 10시간 50분)

누구와 : 김정은 선배, 정기 부회장, 제갈무영, 그리고 나

날 씨 : 하루 종일 흐림(구름속 산행)

코 스 : 미시령 ~ 상봉 ~ 화암재 ~ 신선봉 ~마산봉 ~진부령 (17.9km)  


 아침 4시, 김정은 선배님 후배 승용차로 숙소인 속초 해수피아를 출발하여 미시령 옛길 정상에 이르니 4시 40분이다.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 예상 밖으로 미시령 감시초소에는 감시원이 지키고 있어 우리 일행 4명은 몹씨 당황한다.

우리는 승용차를 인제 방향으로 200여m 직진한 후 승용차른 돌려보내고, 어둠을 틈다 조심스럽게 감시초소 방향으로 접근한다. 미시령 ~ 진부령 구간은 등산로가 초소 옆길 하나 뿐이어서, 그 길을 통과하지 않으면 사실상 등산이 불가하다.

그래서 정기부회장의 지휘 아래 쥐죽은듯 고요하게 소음을 내지 않고, 초소 옆 30여m 아래 지점까지 접근하여, 철조망과 철제 지지대 사이 빈 공간으로 베낭을 조심스레 밀어 넣어 놓고, 마치 적진을 탈줄하는 영화속 한 장면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은밀하게 철조망을 기어오른다.     

선두는 대간 경험이 있는 김 선배님이 맡아, 가파른 자갈길을 납짝 엎드려 기어오른다. 거의 낮은 포폭자세다. 이어 제갈무영 선생, 정기 부회장, 그리고 내가 맨 후미다.


아래서는 우리와 같은 구간을 등반을 하려다 감시원에게 걸린 듯한 사람이 '도대체 이렇게 못가게 하는게 능사나며,,' 감시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 실랑이가 마치 우리의 무사한 등산을 위해 일부러 벌이는 헤프닝 같이 느껴져 기분이 묘하다. 실랑이는 우리가 감시초소를 벗어나 거의 안전지대로로 진입했다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이어진다. 하지만 일말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아 도처럼 넓은 자갈길을  재빠르게 오른다.   

그렇게 상봉을 향해 20여분 오르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속초시내의 야경이 보인다. 속초는 아직 어둠속에 잠들어 있다. 우리는 행여 초소에서 불빛이 보일까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계속 진진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날이 밝아, 헤드라이트를 굳이 켜지 않아도 산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숲속에서는 새들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아침이 밝았음을 노래한다.   

상쾌한 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한참 오르니 조그만 샘터가 나온다. 목을 축이고 싶었지만 그럴만큼 물이 맑지 않다. 샘터를 지나 조금 더 올라 상봉 500여m 아래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남동쪽을 바라보니, 저 아래 울산바위와 미시령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미시령 옛길이 마치 옛이야기처럼 이어져있다.  미시령 위로는 어제 지나온 황철북봉의 모습도 보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동해로부터 유입되는 수증기가 많아 전반적으로 조망은 좋지 않았지만 가끔씩 설악은 비경을 드러내어, 산객을 위로한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상봉을 향해 오른다. 200여m 오르니 오측에 칼처럼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바로 촛대바위다. 촛대바위와 비교적 편편한 너널지대를 지나자 조성한 지 얼마되지 않은듯한 헬기장이 나온다. 그런데 헬기장 주변의 너덜이 모두 파헤쳐저 있다. 알고 보니, 국방부 유해발굴 지역이다. 나무가지에 메달아 놓은 푯말에는 '국방부/욱군 8군단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하였다'고 적고있다.  

이 지역이 6.25 당시 치열한 격전지로 수많은 전사자들을 낸 곳인데 당시 시신들을 수습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바위틈새에 버려 둔 모양이다. 헬기장은 유해작업을 위한 중장비를 실어나르기 위해 조성된 것 같다. 분단의 아픔이 느껴진다.
    
헬기장에서 조금 더 오르니 상봉(1,239m) 정상이다. 상봉과 그 주변도 파헤쳐지고 재정비 되어 있다. 네 사람은 번걸아 가며 인증샷을 한 후 이제 화암재를 향한다. 화암재 초입은 가파른 내리막 암릉지대다. 오늘 구간이 겨울산행으로는 난코스라는 얘기를 김정은 선배로부터 듣는다. 정기부회장은 "작년 겨울 대간 종주를 하면서, 이 구간을 산행한 바 있는데 이 구간을 내려가다가 그만 죽는줄 알았다"고 회상한다.


눈이 키높이 까지 쌓인데다 표면은 차가운 바람으로 얼어붙어 있어, 제동을 하지 못하고 무서운 속도로 미끄러졌는데 바위에 몸이 닿기라도 했다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며 아직도 아찔해 했다.

    
길은 내리막으로 계속이어지다가 상봉 500여m 지점에서 다시 솟구친다. 가파른 돌길을 치고 올라오니, 속초 일대와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침 7시경, 해는 이미 떠 올랐지만 동해바다와 설악산은  기싸움을 하는듯 서로 거대한 구름을 밀고, 밀쳐내고 있다. 구름사이를 뚫고 나온 햇살이 동해바다에 반사되어 금빛 호수를 만들어 놓았다.


동행한 제갈 선생 덕분에 해안선 가까이 좌측에 있는 호수가 영랑호이며, 우측에 있는 호수가 청초호임을 안다. 또한 고성 방향에 삼각형으로 평지돌출한 산이 운봉산이라는 사실도 안다.


제갈 선생은 전국 10만 분의 1지도를 모두 연결했다고 하는데 접었던 것을 펼치니 마치 설계도면처럼 보인다. 제갈 선생은 이 지도를 펼처 놓고, 주변의 지형을 살핀다. 지도는 도 단위로 제작되어 있는데 오늘 가져온 온 것은 강원도 지도라고 한다, 고산자에 버금 가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 지도 외에도 등상용 앱을 핸드폰에 깔고 산행에 나서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번도 알바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저 아래 화암재는 구름속에 잠겨있고, 건너편에는 북설악 신선봉이 손에 잡힐듯 보인다. 신선봉 산록엔 드문드문 회색빛 너덜지대가 보인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유부초밥에 취나물초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화암재에서 속초로 이어지는 계곡은 설악동이나 수렴동 계곡과는 사뭇 다르게 단아하고 안온한 느낌이 든다. 북설악의 풍광은 남설악과 내설악, 외설악과는 또다른 운치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미탐방 구간이어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을 것 같다. 계곡사이로 구름이 내려와 운우지정을 나누고 있다.

화암재 인근의 야생화(좌), 신성봉(우)

신선봉 오르는 길은 가파른 흙길이다.  오르는 길이 너덜지대로 생각했지만 그와는 반대다. 지나 온 황철봉과는 사뭇 대조된다. 황철봉은 오르는 길은 힘든 너덜이지만, 정작 정상은 흙과 돌이 섞여 거의 평지나 나름없었다.  하지만 신선봉은 정상까지 거의 흙길이나 정상과 그 주변은 암릉으로 되어 있다. 내유외강인 이 봉우리는 대청봉과 함께 설악산 일출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신선봉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300여m를 올라야 한다. 저 건너 신선봉 삼거리 옆에 종모양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대화소리가 들려, 나중에 알고 보니 어제 만났던 청주에서 온 산객들이다.

우리는 신선봉 정상에 올라 각자 인증샷을 하며, 마치 신선이라도 되는듯 잠시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구름은 가슴을 열어 동해와 북설악 일대를 보여주었다가도 순간 가슴을 닫아 사방을 운무지대로 만들어 버린다. 김정은 선배님은 운무에 잠긴 상황을 "하늘에 가스가 가득차 있다"고 표현한다.

신선봉 정상에서 역광을 이용한 인증샷(좌), 신선봉(1,244m) 표지석으로 글씨가 지워져 정확히 이름을 알 수 없다.(우)


대간 길은 신선봉에서 약 1km 정도 내려오다가 우회한다. 이곳에서 대간령까지 경사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 내리막이다. 내리막 길에 인제 용대리에서 비박을 하고, 신선봉을 가기 위해 올라오고 있다는 산객 10여 명을 만난다. 내리막길을 한참 더 내려오다 보니, 구름이 일시에 걷히며 건너편에 암봉과 암봉 우측능선에 병풍바위가 보인다.


드디어 대간령, 대간령은 새이령, 샛령이라고도 하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석파령이라고도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대간령은 고성군 도원리와 인제군 용대리를 잇고 있는데 예전에는사람의 왕래가 꽤 잦은 듯 인근에 주막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정표에는 마산봉 3.5km, 도원리 6km, 용대리 마장터 2km로 나와 있다. 이곳부터는 탐방구간인지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대간령에서 암봉까지는 약 1km인데 가파른 오르막이다. 약 40여분에 걸친 힘겨운 산행 끝에 암봉(1,050m) 정상에 도착한다. 김정은 선배님은 자꾸 잠이 오고, 다리가 풀린다고 얘기한다. 체력이 고갈되어 오직 정신력을 산행을 하는듯하다.  (암봉에서 병풍바위까지는 1.5km)


암봉에서 잠시 내리막을 걷다가 거의 평지가 20 ~ 30여분 이어진다. 이곳 숲길은 오는 걷는 숲길 중 가장 울창한 숲길이자, 걷기 좋은 숲길이다. 김정은 선배님은 버섯 중 최고버섯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묻는다. 정기 부회장이 나름대로 아는 지식을 말하자 김 선배님은 석이버섯이 첫번째요 둘째는 능이버섯, 세번째는 송이버섯이라고 답한다.


풍바위봉을 향해 오르막 길을 계속오르고 있는데 윗편 저족에서 사람소리가 난다. 알고보니, 김정은 선배 산행을 지원한 외대산악회 선후배 두분이다. 이들은 알프스 리조트 입구에서 마산봉으로 올라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 중 한분은 새벽 우리를 미시령까지 태어다 준 분이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 악수를 나누고 병풍바위봉을 향해 함께 오른다. 김정은 선배는 한층 힘이 솟은듯 힘차게 걷는다.

드디어 도착한 병품바위봉(1,058m). 병풍바위봉은 생긴모습이 마치 병풍을 두른것 처럼 생긴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겨울에는 눈이 허리쯤까지 쌓인다고 한다. 주변 경관 또한 뛰어나다는데 운무로 풍광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정기 부회장은 지난 겨울 눈속에 파묻힌 정상석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정상석이 있다며, 백마산악회에서 써 놓은 표지석을 허리츰까지 번쩍 들고 인증샸을 한다. 이곳에서 마지막 간식을 먹고 다시 대간 주능선인 마산봉을 향한다.


병풍바위봉에서 1km 지점에 위치한 마산봉.

마산봉은 고성군 간성읍과 토성면의 경계에 있으며, 산세가 말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금간산 1만 2천봉 중 하나에 속하며 건봉사, 청학정, 화진포 등과 함께 고성 8경에 속한다고 한다. 김정은 선배님은 "날씨가 좋을 경우 진부령에서 향로봉, 비로봉을 포함한 금강산 연봉까지 어슴프레하게 조망이 가능한데 오늘은 그런 조망을 볼 수 없음이 아쉽다."고 말한다. 나도 마산봉에서 향로봉을 조망하지 못함이 무척 아쉽다.


마산봉을 뒤로 하고 1.4km를 하산하니,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장이라는 알프스 스키장과 콘도가 나타난다. 하지만 스키장 슬로프는 잡초만 무성한 채 패쇠되어 있다. 알프스 스키장에서 령까지는 포장도로와 임도를 거쳐 약 3.7km를 진행해야 한다.


 저멀리 구름이 머무는 곳이 지나온 마산봉이다. 드디어 진부령(520m) 도착.
  오후 3시 10분, 김정은 선배님은 마중나온 외대산악회 OB와 YB 들의 축하를 받으며, 41일간에 걸친 백두대간 일시 종주의 대장정을 마친다. 65세의 나이에 백두대간 일시 종주는 참으로 대단한 인간 승리다. 마지막 두 구간을 함께 함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 개인적으로 진부령은 12사단에서 군생을 하던 1985년 1박 2일의 100리 행군때 걸었던 길이다. 당시에는 불도져가 길을 닦고 있던 비포장 도로였다. 우리는 이곳 표지석 옆 군부대에 새벽에 도착하여, 군사도로를 이용해 향로봉까지 오른적이 있다.

향로봉에 오르니 일출이 시작되었고, 금강산이 쀼윰하게 보였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향로봉을 올라야 겠는데 그런 기회가 쉽게 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반드시 오도록 만들어야겠다.



한국섬뉴스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포천 청계산에서 명지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