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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Jun 17. 2021

경남 통영 소매물도

- 바닷빛 그리움으로 간직되는 아름다운 그 이름


한려해상국립공원 중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섬을 꼽으라면 단연 소매물도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통영의 섬 중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도 한다. 소매물도를 더욱 빛내는 것은 이 섬의 남쪽에 있는 등대섬이다. ‘쿠쿠다스의 섬’이라는 닉네임은 1987년 등대섬을 배경으로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CF ‘자매편’을 촬영한 데서 비롯된다. 2년 후에는 지금은 폐교가 된 소매물도 분교를 배경으로 2편 ‘학교편’이 촬영되기도 했다. 



한려해상의 섬 중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섬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열목개. 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린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몽돌 바닷길, 열목개는 하루에 두 번 열린다. 거리는 짧지만 신비한 바닷길 갈라짐을 경험할 수 있다. 하루 5시간 정도 바닷길이 열릴 때만 등대섬에 갈 수 있으므로 탐방 전에 물 때 확인은 필수다. 거문도에 가서 백도를 구경하지 못하면 거문도에 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는데, 소매물도에 가서 등대섬을 못 간다면 절반의 경치를 놓치는 셈이다. 물 때 확인은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거제 저구항에서 매물도를 거쳐 소매물도 가는 배

뱃길은 매물도와 연계하여 하루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3회, 거제 저구항에서 4회씩 여객선이 오간다. 통영에서는 1시간 30분, 거제에서는 4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 절약이 포인트라면 가까운 저구항을 이용하면 좋다. 소매물도와 등대섬만 탐방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웃 매물도의 백패킹, 트레킹과 연계하여 1박 2일로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                     

한산초등학교 매물분교터 캠핑장

백패커 라면 저구항에서 8시 30분 매물도행 첫배로 이동 후 한산초등학교 매물분교터에 텐트를 설영한 다음, 11시 30분 당금선착장에서 소매물도로 들어갔다가 오후 4시 15분 배로 나오는 코스를 선택하면 좋다. 매물분교터에는 선착순으로 20여 동의 텐트를 설영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을 쓰면 아무래도 텐트 설영을 선점하면서,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까지 왕복하는 데는 통상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등대섬까지 트레킹 후 커피숍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선착장 좌판의 싱싱한 해산물도 한 접시(2인, 2만 원) 먹는다면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형제섬인 매물도와 연계하여, 트레킹과 백패킹 함께 즐겨           

          

매물도 대항선착장에서 소매물도를 가며 바라본 매물도와 어유도(가운데)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당일치기로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다녀올 수도 있다. 물론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당일로 두 섬을 탐방하는 산악회들이 많은데 이들을 따라가면 움직이기에 편리하다. 그러나 개별로 움직인다면 두 섬 간 배 시간 및 트레킹 코스에 대한 시간대별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를 철저히 했더라도, 두 섬 간 이동하는 배편은 여객선사가 예약해 주지 않아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현지 선착장에서 배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빈자리가 있을 때만 탑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못 탄다면 다음 기회에 가면 된다는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소매물도 선착장의 여객선터미널. 통영과 거제에서 온 탐방객들로 늘 붐빌 때가 많다

다행히, 매물도 대항선착장에서 11시 40분 배를 타고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2층의 세련된 ‘소매물도 여객선터미널’이 반긴다. 터미널 앞에는 이미 탐방을 마치고, 통영이나 거제로 돌아가려는 탐방객들로 붐빈다. 탐방로 입구에는 전복이니 해삼이니 갯고동 등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예닐곱 개의 좌판이 있다.                     

선착장 초입에서 조금 오르면 트레킹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비탈길을 조금 올라 삼거리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소매물도분교터로 바로 치고 올라 등대섬까지 가는 길(1.3km)과 좌측 해안의 남매바위를 거쳐 비교적 완만하게 올라 등대섬까지 가는 길(2.3km)로 나뉜다.                     

등대섬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오르는 사람들

삼거리 한쪽에는 ‘소매물도 바다갈라짐 시간표’가 있어 이를 참고 삼아 등대섬에 다녀오면 된다. 일행은 일단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택해 등대섬에 다녀온 후 소매물도분교터에서 남매바위 해변으로 돌아 선착장에 도착하기로 한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등대섬은 ‘통영 8경’ 중 하나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의 관세 역사관

소매물도분교터를 조금 지나면 우측으로 소매물도 최고봉 망태봉(152m)으로 향하는 오르막 테크가 있다. 망태봉 정상에는 관세 역사관이 위치한다. 1978년 설치되어 1987년 폐쇄될 때까지 남해안 일대 밀수를 감시하던 곳이다. 주로 일본 대마도에서 들어오는 어선과 냉동선을 관찰했으나, 첨단 시스템을 갖춘 감시정이 투입되면서 역할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 후 방치되던 것을 대국민 홍보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세청에서 2011년 복원했다.                     

망태봉전망대에서 바라본 등대섬

이곳을 지나면 ‘망태봉전망대’다. 건너편의 등대섬을 소매물도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볼 있다. 등대섬은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석양과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사량도 옥녀봉 등과 함께 ‘통영 8경’ 중 하나다. 해안 절벽을 따라 수평, 수직으로 갈라지는 해식애는 빼어난 경관을 이루어 2006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8호’로 지정됐다.                     

등대섬의 등대

등대섬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초지가 발달하고 돈나무, 동백나무, 보리밥나무 등 60여 종의 자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등대는 1917년 8월 5일에 무인등대로 건립되었다가 1940년 유인등대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등대는 48km의 해상까지 불빛을 비추며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고 있다.                     

등대섬의 땅찔레꽃

망태봉에서 등대섬을 건너는 열목개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길섶엔 노란 선괭이밥, 땅찔레 등 야생화도 다양하게 보인다. 70m의 열목개는 어른이 간신히 들 수 있을 정도의 황금빛 몽돌로 이뤄져 있는데 좌우로는 밀려드는 파도에 햇살에 반사되어 끊임없이 반짝거린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는 어김없는 ‘공룡’ 형세  

                   

등대 아래의 해안 절경

이윽고 우측의 항로표지관리소 옆으로 난 테크를 따라 등대를 향해 오른다. 좌우 초지에는 방풍나물(갯기름나물) 꽃이 우산 모양으로 피어있고, 하얀 땅찔레(돌가시꽃)가 땅에 낮게 엎드려 있다. 등대 바로 아래 서남쪽 해안은 빼어난 경관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공룡 모습의 소매물도(가운데)와 저 멀리 매물도

등대에 올라 바라본 건너편 소매물도는 영락없는 공룡 모양으로 남태평양을 향해 헤엄치는 듯하고, 그 너머로 장군봉에서 북서 사면으로 흘러내린 매물도는 마치 비상하기 직전 짱뚱어의 모습처럼 보인다. 등대섬 탐방을 마치고, 바닷물이 거의 차오른 열목개를 지나 소매물도 해안의 작은 동굴에 자리를 잡고 느긋한 휴식을 즐긴다.                     

소매물도의 해식 동굴에서 멀리 보이는 소지도

멀리 수평선 끝에 소지도가 보이고 갯바위에 서서 낚시하는 강태공의 모습들이 풍경화로 피어난다. 그러나 잠시 후 그곳까지 스며든 문명의 번다함이 평화로운 정적을 깨뜨린다. 소매물도 선착장 방향에서 모터보트를 탄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그곳까지 몰려와 굉음과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를 휘저어 놓은 것이다.                    

남매바위 방향으로 걷다가 바라본 등대섬(3개의 봉우리)과 멀리 무인도

소매물도분교터로 돌아와 남매바위 방향의 해안 둘레길로 향한다. 중간의 바다전망대에서 등대섬을 바라보니 동쪽으로 삐죽삐죽 서 있는 바위들이 신비롭게 보인다. 저곳 어딘가에 중국 진시황의 신하 서불이 불로초를 찾으러 왔다가 불로불사약(不老不死藥)이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다는 글썽이굴과 교미 시기가 되면 상어 떼들이 짝짓기를 한다는 상어굴이 있을 것이다. 


진시황의 신하가 썼다는 ‘불로불사약(不老不死藥)’ 새긴 동굴과 ‘남매바위’ 전설 


그런데 바위 아랫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멀리서도 보인다. 전문가의 시선을 빌리자면 풍화로 바위가 침식되는 현상인데 결국 바위는 두 개로 쪼개어질 것이다. 그렇게 바위들은 생을 다하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저 등대섬도 생을 다해 몽돌이 되고 모래가 되고 말 것이다.                     

광나무 군락지 숲길

남매바위로 향하는 숲길은 온통 광나무 군락지다. 광나무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이남에서만 자라는데 7~8월에 하얀 꽃이 무리 지어 피고 10월에 계란 모양의 보랏빛검정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남매바위 중 크고 거뭇한 숫바위다. 30m 아래 해안가에 작고 희멀쑥한 바위가 있는데 암바위다

이제 애잔한 전설이 전해오는 남매바위다. 갓난아이 때 헤어졌다가 성장해서 만난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은 매물도에, 한 사람은 소매물도에 살았는데 오누이 사이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 했다. 순간,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는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내용이다. 


사량도 옥녀봉에는 아버지가 딸을 범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처럼 근친상간을 금하는 전설들이 섬에 전해오는 것은 고립되기 쉬운 섬에서 서로가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파른 해안가에 핀 수국과 고기잡이 배

선착장으로 돌아오는데 깎아지른 해안가에 탐스럽게 핀 수국이 군락을 이뤘다. 누가 하나 돌보지 않는 비탈이지만 수국은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을 뿐이라는 듯 방싯거리며 웃고 있다. 그 아래 바다에서는 작은 배를 타고 나온 어부가 뜰망 같은 그물로 고기들을 잡아 올리고 있다.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어부의 얼굴도 저 수국을 닮아있을 것이다.   




1) 위 치

   o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2) 가는 방법 - 예매 : 가보고 싶은 섬(홈페이지, 앱)

   o 통영항여객선터미널 :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주차료 5,000원)

    〈통영항 → 소매물도〉

    - 06:50, 10:50, 14:30 하루 3회 운항                          

거제 저구항

o 거제 저구항 :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해안길 60 주차료 무료)

    〈저구항 → 소매물도>

    - 08:30, 11:00, 13:30, 15:30 하루 4회 운항

   *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저구항→당금(대매물도)→대항(대매물도)→소매물도→저구항 순으로              운영됨. 다만, 15:30분 마지막 배는 이의 역순(저구항→소매물도→대항→당금→저구항)으로 운영되          기 때문에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1박 2일, 혹은 당일로 소화할 경우 이러한 배편을 잘 활용하면 됨.      

저구항 여객선 시간표/요금표

   o 문 의

    -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1666-0960

    - 한림해운(한솔1·2호) ☎055-645-3717/644-8092

    - 매물도해운(구경1·3호) ☎055-633-0051

    - 한산면사무소 ☎055-650-3600 


3) 섬에서 즐기기 (트레킹)

   o 트레킹 : 약 4km (2시간) 

   - 소매물도선착장→소매물도분교터→관세역사관→망태봉전망대→열목개→등대섬→열목개→소매물도         분교터→남매바위→탐방안내게이트→소매물도선착장                        

소매물도 등대길(남매바위 방향)


4) 편의 시설 (펜션, 식당 등) : 사전 예약

   o 통영시 관광과 관광안내소(☎ 055-650-0580, 2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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