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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Nov 21. 2021

전북 군산 관리도

- 신선이 노닐었다는 고군산도의 작은 ‘해금강’


섬은 바다를 잇고 다리는 사람을 잇는다  

                   

그 어느 해던가. 1999년쯤으로 기억되던 그때,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선유도를 간 일은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잘한 일이라 여겨진다. 여름휴가를 맞아, 처가 어르신들과 초등학생 아이 둘을 데리고 1박 2일로 선유도를 방문했다.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는가 하면 고운 모래 백사장에 드문드문 나 있는 작은 구멍에 맛소금을 찔끔 뿌려 대면 어김없이 대나무 모양의 기다란 맛조개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러면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잽싸게 조개를 붙잡아, 민박집에서 된장을 풀어 조개탕을 두 번이나 끓여 먹었는데 지금도 그 담백한 맛을 잊을 수 없다.                     

새만금 방조제 표지석

부안과 군산 양방향에서 고군산도 신시도를 목표지점으로 방조제를 잇는 공사가 시작된 지 10여년 흐른 무렵이었다. 워낙 넓은 바다라 공사는 더디게 진척되었지만 공사 현장 트럭에서 흩날리는 부윰한 먼지를 뱃전 멀리에서나마 볼 수 있었다. 당시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 불리며 우리나라 지도를 바꾼다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바다를 가로질러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2010년, 급기야 새만금 공사가 완료된 후 변산에서 군산으로 가면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새만금 방조제를 두어 번 지난 적은 있으나 연도교로 사실상 육지가 되어버린 선유도는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관리도 기행을 통해 추억의 선유도를 가보게 되었다.                     

장자도에서 본 선유도

새만금의 전초기지였던 신시도를 기점으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는 모두 연도교로 연결되어 전국에서 몰려든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배를 타고 방문했던 옛 선유도의 추억이 더욱 아련하게 기억의 지층에서 꿈틀거린다.


예전엔 선유도 그늘에 가려졌으나 이제는 제대로 평가받는 섬         

            

장자도에서 본 관리도

관리도는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선유도 옆 장자도 선착장에서 가는 방법이 있다. 배로 7~8분 거리여서 시간도 아끼고 편리하다. 장자도 선착장에서 차도선인 고군산카훼리호가 관리도→방축도→명도→말도 순으로 운항한다.                     

관리도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바라본 대장도

장자도 선착장 안내도에는 “관리도는 무관의 고장으로 적을 무찌르기 위해 수많은 장군들이 활을 쏘아 적의 몸에 화살을 꽂아댄다 하여 꽃지섬이라고 불렀으며 섬의 지형이 마치 꼬챙이 같다 하여 곡지도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꼬챙이 관(串)자를 붙여 관리도라 부른다”고 적혀있다.                     

관리도 서쪽 해안

군산에서 서쪽으로 38km 지점에 있으며 면적은 4.65㎢, 해안선 길이 7.3km로 자그마한 섬이다. 한가운데 솟은 깃대봉을 중심으로 동쪽 사면에는 징장불해수욕장과 버금물해수욕장 등 모래사장이 잘 발달돼 있다. 농경지가 부족하여 주민의 대부분은 주변 해역에서 멸치·바지락 등을 어획하고, 김 양식으로 삶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서쪽 해안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가 빚어 놓은 2km 남짓한 깎아지른 단애에 용바위, 만물상 바위, 구멍 뚫린 천공 바위 등 비경을 자랑한다. 절벽 아래는 깊은 바다로 낚싯배들이 어김없이 닻을 내리고 있다.


물 빠진 포구, 배는 갯벌에 몸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다         

            

관리도 선착장

오전 11시 배를 타고, 관리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돌로 된 표지석과 안내도가 먼저 반긴다. 건너온 장자도와 대장도의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물 빠진 관리도 포구

선착장에서 마을로 향하는 반대편 바다는 이미 질펀한 갯벌을 드러내고 있다. 어부 한 사람이 삽으로 갯벌을 연신 파 젖히며 갯것을 채취하고 있는데 작업방식으로 보아 낙지인 듯싶다. 마을 초입에서 마을을 바라보니, 말발굽 모양의 포구가 안온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포구의 고깃배들은 뻘밭에 배 바닥을 깔고 단잠을 자고 있는 듯하다.                     

멀리 보이는 방축도(왼쪽)와 횡경도(우측)

트레일의 시작점은 선착장에서 가까운 관리도발전소 옆이다. 나무 데크에 올라 소로로 좌회전하면 된다. 마침 지나던 섬 주민 한 분이 “길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잡풀들이 많을 거”라 염려했지만 늦가을 이어선지 풀이 그리 왕성하지 않아, 걸을만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나가자 우측 바다 멀리 5개의 섬이 횡으로 떠 있다. 고군산군도 끝자락 옥도면 말도리에 위치한 말도, 보농도, 명도, 광대도, 방축도다.


전북 군산시는 이들 5개 섬을 고군산도 해양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섬 가운데 4개의 인도교를 놓아 섬을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총길이 1278m의 인도교를 2023년 6월까지 이을 예정이다.                     

지난 10월 완공된 방축도 출렁다리/군산시

무인도인 광대도와 유인도인 방축도를 연결한 방축도 출렁다리는 지난 10월 이미 완공됐다. 동백숲 길과 곳곳의 작은 해변 산책로가 잘 어우러져 트레킹하기 좋은 곳이라 벌써부터 이름이 나 있다. 다리 위에서 고군산군도의 명물인 독립문바위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니 조만간 들러보고 싶다.                     

팔각형 전망대

작은 깃대봉을 지나니 흰색 팔각형 전망대가 눈에 띈다.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곳에 야영객들이 캠핑할 수 있도록 잘 지어놓았다. 낙조대 아래에는 테크로 된 야영장 겸 전망대가 또 있다. 그곳에서 잔도 같은 내리막 데크를 내려서면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오고, 건너편 용바위를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용바위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이라는데 막상 설명해주는 이가 없어서인지 형태를 잘 알아볼 수 없다.                     

용바위 전망대 오르는 길

왔던 길로 다시 올라가 깃대봉으로 향한다. 메마른 자갈길 양옆으로 노랗게 핀 산국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고개를 좌측으로 돌려보니 대장도와 장자도, 선유도 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우측으로는 90년대 말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본 만물상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듯한 바위가 미니어처로 서 있다.


관리도 서쪽 사면은 깎아지른 단애, 그 너머로 펼쳐지는 무연한 서해바다      

               

벼랑 아래의 낚시배

깃대봉 아래에서는 낚싯배가 떠 있고, 대물이 올라왔다는 선장의 스피커 목소리가 단애를 타고 깃대봉 정상까지 올라온다. 널따란 서해 바다의 중간중간에는 윤슬이 무리 지어 노니는 고기떼처럼 반짝일 뿐, 한 점 티 없는 무연의 바다다.                     

질망봉 가는 길의 홍합바위

관리도 트레일은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를 만끽하며 자신을 벗 삼아 걷기에 좋다.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트레커를 만났으나 가볍게 묵례하고 지난다. 하지만 여름에 방문한다면 그늘이 없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금강산 만물상을 옮겨 놓은 듯한 바위

질망봉에 도착하니, 남쪽으로 길게 뻗은 관리도 해안이 선명하다. 그 끝에 만 개의 불상이 서 있는 모습의 만물상 바위와 구멍 뚫린 천공 바위(쇠코바위)가 있다고 한다. 꽃지2길과 꽂지3길로 나뉘는 갈림길까지 내려와 이제 투구봉을 향해 오른다. 투구봉은 하늘에서 봤을 때 무장한 장수의 형상처럼 보여 그렇게 불린다는데 막상 오르니 전혀 조망이 없다. 평편한 바위 옆 소나무에 다녀간 산악회의 리본들이 즐비하다.                     

투구봉 오르는 길에 바라본 장자도, 대장도, 선유도

원래는 투구봉에서 되돌아와 징장불해수욕장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호기심에 만물상 바위와 천공 바위를 볼 수 있을까 하여 남쪽 능선을 따라 2km 남짓 진행해 본다. 거의 끄트머리까지 갔으나, 이 두 바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버금물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선유군도

다시 투구봉으로 돌아와 징장불해수욕장이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좌측에 있는 징장불해수욕장 입구를 찾아 임도를 계속 걸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버금물해수욕장까지 오고 만다. 해변의 의장에 앉아 느긋하게 건너편 대장도와 장자도, 선유도를 바라본다. 무위자연이다. 신선이 따로 없는~.


한적한 모래사장에 앉아 망중한, 신선이 따로 없는 무위자연                     


박버금물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해안선을 따라 우측에 있는 박버금물해수욕장으로 가본다. 한적하고 고운 모래 해변은 온통 해양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부표들은 침적되고 부식되어 가고 있다. 맑던 마음에 구름이 인다.                     

관리도 선착장으로 가는 길

오후 3시 배를 타기 위해 임도를 따라 관리도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중간에는 섬 주민이 충분히 식수로 쓸 수 있는 저수지도 있고, 마을 가까이에는 제법 울창한 송림도 있다. 말발굽 형태의 포구에는 어느새 밀물이 들어와, 배들은 다시 파도의 노예가 되어 출렁이고 있다. 예전 TV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의 배경 같다.               

물이 차오른 관리도 포구와 관리마을

작은 관리도에 소규모 편의점도 있고 펜션과 민박집이 여러 곳이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새만금사업이 추진될 때 인근 고군산군도 지역 섬들이 함께 개발될 거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해서 외지인들이 이 섬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새 건물은 그들이 지은 것이라고 한다. 현재(’21. 10. 기준) 관리도에는 56세대에 97명이 거주하고 있다.  




1) 위 치

    o 전북 군산시 옥도면 관리도리


2) 가는 방법 : 군산 연안여객선터미널 ↔ 관리도 선착장

    o 군산 연안여객선터미널 : 전북 군산시 임해로 378-8

       ☎063) 471-8772(대원종합선기)

     - 군산 출발 → 관리도 도착

       평일·주말 09:00 (1회)

     - 관리도 출발 → 군산 도착

       평일·주말 15:00 (1회)


    o 장자도↔관리도 선착장

       ☎063) 471-8772

     - 장자도 출발 → 관리도 선착장

       평일·주말 11:00, 14:00 (2회)

     - 관리도 출발 → 장자도 도착

       평일·주말 12:00, 15:00 (2회)

       *상황에 따라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필요                          

장자도에 도착하는 고군산훼리호

3) 섬에서 즐기기

    o 트레킹 : 7km (3시간 30분)

     - 관리도선착장-발전소-작은깃대봉-낙조전망대-용바위전망대-깃대봉-이정표삼거리-투구봉-

       징장불해수욕장-버금물해수욕장-상수도유원지-관리도마을회관-관리도선착장


4) 편의 시설

    <민 박>

     o 세계로민박(010-4843-3487), 바다민박(010-5407-5631), 또박이민박(010-4725-2223)

       관리도민박(010-7655-5797)


   <캠핑장 이용>

     o 관리도리 임일식 이장 (010-7388-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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