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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Sep 07. 2020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군인아저씨께~

위문편지 클라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어서, 최대한 빨리 가려구요"

코로나로 연기됐던 신검 일자가 6월로 확정된 후,
신검을 받고, 1급 판정 받은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큰 아들이 내게 자신의 플랜을 무덤덤하게 얘기한다.

"1학년 만 마치고, 군대는 되도록 빨리 갔다 오려구요.
어차피 갈거면, 빨리 다녀오는게 낫지 싶어서...
또, 군입대 신청은 내년 1월초로 하려고요.

더운 여름에 신병훈련 받는 건 너무 싫어서, 차라리, 추운 겨울에 받으려고... 나  잘 생각했지?" 라며, 선택한 날짜에 대해서도 디테일 있게 설명한다.

" 입영 신청하면, 그렇게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있는거야?"
" 웅, 아마도 그럴걸요."

군대 가는 문제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아이는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신검 날짜가 임박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의 정리 안된 계획들을 허물었다가 다시 세우고 했을까?라고 생각하니, 아들을 곰곰히 바라보다가,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잠시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서,
고개를 꼿꼿하게 세운 채로, 아들의 말에 순응하는 듯, 눈으로 만 알았다는 듯 깜박이다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암, 그래야지.."

"근데, 엄마!  XX 는 ㅇㅇ 로 군 면제 판정 받았대.
 짜아식 완전 좋갰다. 걔는 1년 6개월의 시간을 번거잖아."

은근, 군대 면제받은 친구 얘기를 하면서 내게 부러움을 양껏 표현한다.

아들이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한편으로 동조를 하면서도
 "그래도 사나이는 군대를 가야지 "라며 원칙적이고도 상투적인 말로 대답하고 말았다

그것은 나 스스로 아들의 다가 올 군입대에 대한 심리적 준비 단계를 2단계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고,
 무미건조한 답습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일임을 강조하기 위한 이성적 판단에서 였다.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해 줌으로써,
 이것이 마치 어른이 되어가는데, 순응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작용의 원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나도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이땅의 엄마이니,

1년6개월의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좋은 자대 배치 받아, 부대원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기를,
다치지 않고, 몸 건강히 제대하기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
그럼에도 숭고함이 깃든 고결한 바램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군인아저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밤낮으로 열심히 훈련하시는 국군아저씨!
노고에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ㅇㅇ국민학교 3학년 ㅇ반, XXX입니다.
오늘도 저희는 군인아저씨가 나라를 지켜주시니,
이렇게 마음 놓고 학교도 다니고,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 잘 하고 지낸답니다.
제가 아저씨 얼굴은 모르지만,

아저씨는 분명 씩씩하고 용감한 군인아저씨 일거라고 생각해요.정말, 감사드립니다. "

40여 년전, 위문 편지의 정확한 포맷은 없었어도,
분명 이런 내용을 가득 채워 보냈으리라.

어린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도 느껴지는 그들을 향한 진심어린 노고와 수고에 감사함이 저절로 생겨서였을테고,
또 하나는,
당시 학교에서의 반공정신과 애국심을 동반했던 교육은 필수였고, 휴전 중인 국가에서 군인아저씨께 쓰는 위문편지는 받는 이와 보내는 이에게 동시에 애국심을 불타오르게 하는 큰 소재였을게 만무하다.

그래서였는지,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일년에 1회 정도는 군인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꼭 썼던 것 같다.

이에 우리는 그들의 노고를 기억했고,
그것이 헛되지 않게, 우리도 열심히 공부하고,
애국심을 발휘해서 정직하고 바르게 자라야 한다는 선생님의 훈화 말씀 또한 뒤따랐다.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써 내려간 우리들의 위문편지는 전방 부대의 어딘가로 무작위 배포된다고 했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에 군인 아저씨의 답장을 받았던 친구들은 펜팔이나 러브레터라도 받은 듯, 뛸 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그럴땐 답장 받지 못한 아이들의 부러움을 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군인아저씨가 답장한 편지 내용을 보고 싶어 안달하기도 했다.

그 땐, 군인들이 꼬맹이들의 위문 편지로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세상 소식을 듣기도 했다면,
요새 군인들에겐  병영 생활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가족간의 단톡방이나 어플 등이 있고, 아들의 군생활을 염려하는 부모를 위해 중대장이 보내는 문자메세지가 편지처럼 전달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위문편지 따윈 이제 필요없는 세상이 되었다.

군인들도 평시에 훈련 마친 후,
자유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바깥 세상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위문편지로 소통했던 세대의 군인과는 격세지감의 정도가 lte급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언감생심 가족에게 전화하려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마다않고 기다리며, 무심한 하늘 쳐다보는 처량함을 볼 수 있는 광경은 어디에도 없는 고릿적 이야기가 되었다.

 달라진 병영문화와 군인권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세상 좋아졌다고 말 하지만, 가끔씩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군사고에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엄마! 나 내년 1월 4일에 군대 갈거고, 올해부터 입대 신청하면, 바로 자대 배치도 자동으로 받게되서,육군 6사단으로 자대 배치 받았어. "


"아~ 그래?"


벌써부터 전방에서 군 생활하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작한다. 

"엄마도 나 군대가면 우실래나?
아, 참 군대에서 내 옷 보내면, 그것 보고 우시겠네. 울엄마"

이 땅의 모든 어미들이 운다는 그 서글픈 울음 말이다.

"으응, 엄마도 네 옷 부여잡고, 엉엉 울 것 같은데...어쩌지?"


벌써부터 몸 속 깊이 가동하지 않았던, 녹슨 울대의 울림에 시동이 걸리고 있는 중이다.
생각 만 해도, 가슴 한켠이 시리고,
구멍 난 양말 처럼 너덜거린다.


분명, 군입대 앞 둔 아들 부여잡고, 펑펑 울긴 할 것 같다.

요새는
종이로 쓰는 위문편지는 못 보내도, THE CAMP라는 어플 깔면, 위문편지 쓸 수 있고, 가족간의 소통도 자유롭단다.

세상 참 많이 좋아지긴 했다.






이 땅의 모든 남성이라면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군대는 다녀와야지...

부동시니 담마진이니 이러면서 껄적지근하게 면제받기 없기.
특히, 정치하는 분들은 새겨들으시라.


인생은 회피가 아니라, 정면승부란 걸


 



2020.09.05. 내년 초에 군입대 앞 둔 큰아들을 둔, 가원생각
아~둘째도 군대...다음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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