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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n 27. 2021

어쩌다 마주친...

뫼비우스띠처럼 필연이 '우연' 처럼 지나간 날 (C민정수석, Y검찰총장)

어느 봄날이었던가?


종이(Paper)를 주제로 한 여러작가들의 작품이 담겨진 D미술관 전시회 소식이 들렸다.


물상에 대한 호기심이 직업병처럼 도지니,

그 뉴스를 접한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전시회 일정은 한참 여유가 있었지만,

몇 번이고 바로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랬다가

며칠 후, 전시회장 문 앞으로 후두둑 달려갔다.

이른 봄이라서 꽃샘추위도 있을만한 날이었는데, 다행히 볕좋은 날이었다.


지하철 역을 빠져 나와서 전시회장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재킷 사이로 살며시 스며드는 도심의 바람이 상쾌했다.


세상이 내 품에 안긴 듯,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기대와 행복의 수치가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혼자여도 마냥 좋은 날이다.


오히려, 혼자인 것이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절대 비법'일지도 모른다.


작품마다에는 작가의 개성과 호흡에 따라 무수한 결이 펼쳐져 있다.

1층부터 4층까지 전시된 작품 속 저마다의 세계가 뿜어질 때마다,

나는 고작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몇걸음 옮겼을 뿐인데,

작가의 인고의 노력  속에 탄생한 산물을 꿀단지 속 꿀을 빼어 먹 듯, 홀라당 단숨에 흡입 중이다.   

그것이 관람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시각적 포만의 식탁이기도 하다.

4층까지의 꿀을 모두 따 먹고 나니, 전시회장 여운 때문인지, 나의 심장은 더 빨라져 얼굴까지 달아 오른다.



2018.3월에 방문한 D미술관 전시회 'Paper, Present -너을 위한 선물' 모습




밖을 나온 풍경이 그림같다.

봄날 오후의 따뜻한 축복이 내리 쬐고 있다.

그 축복을 맞으며,

서촌 한옥 마을을 한걸음 두걸음 화폭 속으로 들어갔다.


점심 때가 지났지만 식사보다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오전에 커피를 마시지 않은 탓이었는지 한 모금이 몹시 간절했다.

때마침 지나가다, 길가 카페의 구수한 원두향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고,

그 곳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들어갔다.


카페 구석구석에 베인 원두향을 음미하다가,

삼삼오오 둘러 앉은 손님들의 미소 속 대화를 흘깃흘깃 엿듣기도 했다.

간단한 몇 통의 긴급한 통화를 했고, 구수한 커피를 다시 홀짝였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부추김에 산책을 마져 더 하기로 하고 카페를 나왔다.


오후 12시 40분쯤이었다.


정확히 그 길 이름은 모르겠으나,

이대로 직진하면 아마도 청와대와 점점 가까워지는 길목인 듯 했다.


효자동 뒷 골목이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몇 명의 여인네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듯 빠르게 움직이더니,

멀리있는 누군가를 가리켰고, 일시에 나를 재치고 빠르게 앞다퉈 내달린다.


그녀들은 백미터 쯤 떨어져 있는 곳의 누군가를 향해 손짓을 하며,

무리 중 한 여인이 뭐라고 인사를 건네는 듯 크게 소리쳤다.


주변의 환호 소리도 메아리처럼 들린다.


멀리있는 사람과 물체를 잘 분간할 수 없는 내겐 누구인지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호들갑스럽게 환호작약하는 그녀들의 마음과 동하고 싶지 않았고,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여인들의 환호를 보필받을 만큼의 어떤 사람인지는 5초 쯤 지나서 알게 됐다.


그가 이쪽을 향해 오던 오십미터 쯤에서 우리와 마주칠 수없는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지점에서 그가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C 민정수석"이었다.


내 앞의 여인네들은 더 크게 환호했다.

아예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번쩍든 손으로 열광하듯 인사한다.


그는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는 중에

 나를 포함한 무리와 마주한 것이다.

부유하는 그의 일상 중 단 몇 초 간 희미한 연대가 엷게 드리워졌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나온 봄날의 따스한 햇빛이

무대의 하이라이트고 일행은 그의 배경이 되면서,

 그가 더욱 돋보인다.

이런 생각은 순전히 그에 대한 나의 사심이다.


그는 나를 포함한 여인들 몇몇 무리의 언저리를 향하여 손을 번쩍 들어 두어번 더 흔들어 주었다.


언제 올라갔는지 모를 내 손도 어느새 무리들과 함께 그에게 화답 중이었다.


아마도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을게 분명하다.

그가 손만 흔들었을 뿐인데, 아우라는 주변으로 퍼져가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의 주변도 일시에 전시회 그림처럼 배경이 되었다.


전시회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심장 박동 게이지를 상승시켰던 그날의 스침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쯤 일이다.





2021년 2월 어느날,


겨울 끝자락의 추위는 여전했다.

서초동 **한정식 음식점에서 지인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점심 때라서  손님들로 식당이 붐볐다.


식사를 이제 막 시작한지 채 몇 분 되지 않아서 누군가 내 등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쿵쿵 쿠웅,

저벅저벅 앞질러 간 검은 무리의 뒷모습  만 바라봤다.

누군가 다가올 때 내가 미리 뒤 돌아보지 않았기에,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내 앞에 앉은 지인이 "Y 검찰총장 이네요" 라고 말 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고,

그들은 이미 식당 저 깊숙히 예약된 룸으로 이동해서 사라지고 없었다.


"대단하네" 나는 절로 말이 터져 나왔다.


몇 초 전 내 등 뒤에서 앞으로 스쳐 지나갈 때,

몇 미터 전부터 그가 나타남을 알리는 바닥으로부터 느껴지는 육중한 진동과

지나가는 외형에 사뭇 놀란 나의 감탄사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이다.


거기에 그를 보필한  무리들의 모습 속에 혹자가

그에 해 들려 준 '병원외과 과장의 회진' 같은 영상이 오버랩되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와 지인이 웃는 동안,

Y총장의 목소리와 그의 일행들의 웃음소리도 밖으로 새어나와 우리의 것과 간간히 섞였다.


내 등 뒤로 지나간 십분의 일초!


인생을 숲으로 비유한다면,

어쩌다 마주친 그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은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지는 찰나 쯤 될거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내겐 스냅 사진처럼 선명하다.

두 개의 기억이 겹친다.


언론의 초미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사람!


2년 여의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한사람은

올해 6월 초,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입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의 회고록을 냈다.


다른 한 사람은

“내가 처음부터 정치하겠다고 한 게 아니지 않으냐.

난 국민한테 소환돼서 나왔다.

그러니 날 소환한 국민이 가리키는 길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의 열망과 바람에 따라 할 것이다.” 라는 소명론을 앞세운 전언 정치를 시작하며, 대권을 꿈꾼다.


요즘 그는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하기는 했으나,

정확한 일정은 불분명해 보인다.

아마 6월 말 7월 초 쯤에 대권 선언을 할 모양이다.  

(아! 오늘 뉴스에서 그가 6월29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제 자의 반 타의 반, 내년 3월까지 그의 꿈은 대통령이다.


그의 열망이건,

국민의 열망이건,

혹은 자신의 안위를 위한 도모이건

시간이 흘러 내년 3월 쯤 되었을 때는

이 열광의 도가니의 끝이 보일 것이다.


그는 오늘도 '외과 과장의 회진' 포스로 두문불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가 보다.




사랑하는 님도 떠나고, 기차도 떠나간다.

그래고 인생은 유유히 흘러간다.

 봄은 갔고, 여름은 오고... 가을, 겨울이 또 오겠지...

2021. 06. 27. 가원생각



To Treno Fevgi stics Okto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The train leaves at eight - Agnes Baltsa(아그네스 발차)

https://youtu.be/kJQuWX9RR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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