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한살 씩. 꼭~ 먹는거
'당신 앞에 세월을 되돌릴 수 있는 버튼과 빨리 가게 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당신은 어느 버튼을 누르고 싶은지•••.'
<사랑을 알 때 까지 걸어가라> 저자 최 갑수가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는 이내 모든 세월을 되감고 싶다고 했다.
지금껏 못 해 본 사랑도 해 보고,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전공을 선택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심지어, 초등학교 때 열심히 치지 않았던
기타도 더 열심히 치고 싶다고 한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면,
뭔가 새로운 일에 열심히 더 잘 할 것 만
같은 생각이 들기에,
인생의 되감기 버튼을 상상하리라.
베트남 여행을 하던 중,
그의 친한 친구의 부고 소식을 문자 메세지로 접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짐을 꾸리면서
그의 생각은 바뀐다.
매 한가지로 귀결되는 모두에게
같은 인생의 종착역이 '죽음'이라는 명제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었을까?
'모든 것이 반복일 뿐이다.'라는 것의
인생의 테제(These) 아래 테이프 되감기 하 듯,
매 한가지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할 것 같은
운명적 사실 앞에,
권태와 지루함의 지난한 과정을 구역질하며 되새김하는 수행으로 여겼는지,
이제는 빨리 감기 버튼을 선택하겠노라며,
자신의 글을 맺는다.
이처럼,
버겁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늘 저마다의 깜량으로 그만큼 씩 힘들어 하고,
그만큼씩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남은 세월의 흔적이 때론 상처로 남거나 옹이처럼 흉터로 남겨지더라도
먼 훗날 그것을 보듬고 품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쓸쓸히 돌아 바라볼 뿐이다.
버튼 하나의 선택으로 인생을 감고 푸는 것이
쉽고 가능한 일이라면,
감행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고행이다는 것을 깨달은 철학자에게는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퍽퍽함과
권태 그 자체가 인생일지도 모르니,
인생 되감기 권유는 함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삶이 타자화 되면,
새털처럼 가볍고, 고요하며,
별거 아닌 쉬워 보이는 일상일지도 모르는 일들이
내것이 되고 나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나이 먹을수록 가슴 떨리게 이해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인생을 과거로 되감기 하고 싶은가?
혹은 미래를 향해 빨리 앞당겨 가고 싶은가?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면,
당신은 어느쪽 버튼을 택하시려나요?
이렇게 묻는 질문이 우문(愚問)이라는 것도 알고,
어디에도 현답(賢答)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가끔은 이런 상상만으로도 머리 속 갈증이 씻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런 물음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 강조하기도 하고,
그런 질문 따위 집어 치우라며
일갈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상상 위에서도,
우리는 매년마다 첫날에 꼬박꼬박
'오롯이 나이 한살씩 먹는 공평함의 원칙'에
의거해서 오늘을 살아가고,
그 불변의 버튼 앞에 매일 의식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지혜도 한살 더 먹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2015. 12. 31.목요일~
내일이면 내년이 되는 나이 한살 더 먹는 공평함을 누리는 佳媛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