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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l 16. 2016

The Robster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당신은 정말 아내를 사랑합니까?"


검은쟈켓을 입은 사내는 늙은 노부부 중

침대 머리맡에 겁먹고 앉아 있는

남편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질문한다.


삶과 죽음의 선택이 총잡이에게 달린 상황이다.


"난 정말 내 아내를 죽도록 사랑합니다.

이 세상 무엇과도 그녀를 바꿀 수 없지요.~"


남편은 총잡이와 침대 끝 맞은 편에

인질로 잡혀서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의자에 묶여 있는 자신의 아내와 옆을 지키는 다른 총잡이를 향해서

얼마나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지

절규하듯 외친다.


"그렇다면, 둘 중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누가 죽어야 하지?"라는 총잡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은 말을 줄줄이 꿰어 찬다.


"아내는 나를 사랑하고

나 역시 그녀를 사랑하오.

허나, 아내는 나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여인이오. 그러니 아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살아야 하오.

나는 혼자서라도 살아갈 수 있소.

(흐느끼듯 울먹거리며~)"


이 말을 듣고 있는 아내는 절대 안된다는 표정과 남편을 향한 분노와 배신의 슬픔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금방이라도 총부리가 누구에게 겨눠져 탕탕 소리날 것 같은 흔들리는 공포 속에

늙은 남편은 아비규환 속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음하듯 자신이 살아야 한다고 내뱉고 있다.


순간 그 말이 진리이자 진실처럼 총잡이에게 들렸을까?

아니면, 위선자의 말을 알면서도 믿는 척 했는지 모른다.


남편 옆에 서 있던 총잡이는 침대 끝 쪽 의자에 묶여 있는 남자의 아내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

재갈에 물린 여인의 괴성과 저항의 외마디 함성이 울린다.


총잡이는 그녀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탁....


방아쇠는 당겨졌으나,

탄알이 없었고 그녀는 죽지 않았다.


총잡이는 겨눴던 탄알 없는 총을 노부부가 자고 있던 침대 이불 위에 던져 놓고,

홀연히 자리를 떠난다.


밖으로 퍼져 나오는 여인의 광기어린 분노의 목소리가 밤하늘 공기를 갈랐고,

하늘을 찌를 듯 동네에 울려 퍼진다.


그후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스 출신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인 ' 더 랍스터(The Lobsterㅡ2015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에서 커플 메이킹 호텔 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부부의 사랑에 관한 진실'을 주인공 데이비드가 테스트하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최후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결혼생활이 유지되었는지, 파경을 맞이했는지...


애초에 누가 누구를 더 많이 사랑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우문(愚問)이었기에 그것에 적합한 답을 찾는다는 것이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아니 정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누구를 대신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고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은

일반적인 성정을 지키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랑을 합리화하여 요구하고,

필요에 의해서 취하며,

돈을 지불하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이용하거나,

편리함으로 착각하며

그것이 사랑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독은 면도날 같은 예리함으로

사랑의 정직성과 순수함을 깨끗하게

도려내어 생각해 보게 한다.


베토벤이 세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지막 무덤 장면을 읽고, 감동받아 쓴

현악4중주 Op.18, No.1 중 2악장 아다지오의 선율은 사랑을 역설하는 아이러니한 화면의 영상과 서로 엉키어 소용돌이 친다.


현실성이 떨어진 듯하면서,

그렇다고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랑에 관한 담론의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처지에 참 묘한 기분이 맴돈다.


"누가 살아야 하냐고 총잡이가 물으면, 나도 내가 살아야 한다고 박박 우기겠지? "


아마, 사랑이라고 써 놓고,

이기적인 에고이스트라고 읽고도,

자아도취 되어 흥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머리로 하는 사랑에서

가슴으로 시작하여

발끝이 움직이는 사랑이기를....




사랑이라고 쓰고,

사랑이라고 제대로 읽을 날을 희망한다.


2015. 11. 30. 佳媛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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