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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Aug 09. 2016

한 여름밤의 꿈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어젯밤, 누군가(낯선 외국인)와 영어로 열심히

 대화하는 꿈을 꿨다.


근자에 영어로 짧은 대화를 했던 상황이

있었거나, 혹은 외화를 봐서 그럴 수

었으리라.


영어 대화가 가능하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영어 강박증에 대한 내적 억압의 고리가

작동한 것으로 내 꿈을 해석한다면,

아주 잠을 달게 잔 날이 아닐 확률이 꽤 높다.


그만큼 내 안에 갈망하는 무언의 정점이

'영어 꿈'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각했던 언어를 토설하고 싶은데

벙어리 냉가슴 앓 듯,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못하고,

입 안에서 웅얼거리기 만 하고 말았다.


꿈 속에서, 갈팡질팡 헤매는 내 모습에

몹시 실망하고 고개를 휘졌다가 놀라서

깨어났다.


"도대체 뭘 말 하고 싶었던게지?

내 참,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또 쏼라쏼라 하고 싶었군..."

머리가 멍한 상태로 어젯밤 꿈을 되짚어

생각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꿈에서 입으로 웅얼거렸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일년에 몇번씩 이런 꿈을 꾼다.


그리고, 다음날 대화의 성공여부에 따라,

아주 상쾌하기도 혹은 껄쩍지근하기도 하다.


 심지어 몇달 전에는 수년 동안 쓰지 않던,

일본어로 대화를 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내게 조금이라도 가능한 언어의 나침반은

무의식 세계를 지배하는 모양이다.


20년도 더 되서, 거의 잊었다고 생각하는 언어가 꿈 속에서 꿈틀대다니 대단한 일이다.


인호의 여름방학 국어과제 중

'가족과 함께 떠나는 문학관 체험' 이 있어서

겸사겸사 '춘천 김 유정 문학관'으로 당일치기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김 유정 문학관 안에 놓여있는 그의 작품

가족 모두가 이른 아침 7호선 상봉행

지하철을 탔다.

상봉에서 내려, 경춘선 열차로 환승해서 '김유정역'에 내리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춘천가는 역 플랫폼은 여름휴가를 나선 관광객들로 붐볐고, 바람 한점 없이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선로의 열기가 역내에 가득 뿜어져,

 더위를 달랠 방법이 없다.

김 유정역에 멈춰 있는 옛 기차 ㅡ'김 유정 역' 이라 불려지기 전 '신남역' 플랫폼

인호, 인영이는 선로에 서 있는 기관사실이 있는 외칸짜리 코레일 열차를 바라보면서

얼마전 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영화가 떠올랐는지 좀비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두려운 눈빛을 서로 교환하며 맞장구치고

호들갑스럽게 떠들며 웃기도 한다.


낯선 아저씨가 웃으면서 남편과 내게

다가온다.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딸 둘과 부부인

외국 관광객이었다.


가평 가려는데,

어느 방향으로 타면 되는지,

아이패드에 펼쳐진 열차 지도를

가리키며 묻는다.

남편과 나는 역 선로 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타면되고,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니,

춘천행 열차를 같이 타면 된다고 했다.


그가 고맙다고 웃으며 목례한다.


어디서 온 관광객인지 물으니 홍콩에서 왔단다.


3년전 우리 가족도 홍콩여행을 처음 했었다며,

여행담을 잠깐 나누었고,

그도 무척 반가운 기색이다.


자신은 비즈니스 트립으로 한국을 여러번 방문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한국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몇 분간의 담소가 지나고 나니,

춘천행 열차가 도착했고,

우리부부는 그들에게

즐거운 여행을 기원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3년 전 홍콩여행 중,

구룡반도 시내에서 길을 잃고 헤매일 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준 '어떤 아저씨의 친절함'에 고마움이 다시 생각나는 날이다.


아무래도 내일 모레 쯤,

꿈 속에서 다시 '영어로 대화하는 꿈'을

시원하게 꿀 것 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소화해야지^^"

김 유정역에서 김 유정 문학관 내부까지~~


2016. 8. 4.

35도 뙤약볕에서 김 유정 문학관을

감동적으로 돌았다. 佳媛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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