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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Sep 19. 2016

국어 선생님

멘토(Mentor)와 멘티(Mentee)

가만히 벽에 기대고만 있어도,
송글송글 맺힌 이마의 땀이 주르륵 턱선으로 떨어져 내리는 8월의 찌는 듯한 무더위에
설상가상으로,
수영장 다녀온 뒤로 눈병이 걸려, 애꾸눈 신세가 된 소녀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때론 늦은밤까지 마구마구 울어대는 매미소리처럼 사춘기 소녀 날카로운 감성 기복도 가늠하기

힘들다.



이렇게 중3 여름 방학은 하는일 없이 빈둥대며,

그냥저냥 지나갈 것 같아 속은 타고, 고민스럽다.

"친구들은 방학을 잘 보내고 있겠지?



나만 왜 이리 빌빌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숨 섞인 푸념이 오후 더운 공기를 데워주고 있는 듯,  태양은 더욱 이글거린다.



여름방학 시원하게 잘 보내고 건강 유의하라고,

방학식 때 메세지를 남기신 담임선생님 말씀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은유니 직유법이니 구개음화. 자음접변 등 국어시간 빈틈없이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하하, 호호, 깔깔거리며 즐거운 수업시간을 변함없이 만들어 내시는 선생님의 수업기법이 그 당시에도 참 좋다는 생각이었다.



멋지고 시원스러운 선생님의 펜글씨를 소녀는 잊지 못한다.



고민 많은 사춘기 소녀가 마침내 펜을 들었다.



아마도 선생님께 건강과 안부정도의 간단한 인사를 여쭸을 것이고,

방학 끝나면 기쁜 모습으로 뵙겠다는

정도였으리라.

선생님께 편지를 띄운지 일주일만에,
답장이 도착했다.


몇줄 안되는 편지글에서 보이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씨....
그리고, 흘리는 듯하다가 꼬오옥 꼭 눌러 쓴 펜글씨.



며칠 전, 책장에서 빛바랜 채 눅눅히 꼽혀져 있는 옛 일기장을 펼쳐 보다,
우연히 발견한 중3때 담임 선생님께 받았던 답장 엽서가 일기장 속에 매달려 있다.



정성어린 선생님의 엽서, 기억하다



보고만 있어도, 선생님 사랑의 온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때, 담임선생님 편지 받고 난 후,

여름방학 빨리 끝나고, 학교에서 선생님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직장 다니고, 후에 대학원 다닌다며 바쁘다는 핑계 속에서도, 늘
중3 때 좋아하고, 존경하던 선생님은 내 기억

저편 늘 그자리에 계셨다.

대학원 2차학기 시작 할 무렵, 불현듯 선생님의

안부와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로 교육청에 선생님 존함과 전공과목을 이야기하니 '지금은 ** 학교에 계십니다.' 라고 알려준다.



오후의 태양이 따사로이 걸린 5월!
마침내 15년 정도 지난 후에서야 선생님과 반가운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여중 졸업 한 제자 김 정현 이라고 올리니,

선생님은 금새 기억하신다.
심지어, 주변 친구들까지 기억하신다.

그때 편지처럼,
선생님과 사모님 안부며 재직 중인 학교의 일상과 내 주변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여전한 선생님의 훈훈한 제자 사랑에 내마음은 금새 햇살 같아진다.



보드라운 봄바람이 살랑대면,
유난히 중3 담임이셨던, 곽 성구 국어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봄볕의 따사로운 햇살위에,

무더웠던 중3 여름 날, 담임 선생님의 답장을

반기며 좋아했던 순수 소녀의

아련한 추억이 따뜻하게 이슬처럼 맺혀있다.



"선생님! 건강하시죠?  제가 선생님 좋아하고,

존경하는 거 아시죠?"



이제 선생님과 나는 서로의 근황을 자연스레 알고 지내는 페이스북 친구사이이다.
정년 후에, 사모님과 함께 보내는 일상, 자녀 결혼, 영화이야기,

시시콜콜한 우리네 이야기들을 전하고, 듣고하는 ....그런 친구 말이다.



인생은 이런 것!






스승의 날만 선생님을 생각하고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것이 아님을 알리는 2015.3.18 佳媛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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