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어려워~
'정말 고기가 잡힐까? 한마리라도 잡으면 좋겠다.'
칠흑같은 야심한 밤에 저 멀리 가로등 외로운 불빛 만이 홀로 낚시터 주변과 시골 마을을 비추고 있다.
6월말, 초여름 날씨가 제법 익숙해졌다.
오후 세 네시쯤 낯선 시골 동네에 첫발을 딛었다.
그들은 평평한 낚시터 주변 야트막한 곳에 텐트를
쳐서, 밤을 보낼 자리를 잡고 버너로 밥을 지어 먹고,
이후에 펼쳐질 즐거운 밤 낚시를 상상한다.
텐트 주변에 앉아 있던
예닐곱명 젊은 대학생들의 화두는
'저수지 밤 낚시'의 묘미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중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젊은 청년 중 제일 나이 많은
예비역 선배의 자랑이 이어진다.
들을 만한 정도의 몇 번의 자랑과
무용담이 이어졌고,
맞장구 쳐 주는 후배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고요한 마을에 울려 퍼진다.
저녁 9시가 조금 지났을까? 슬슬 밤낚시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자 이제 낚시 준비해 볼까?"
한번도 낚시를 해 보지 않은 여학생은 세상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 들에 대한 신비감에 눈빛이 반짝거린다.
"이그~ 징그러라"
선배가 미끼 통에서 자그마한 지렁이를
손으로 집어
낚시줄 찌에 끼우는 것을 보고 후배는 기겁을 하며, 눈을 찔끔 감는다.
"이렇게 찌에 고정해야 물고기가 물어서,
잘 잡히지. 이게 잘 고정 되지 않으면,
물고기가 살짝 지렁이만 흔들어 먹고 갈 수도 있어"
제법 능숙한 솜씨가 돋보이는 선배의 손놀림에 모두들 둥그런 원을 그리며,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구경한다.
모여 있던 남자 후배와 동기들도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자 ~ 이제 시작이닷" 하면서 선배는 힘껏 낚시줄을 강가에 던진다.
능숙한 선배의 손놀림을 보아서 금방이라도
고기가 잡힐 것을 믿었던 것인지 여학생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다른 친구들과 선배들도 근처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하였다.
그녀는 간간히 랜턴을 켜서 낚시대 쪽을
확인하기도 하고, 강 주변을 살피기도 한다.
알 수 없는 풀벌레 소리가
침묵하는 강에게 말이라도 거는 듯,
밤 시간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
두시간 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선배 곁에서 세상의 모든 시간과의
대적을 포기라도 한 듯,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졸다가 푹 떨군 고개의 반동에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뜨더니, 어둑한 강둑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심심해, 졸려요 선배!"
고요를 가르는 후배의 잠꼬대 같은 말에
선배가 피식 웃는다.
"졸려? 낚시의 참 맛은 기다림인데..."
더 이상 말을 잊지 않는 선배는 그녀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이미 강태공이 된 선배의 무아지경을
알 리 없는 후배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선배! 재미있는 얘기라도 해 줘요. 네~?"
"이 밤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다가,
네 웃음에 물고기들 다 도망갈 걸?" 하며 껄껄 웃는 선배가 밉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는 다 어디 갔는지 잡히지 않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후배는 더 기다리지 못 하고,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선배가 잡은 물고기가 몇마리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팀이 잡은 것을 포함하면, 모두 세마리였다.
석쇠위에 잘 손질된 작은 민물고기를 소금에 뿌려
구워 먹었던 고기 맛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한없이 크게만 보였던 선배의 아우라로는 적어도
여덟마리 정도 거뜬히 잡을 수 있을거라는 그녀의
믿음이 처참히 무너졌던 날이었다.
'한마리의 물고기'라는 것만으로도 후배의 실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당시 위로를 삼을 수 있었던 생각이 하나 있긴 했다.
"뭐~ 고기잡는 어부 베드로도 밤이 늦도록 한마리 잡지 못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베테랑이던 어부 베드로도 실패했던 날이 꽤
있었다는거지."
그런 그 앞에 예수가 나타났으니,
인생역전의 패러독스로 인용이 되기도 한다.
그 위로가 당시에 진정한 위로가 아니었을지언정,
그 시간을 뒤로 하고 그날 함께 했던 교회 동기와
선배들 간의 낚시여행은 작은 베드로를 꿈꾸는
'사람을 낚는 어부'의 날개짓이었을까?
일곱 명 중에 세명은 목회자가 되었다.
세명(두명은 선배, 한명은 동기) 모두 합창처럼
"고기보다 사람 낚는게 더 어려워" 라고 내게 말
할지 모른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달리 있는게 아니다.
분명 낚시질 자랑을 일삼던 선배가 그날,
밤이 늦도록 수 십마리의 월척을 잡았다면,
그길로 설마 어부가 되진 않았을게다.
어시장으로 나가서, 고기를 팔지 않았을까?
강태공의 기다림을 눈꼽만큼도
모르고 쿨쿨 잠들었던 ... 2016.9.10. 佳媛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