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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Sep 10. 2016

강태공의 마음

낚시 어려워~

'정말 고기가 잡힐까? 한마리라도 잡으면 좋겠다.'

칠흑같은 야심한 밤에 저 멀리 가로등 외로운 불빛 만이 홀로 낚시터 주변과 시골 마을을 비추고 있다.




6월말, 초여름 날씨가 제법 익숙해졌다.


오후 세 네시쯤 낯선 시골 동네에 첫발을 딛었다.

그들은 평평한 낚시터 주변 야트막한 곳에 텐트를

쳐서, 밤을 보낼 자리를 잡고 버너로 밥을 지어 먹고,

이후에 펼쳐질 즐거운 밤 낚시를 상상한다.

텐트 주변에 앉아 있던

예닐곱명 젊은 대학생들의 화두는

'저수지 밤 낚시'의 묘미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중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젊은 청년 중 제일 나이 많은

예비역 선배의 자랑이 이어진다.

들을 만한 정도의 몇 번의 자랑과

무용담이 이어졌고,

맞장구 쳐 주는 후배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고요한 마을에 울려 퍼진다.


저녁 9시가 조금 지났을까? 슬슬 밤낚시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자 이제 낚시 준비해 볼까?"

한번도 낚시를 해 보지 않은 여학생은 세상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 들에 대한 신비감에 눈빛이 반짝거린다.


"이그~ 징그러라"

선배가 미끼 통에서 자그마한 지렁이를

손으로 집어

낚시줄 찌에 끼우는 것을 보고 후배는 기겁을 하며, 눈을 찔끔 감는다.



"이렇게 찌에 고정해야 물고기가 물어서,

잘 잡히지. 이게 잘 고정 되지 않으면,

물고기가 살짝 지렁이만 흔들어 먹고 갈 수도 있어"

제법 능숙한 솜씨가 돋보이는 선배의 손놀림에 모두들 둥그런 원을 그리며,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구경한다.

모여 있던 남자 후배와 동기들도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자 ~ 이제 시작이닷" 하면서 선배는 힘껏 낚시줄을 강가에 던진다.

능숙한 선배의 손놀림을 보아서 금방이라도

고기가 잡힐 것을 믿었던 것인지 여학생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우리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




다른 친구들과 선배들도 근처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하였다.

그녀는 간간히 랜턴을 켜서 낚시대 쪽을

확인하기도 하고, 강 주변을 살피기도 한다.


알 수 없는 풀벌레 소리가

침묵하는 강에게 말이라도 거는 듯,

밤 시간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


두시간 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선배 곁에서 세상의 모든 시간과의

대적을 포기라도 한 듯,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졸다가 푹 떨군 고개의 반동에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뜨더니,  어둑한 강둑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심심해, 졸려요 선배!"

고요를 가르는 후배의 잠꼬대 같은 말에

선배가 피식 웃는다.


"졸려? 낚시의 참 맛은 기다림인데..."

더 이상 말을 잊지 않는 선배는 그녀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이미 강태공이 된 선배의 무아지경을

알 리 없는 후배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선배! 재미있는 얘기라도 해 줘요. 네~?"

"이 밤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다가,

네 웃음에 물고기들 다 도망갈 걸?" 하며 껄껄 웃는 선배가 밉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는 다 어디 갔는지 잡히지 않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후배는 더 기다리지 못 하고,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선배가 잡은 물고기가 몇마리인지 알 수 있었다.



한마리였다.


다른팀이 잡은 것을 포함하면, 모두 세마리였다.

석쇠위에 잘 손질된 작은 민물고기를 소금에 뿌려

구워 먹었던 고기 맛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한없이 크게만 보였던 선배의 아우라로는 적어도

여덟마리 정도 거뜬히 잡을 수 있을거라는 그녀의

믿음이 처참히 무너졌던 날이었다.

'한마리의 물고기'라는 것만으로도 후배의 실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당시 위로를 삼을 수 있었던 생각이 하나 있긴 했다.

"뭐~ 고기잡는 어부 베드로도 밤이 늦도록 한마리 잡지 못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베테랑이던 어부 베드로도 실패했던 날이 

있었다는거지."

그런 그 앞에 예수가 나타났으니,

인생역전의 패러독스로 인용이 되기도 한다.


 

그 위로가 당시에 진정한 위로가 아니었을지언정,

그 시간을 뒤로 하고 그날 함께 했던 교회 동기와

선배들 간의 낚시여행은 작은 베드로를 꿈꾸는

'사람을 낚는 어부'의 날개짓이었을까?



'낚시 참 어렵다.'



일곱 명 중에 세명은 목회자가 되었다.

세명(두명은 선배, 한명은 동기) 모두 합창처럼

"고기보다 사람 낚는게 더 어려워" 라고 내게 말

할지 모른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달리 있는게 아니다.




분명 낚시질 자랑을 일삼던 선배가 그날,

밤이 늦도록 수 십마리의 월척을 잡았다면,

그길로 설마 어부가 되진 않았을게다.

어시장으로 나가서, 고기를 팔지 않았을까?


강태공의 기다림을 눈꼽만큼도

모르고 쿨쿨 잠들었던 ... 2016.9.10. 佳媛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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