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현 작가 Feb 21. 2017

차이코프스키의 친구

우정이란 말일세...


" 어휴! 이 곡은 엉뚱하다 못해,

기괴하고 너무 거북스러워~~
견딜 수가 없군!"





피아니스트이자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1835~1881)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관심없는 듯 악보를 흘려 보며 친구 차이코프스키에게 말한다.

아니, 일방적인 독설을 내 뿜었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



 "게다가 이 곡은 개작을 해야만 내가 연주할 수 있을걸세" 라며

한마디 더 쏘아 붙이며 말을 마친다.


오늘날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연주되고 있으며, 우리들에게도 익숙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명곡,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


에밀 길렐스 연주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no.1


1874년 곡이 완성되는 순간!

러시아 출신 작고가 표토르 차이코프스키 (1840~1893)


차이코프스키는 마음 속에 한가지 다짐을 한다.


"이 곡은 나의 음악적 스승이자 친구인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해야겠어"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음악원 원장인 루빈스타인에게 물심양면으로 받았던 도움과 음악적인 영향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스스로 우러난 그의 순수한 생각이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의 영감은
 루빈스타인에게  기인한다.


곡이 완성되자마자 들뜬 마음으로
 차이코프스키는 루빈스타인에게 악보를 보여준다.


악보를 다 훑어 본 루빈스타인은
 메가톤급 폭풍과도 같은 혹평만 늘어 놓았다.


곡의 성패에 대해 신경쇠약증세를 드러냈던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차이코프스키에게는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가 다른 연주자를 찾았으면, 찾았지 ~
루빈스타인 당신에게는 곡을 절대 
헌정하지 않을거야.
내 곡의 음표 하나도 고치지 않을거야."라고 씩씩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루빈스타인의 방을 뛰쳐 나왔다.

곧바로 그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손에 움켜쥔

헌정사를 찢어 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그들의 우정은 산산조각이

나는 듯 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생각대로 곡은 수정되지 않았고, 드디어 1875년 10월 25일,
보스턴에서

독일의 명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의 연주와 벤저민 존슨 랑의 지휘로 보스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성황리에 마쳤다.


연이어,
고국인 러시아에서도 성공적인 연주성과를
얻게 되면서, 차이코프스키의 명성은 국내외로 퍼져 나갔다.


3년 여의 세월이 흐른뒤,


루빈스타인은 차이코프스키를 만나 사실을 고백하고, 그에게 용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내가 자네 선배 음악가이자 스승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와서 일언반구 설명없이
미리 곡을 다 쓰고 와서는 내게 초연을 부탁하니,

내심 자네를 괘씸하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말이 헛나간 것일세.

지금 이 시간을 빌어 용서를 구하네.

용서해주게!"



루빈스타인의 진심어린 사죄의 말이었을지,
잃었던 옛친구를 다시 얻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일로
 서로에 대한 서운한 마음과 미운 감정을 일시에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은 이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우정은

루빈스타인의 죽음 이후에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 '영원함'을 이어간다.


1881년 겨울,

파리에서 루빈스타인이 객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차이코프스키의 슬픔은 말할 수 없는 비탄과

매일 매일 똑같이 지나가는 우울한 일상 속에서

죽은 루빈스타인을 충분히 추억하고 싶었을게다.


 '음악가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이

루빈스타인을 추모하는 곡을 완성하여 세상에 내 놓은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을게다.



그리하여, 1882년

피아노 트리오 A단조, 작품 50

(Piano Trio in A minor Op. 50 )ㅡ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이라는 부제의 곡이 탄생되었다.








위대한 예술가인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을 기억하며, 음표를 그렸을 차이코프스키의 정성은 음악가로써 경지 그 자체이다.


2015.4.23. 봄날 佳媛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에 색을 입히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