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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Feb 24. 2017

꿈꾸는 루루공주

종이인형 놀이를 즐기다.


"루루 공주!
내가 널 위해 예쁜 드레스를 만들어 줄게"


추억의 종이인형~~
이쁜 공주옷 다 모여라~





여덟살 여자아이의 도화지에 연필로

그린 드레스 위로

알록달록 크레파스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빨강색 드레스 위

여기저기 박혀있는 황금색

보석이 번쩍거리게 하려고

노랑색과 주황색을 번갈아 가며 보석 주변을

흩뿌리 듯 색을 번지게 한다.


"아~~ 이뻐라! "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는지,

아이는 그림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연신 감탄하면서 자신이 만든

공주의 종이 드레스를 바라보는 눈빛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를 만들어 낸 후,

창작의 기쁨과

생명체 탄생의 환희를 느끼는

따뜻함 그대로다.


'나도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이런 드레스

꼭 입어 보고 싶다. '


아이 마음 속 바램은 바다 멀리~ 저편에

펼쳐져 있고,

손에 지어쥔 종이 인형의

뻣뻣한 빨간색 드레스만 손위에서 펄럭댄다.



'루루공주' 는 종이 인형이다.


며칠전 하교길,

학교 앞 문방구에서 새로 나온

'루루공주 종이인형' 을 이십원 주고 샀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이는 루루공주 종이인형판 안에 들어 있는

'종이인형 옷'을 가위로 오려서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종이인형을 가위로 오리다 보면,

고난도의 과제를 만나게 된다.


일명 '옷걸개' 라는 부분으로

상의 목부분이나 옆구리,

혹은 장신구 주변에 돌출되어 있다.


이 곳을 자를 때는

온갖 심혈을 기울여 옷걸개가 제대로

종이옷에 붙어 있도록 잘라야 만 한다.


혹시라도 실수하여 옷걸개를 댕강 잘라버리게

되면 공주에게 입힐 옷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잘려나간 옷걸개가 되더라도

재주 좋은 주인을 만나면 다시 재생이

가능하기도 하다.


옷 뒷면에 옷걸개를 이어 붙여주는

재생법이 있긴 하지만,

어떤 물건이든 한번 망가지면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이 어렵고,

또 재생되더라도 새 것처럼 튼튼하지

않기에 금새 다시 망가지기 일쑤다.


그렇기에 옷걸개 가위질은

진정한 종이인형 놀이의

오버츄어(Overture)인 셈이다.


집중을 다하여 정성껏 옷걸개를 모양대로

자르고 나면, 이제 공주의 몸에 옷걸개 부분을

접어서 걸어주기 만 하면 공주는

새 옷을 입는 거다.


가끔 친구집에 놀러갈 때는

공주만을 위해 만들어 놓은 종이지갑 속

루루공주를 잊지않고 챙겨가는 것이

일상이 된다.


여덟살 아이의 마음에 '루루공주는 나의 꿈'

일지도 모른다.



'종이인형으로 공주 놀이'를 맘껏 할 수 있는 날은

아주 기분 좋고 행복한 날인게다.


매일 친구들과 소꿉놀이에

가지고 노는 공주 옷은

결국 수 없이 반복되는 옷 갈아 입는 행사를 통해

드레스의 옷걸개는 헤어지거나 너덜너덜

주름이 져 있어 금방이라도 찢어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을 맞이하곤 한다.


종이 드레스를 살리기 위해서 옷걸개의 리폼이

필수적인 상황에 이른다.


마침내 아이는

수술대 위 환자를 수술해야 하는 의사처럼

종이 옷을 요리조리 면밀히 살핀 후,

옷걸개 뒷면에 두툼한 종이를 덧대거나

투명 테이프로 헤어진 부분을 고정하기도 한다.


가끔 공주에게 새 옷을 입혀주기 위해

종이옷을 문방구에 가서 사기도 하지만,

직접 만들어서 입혀주는 일도

주인에겐 값진일이다.


어설픈 그림이어도

상상의 나래를 펼친 공주 옷 그리기에

아이는 신이 나기도 한다.


패션디자이너의 거침없는 일러스트처럼

공주의 종이 인형을 도화지 위에 본을 뜬 후,

그 위에 꼬불꼬불 레이스달린 드레스를 그리고

색칠하여 공주의 옷을 완성한다.

여러번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해서 크레파스가

번지거나 눅져도 자신이 완성한 드레스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차곡차곡 완성되어 쌓이는 공주옷은

아이의 꿈을 가득 실은 마차가 되어

하늘을 둥둥 떠 다닌다.


어느 날은 패션 디자이너~

다음 날은 서양 화가~

하루는 미술 선생님~

다른 날은 건축가~

날이 좋은 날은 조각가~

.

.

.

루루공주의 꿈은 흘러가고 있다.


아!! 이 드레스는 정말 입어보고 싶어라~~^^




'종이 인형 루루공주'에서 꿈을 찾다.

2017. 02. 24. 금. 가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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