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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l 02. 2016

검정 고무신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포올짝~~

논두렁 흙이 곰보처럼 여기저기 투두둑 말라 있고 톡 건드리면 금새 떨어져 나가는, 고무신에 붙은 흙을 털기는 식은 죽 먹기다.

 

할아버지의 고무신은 큰집 안채 토방 위에 할머니하얀 고무신과 나란히 놓여 있다.

여섯살 때 즈음 할아버지 댁에 있었던

하얀 고무신!


할아버지댁에 가면,

처음은 호기심에 신어 보고,

두번째 부터는 발이 시원하고, 편해서 좋다는 생각에 헐겁고, 크디 큰  할아버지 고무신이 세상 편하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심부름이나 수돗가에 물놀이 하러 갈 때 신었던 할아버지의 큰 고무신.


"고무신 편한데, 내 발사이즈에 맞는게 있으면, 좋으련만~"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할아버지 고무신은 다시 신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신어 보려고도 시도하지 않았고 또한, 신어 볼 기회도 만들지 않을 만큼 나는 자랐다.


서울에 살면서, 가끔 터미널이나 역을 오가면서 우연히 만나는 시골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고무신은 내게 꼬깃꼬깃한 추억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되었다.


낯선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무신 신고 있는 모습에 친근함과 기억의 익숙함이 주는 향수 때문인지,

그들을 뒤 돌아서서 한번 더 바라 본 적도 있었다.


까맣게 잊었다고 생각했었다.


을지로 4가 중부시장 골목 중간쯤에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신발가게를 만나기 전까지 만해도, 고무신은 내 기억의 수면 위로 결코 오르지 못 했다.


시장 바닥 위,

다른 신발들 사이에 비스듬히 뉘여진 세 켤레의 고무신을 본 순간!

까마득히 잊혀졌던 할아버지 고무신의 기억이 오버랩 되면서,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다는 생각과 내게 맞는 고무신이 있었으면 하는 어릴적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무모한 일이 아니리라 생각하면서, 노점 위 여러종류의 신발 저 너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왠지 있을 것 만 같아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숨겨진 보물이라도 찾는 듯 요리저리 스캔 중이었다.

 내게 맞는 고무신이 있는지 할아버지 주인께 여쭸다.


"없는데~" 라고 짧게 알려주신 주인 할아버지의 미소가 고무신 만큼이나 벌써 익숙해졌다.

주문 가능하다고 하시기에, 값을 미리 지불하고 검정 고무신을 주문해 버렸다.


 지난 후,

주문한 검정고무신이 도착하기로 약속한 날, 신발가게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가게(노점에 가까운)에 들어서면서, 신발이 오기를 기다리는 잠깐동안,

어릴적 추억의 희미함에 오히려 상기된 마음은 좀체 가라앉지 않는다.

이제 내손에 들어 올 고무신를 생각하니,

설레이기까지 한다.


'고작 만원도 안되는 검정 고무신인데'


내게는 값으로 환산 할 수 없는 어릴적 값진 추억거리이기에, 내가 이리도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70년대 보았던 레트로가 그대로 느껴지는 꾸밈없으면서도 어설픈 포장박스가 주는 맛부터 내 발에 맞는 검정고무신을 신었을 때, 발에 느껴지는 시원함과 편안함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앞집 가게에 서서 구경하는 쌀집 주인 아주머니 표정이 압권이다.


'아니~이 검정 고무신을 젊은 아줌마가 정말로 신을거야?'라고 물어볼 것 같은 눈빛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묻지도 않은 의아한 표정의 아주머니를 향해 나는 "제가 신을거예요"라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바로 고무신으로 바꿔 신었다.

"아! 신발이 아주 잘 맞네요"라며 주인 할아버지께 흡족한 미소를 보냈다.

여전히 발바닥의 촉감은 여섯살 어린 꼬맹이가 느꼈던 그것과 동일했다.


하늘이 차암 푸르다.~~

가을이니까....

검정 고무신 신고, 하늘 위로 포올짝 뛸 수 있을 것 만 같이 몸이 가벼워진 것만 같다.




나만의 고무신으로 만들기 위해,

은분을 조금 뿌렸다^^

검정 고무신 이틀째 신고 포올짝 ~~~

2015. 10. 8.佳媛생각


1년 전 샀던 고무신을 오늘 다시 신었다.

새신을 신고 뛰어 보자 포올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기분은 별★ 만큼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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