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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an 06. 2017

쉰들러리스트

그녀 -----입술

1994년 9월 국내에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는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의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오스카 쉰들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수 많은 유태인의 진술이 엔딩부분에 회자되면서 영화 속 이야기의 진실을

세간에 부각시키기도 했다


또, 독일군의 만행과 잔악상이 비춰진 영상의 충격과 파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소름돋게 할 만 했다.


영상에 대한 기억도
시간이 흐르니 무뎌지고, 뿌옇.


그럼에도,

이 희미한 기억 속에 떠도는 흐릿한 영상 몇개가

분화되면, 
내게  쉰들러 리스트를 강하게 기억하게

하는 인출장치 하나가 깜박인다.


히틀러의 광기 어린 유태인 학살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39년 9월,


2주만에 독일군은 폴란드를 점령하였고,

폴란드 크라코프(Krakow)의 강제 수용소는 매일 만명이 넘는 유태인들로 가득하다.


그 곳에서 그들은 짐짝 다루듯 아무곳에나 던져지는 싸구려 물건처럼 취급받기 일쑤였다.


헐값에 노동자로 팔리는 일은 오히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처럼 감사할 일이었을 것이다.

병들고 약해지면,

소진한 물건 처리하듯 독가스실로  직행하는

생의 끝을 맞이하는 반복의 일상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기 일쑤다.

강제 수용소에서 만나는 무수한 그녀들은 독가스실로 떠넘겨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 속 삶을

연명한다.


때마침 독가스 실로 가는 길목에 카메라는 서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오로지 살아 남기를 꿈꾸는

본능이 그녀들에게 꿈틀대기 시작한다.

흑백으로 그려진 영화 속 장면의 고요는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군중에 묻혀있던 그녀의 행동에 사뭇 가슴이 절였던 장면이 부상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선,


핏기없고 창백해 보인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 위해

손끝에 바늘을 찔러 피를 내는 그녀!



이내 손끝에 묻어난 선홍색 피로

파리해진 입술과 움푹패인 볼우물과 광대뼈 언저리에 바른다.

오로지 살아있는 자 만이 할 수 있는 슬픈 풍경에

가슴이 쓰러진다.


줄 선 검열관 앞에선 그녀는 무사히 통과한다.


"오늘은 독가스 실로 가지 않는다.


나의 하루의 생이 연장되었다."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몸부림


안도하는 눈빛 위에 얹혀진

공존하는  두려운 죽음의 그림자


우리 모두는

매일 외줄 타듯 외롭고,

힘든 삶을 저마다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누구에게 발설치 않는 심연의 삶을

오늘도 이토록

비슷하게 살고 있지는 않는가?


오늘의

그가 느끼는 존재의 무게감이나


어제의

그녀가 힘들어 하는 버거운 삶의 결이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고,


모두의 생이

쉰들러 리스트  '그녀의 피로 분칠한 입술' 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의 피로 분칠한 얼굴을 보고

'내가 살아 있으니 선홍색 피를 얼굴과 입술에

 바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으로 하루 혹은 며칠을 버틸 수 있는

연명의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요, 이 또한

감사해야 하지 않나?' 라고 우리 중
누구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영화 속 비약을 현실에 드리우면

삶이 무척 곤궁하고 서글퍼지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얼굴에

자신의 선홍색 피를 묻히고,

살아있음을 예찬하고 있는건지도...


거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타인의 생에 대한 존중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은 처절한 내 입술의 선홍색 피다." 라는

테제가 우리에게 머무르고 있는 까닭이다.


신년 새해 벽두부터 빨간 피 이야기다.


어디 이뿐이랴?


부활을 기리는 숭고한

그리스도의 피를 먼저 기억해야 만 가능한

기적의 일상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희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100명의 유태인을 구하고도,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는데 못 구해서 후회하는 쉰들러를 안아주는 스턴의 모습




2017. 1. 4. 수.

영상의 힘은 위대하다. 가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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