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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an 13. 2017

두근두근 학예회

콩닥거리는 심장~~


 좀처럼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설령 나가더라도, 일부러 주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심함 그 자체


많은 사람들 앞에 나와 이야기 할 때면,

목소리는 점점 주눅들고 작아지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 속은

점점 뒤죽박죽 뒤엉키게 되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어물거리게 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콩닥거리는 심장'을

소유한 전형적인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


아니, 이건 분명 나에게 만 있는

특이점이 아닐게다.


자신의 삶에

고요함을 드리운 채,

유유자적한 평범함을 즐기는 이의 삶에서

도드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대체로 그런 생각을 염두한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치로

드러나는 비난이나 칭찬여부에 대한 두려움,
혹은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의

부담감도 마뜩지 않을게 분명하다.




국민학교 5학년 9월,

볕 좋은 따뜻한 가을 어느날 오후

"정현아! 너 피아노 배우고 있지? "

"네"

"이번 10월 학예회 때,

정현이 네가 전교생을 대표해서 피아노 연주를 준비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지?"



아! 이 날벼락같은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피아노

잘 치지도 못하고요.

게다가, 누구 앞에 나가서 칠 정도의

훌륭한 수준이 절대 아니예요." 라고

목구멍의 울대가 웅얼거리고 있지만,

결코 그 속엣말을 선생님께 내뱉지는 못했다.


"아! 게다가 저는 '콩닥거리는 심장'을 소유한

전형적인 내성적인 성격을 소유한 사람이예요"


설령 이런 내 상황을

선생님께 주저리 주저리 모두 설명했다 할지라도,

피아노를 쳐야할지 말지의 결정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선생님 앞에서

몸을 베베 꼬 듯, 비틀리면서 쓴웃음 짓고 있는

내 모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으로 어떤 답을 하지도 못한 채 서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를 거절할 수 있을 만큼

언변의 힘을 갖추지 못했다.


선생님의 권유가 거의  명령에 가까운

국민교육헌장을 외던 시절이었기에

거절의 쓴웃음이 '당연히 하는 것'으로 말끔히

둔갑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난 어리버리 우물쭈물

어린 소녀였음이 분명한 듯 하다.


그 당시,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었고,

피아노 앞에 나와서 누군가 뚱땅거리기만 해도

제법 무언가 두들기는 소리가 나고 있으니

'피아노 연주 잘 하고 있구나'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던 1980년이었다.


거기에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전교생 중에 피아노 치는 학생이 전무한데,

게 중에 자기반 학생 중 누군가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선생님들께 어찌 자랑하고 싶지 않으리요!


그 이유 하나 만으로도,

나는 전교생 앞에서 잘하던 못하던

피아노 연주를 꼭 해야 만 하는 당위성이 충분했다.

내 의사의 호불호를 건너 뛰어 넘은 도약이

시작된 것이다.


우물쭈물 말을 머뭇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서 쓴웃음으로

화답한 내게 선생님은 이미 학예회 프로그램에

내가 해야 할 순서를 짜 넣으셨다.


이제 남은건 한가지!


앞으로 한달 동안 집에서

선곡한 소곡집 곡을 열심히 치는 것이

나의 최선의 선택이자 노력 뿐이었다.

나의 피아노 실력이 빼어나거나

결코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연습하는 동안 내내,

연주를 잘 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바닥 난 실력을 감수하며 연주해야 하는 필살기가

나의 고민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연습하면서도 발표회 때,

내 연주를 듣고난 후 관객들의 반응이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 답답함 반 걱정 등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드디어 학교 대강당에 전교생은 모였고,

다음 순서는 내가 나가야 할 차례다.

하늘하늘 손목을 감싸는 실크블라우스 감촉은

마냥 부드럽고, 목에 맨 리본이 함께 하늘거리고 있다.


익숙치 않는 내 모습에 쑥쓰러움이 가득하다.


반바지는 무슨색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내 눈앞에 보이는 그 많았던 관객들은

기억 속에 뭉개져 까만채로 남아 있고,

수줍은 표정으로 엉기적거리며 어색하게 나와

인사할 때 보였던 발치끝 내 흰색 스타킹과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환하게 켜진다.


암보로 연주했고, 연주하는 동안

한 번의 실수를 했다.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게다.


오로지, 하늘거리는 하얀색 블라우스 입은 여학생이 나와서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정도로 만 인지했을 것이다.


휘리릭 연주를 마치고,

강당에 모인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아까 봤던 발치 끝 내 흰색 스타킹을 바라보며,
 무대인사를 했다.
 

"아! 연주가 무사히 끝났구나" 


그 날

내 심장은 . . . .

하루종일

.....

.....

.....


콩닥거렸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소유했던 전형적인,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어찌어찌

세월을 보내고 보니,


웬만한 일로 콩닥거리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을

오그라들 정도로

두려워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변했다.


상류에 굴러다니던 거친 돌멩이가
하류에 떠내려가서,

동글동글 매끄러운 자갈로 바뀌 듯,

풍화작용과 퇴적작용을 등에 지고

세월을 마주한 강산과 돌이

나의 삶에도 존재했던 모양이다.


수많은 사회적 요인과 환경적인 변화 위에

어렵지 않게 도출해 낼 수 있는 답은

한가지!


소녀가   아 . 줌 . 마. 되었다.


"그대 40대 아줌마의 콩닥거리는

심장이 들리는가?"

가끔은 국민학교 5학년 학예회 때,

콩닥거리는 심장과 조우하고픈 날도 있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꿈꾸다가

벌렁거리는 심장을 맞이하면?

2017. 1.13. 가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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