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겨울 생각하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브람스의 선명한 색채가 그림에 드리워진다.
서늘한 가을 끝 겨울을
맞이하는 시선으로 그림 앞에 다가선다.
'냉철한 이성은 한줌 감성의 끄나풀을
결코 놓지 않는다.'
브람스의 센티멘탈과 블라맹크의 감각적 지성이
만난 날이라고 불러야 하는걸까?
겨울 마을의 거리'
'눈길'
'눈덮인 마을'
음악이 흐른 공간 위에 펼쳐진 그림은 하얗다.
앙상한 가지는
생명의 호흡이 깃들여지지 않은
절망같은 외침으로
눈덮인 마을에 홀로 서 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시회장 안의 음악이야기는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이 전부다.
'그림에서 브람스를 만나고, 음악에서 블라맹크를만나시게~' 라고 관람자에게 주문하듯...
전시회장 안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음악은 오로지 브람스의 그것 하나 만이
흐르고 있다.
한시간 관람하는 동안 같은 음악으로
세뇌되고 있는 중이다.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캔버스 위
생생한 하얀색 유화 빛깔 속 블라맹크 인생 위
날 것의 창창한 고독과
애수에 찬 그윽한 눈빛으로
사랑과 인생을 수채화처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낭만 가득 한 브람스의 회색빛 고독이 맞닿아
이어진다.
분명 전시회 기획자의 기획력으로 이루어졌을
블라맹크와 브람스의 만남은
강렬한 색과 무채색이 넘나드는 캔버스 위에
블라맹크의 체취가 풍기며
함부르크 출신 브람스의 고독을 다시
소환하는 듯 하다.
사무치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에,
한 사람은 그림으로 인생을 그렸고,
또 한사람은 음악으로 자신의 삶을 바쳤으니,
삶이 모질게 아름답다.
두 삶의 경이로운 만남의 조화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의 정직성과 순수성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바탕이 된 예술작품은
작가의 진솔함과 진실됨이 드러나고,
작품이라는 허구 속에서도
그들을 구제해주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고뇌와
갈등, 사랑, 번뇌 등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
"나는 하늘, 나무, 구름과 동화된다. 삶과 함께"
"화가, 시인 혹은 음악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ㅡ만약 그것이 그리 단순할지라도 ㅡ
갈증나는 이가 물을 마시듯,
혹은 허기를 느끼는 이가 빵을 필요로 하듯 예술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고 발현하는
욕구가 일어나는 근원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 모리스 드 블라맹크>
"직관이 예술의 기본을 이룬다."
블라맹크에게 창작은 본능에 가까운 욕구였으리라.
털끝 만큼이라도 닮고 싶다.
2017. 7. 31. 월, 가원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