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오다~
가끔, 하늘의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기도 한다.
성가대 모니터링을 위해
매주 3부 예배가 끝나면,
나는 성가대석에서 가까운 앞자리
좌석으로 바로 이동해 성가대 연습
동영상을 촬영한다.
거의 동일한 자리에서
매주에 한번씩 찍었으니깐,
70회(70주째)쯤 거듭할 때의 일이다.
여느때와 같이,
같은 자리로 이동해서
재빠르게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동영상 시작 버튼을 켜고
성가대 연습 장면을 찍기 시작한다.
촬영을 시작한지 5초가 채 되지 않아서,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만 들릴 뿐,
이제 마악 동영상의 화면조정에
몰입해 있는 상황이라
내게로 다가오는 그녀를 살짝이라도
바라 볼 겨를이 없었다.
누군가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구부리는
낮은 자세로
내게 걸어 와 있었다.
(동영상 촬영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여
엉금엉금 앉아서 걸어 왔고,
때마침 앉아있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얼굴을 쳐다 볼 새도 없이 재빠르게
박스에서 무언가 꺼내 비닐 포장을 벗긴 채로
그 물건을 테이블 위에 얼른 올려 놓고
자리를 떠난다.
나는 선물이 무엇인지,
왜 나에게 주는지,
나를 아는 사람인지 등의
꼬리를 무는 질문이 맴돌았지만,
수초간 그 모두를 거두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제대로 된
고마움의 표시도 하지 못한채,
눈인사를 거듭 하면서 어리버리하게
말을 더듬더듬 주섬거리고 말았다.
"아니, 이건.....아이구...어쩌면 ..좋아요"
라고 굴러나온 말과 동시에
그녀와 눈이 또로록 마주쳤다.
정말이지 서투르고 어정쩡한 말투 그 자체였다.
"아~아니 별거 아닌데... 누가 주셔서.."라며
그녀도 얼렁뚱땅 답을 한다.
말꼬리를 흐리며 서둘러 내색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선의와
그 선물은 별거 아니니 괘념치 말고 편하게
사용하라는 메세지 같았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가슴에 맴돌기 시작한다.
그녀는 내가 앉았던 자리 서너칸 뒷쪽인
자신의 자리에
얼른가서 앉고는 이내,
아무일 아닌 듯 성경책을 펼쳐 읽고 있다.
그녀가 놓고 간 선물은 '휴대폰 전용 삼각대'였다.
아마도 내가 어줍쟎게 가로들기로 휴대폰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쭉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몇주간 혹은 몇달간 이었을지도 모른다.
짧게 15분 길게 30분 정도의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부동 자세로 힘들게 찍는 모습을 보고서
생각한 선물인 것 같다.
상대의 불편을 고려해
생각해낸 그녀의 마음 깊은 선물을 받고 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주는 이의 깊은 배려심을 헤아릴 길이 없다.
휴대폰 전용 삼각대를 받아서 바로 사용 못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작동법까지 일러 주려고
그녀는 일부러 다시 내게로 왔다.
그녀의 친절한 도움으로
이제 내 휴대폰은 전용 삼각대 위에 매달려 있다.
천사의 마음이 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으니
나의 손은 룰루랄라 자유로움 속 비행을
아련하게 꿈꾸고 있다.
나는 그날 어쩌다 지상에 내려온 천사를 보았다.
2017. 10. 23. 월. 휴대폰 날다. 가원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