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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Oct 24. 2017

하늘의 천사

지상에 오다~

가끔, 하늘의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기도 한다.




성가대  모니터링을  위해

매주  3부 예배가 끝나면,

나는 성가대석에서 가까운 앞자리

좌석으로 바로 이동해 성가대 연습

동영상을 촬영한다.


늘 이 모습이 촬영된다~~

거의 동일한 자리에서

매주에 한번씩 찍었으니깐,

70회(70주째)쯤 거듭할 때의 일이다.


여느때와 같이,

같은 자리로 이동해서

재빠르게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동영상 시작 버튼을 켜고

성가대 연습 장면을 찍기 시작한다.


촬영을 시작한지 5초가 채 되지 않아서,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만 들릴 뿐,

이제 마악 동영상의 화면조정에

몰입해 있는 상황이라

내게로 다가오는 그녀를 살짝이라도

바라 볼 겨를이 없었다.


누군가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구부리는

낮은 자세로

내게 걸어 와 있었다.

(동영상 촬영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여

엉금엉금 앉아서 걸어 왔고,

때마침 앉아있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얼굴을 쳐다 볼 새도 없이 재빠르게

박스에서 무언가 꺼내 비닐 포장을 벗긴 채로

그 물건을  테이블 위에 얼른 올려 놓고

자리를 떠난다.


나는 선물이 무엇인지,

왜 나에게 주는지,

나를 아는 사람인지 등의

꼬리를 무는 질문이 맴돌았지만,  

수초간 그 모두를 거두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제대로 된

고마움의 표시도 하지 못한채,

눈인사를 거듭 하면서 어리버리하게

말을 더듬더듬 주섬거리고 말았다.


"아니, 이건.....아이구...어쩌면 ..좋아요"

라고 굴러나온 말과 동시에

그녀와 눈이 또로록 마주쳤다.


정말이지 서투르고 어정쩡한 말투 그 자체였다.


"아~아니 별거 아닌데... 누가 주셔서.."라며

그녀도 얼렁뚱땅 답을 한다.


말꼬리를 흐리며 서둘러 내색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선의와

그 선물은 별거 아니니 괘념치 말고 편하게

사용하라는 메세지 같았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가슴에 맴돌기 시작한다.


그녀는 내가 앉았던 자리 서너칸 뒷쪽인

자신의 자리에

얼른가서 앉고는 이내,

아무일 아닌 듯 성경책을 펼쳐 읽고 있다.

아~~~이렇게 편한 것을^^

그녀가 놓고 간 선물은 '휴대폰 전용 삼각대'였다.


아마도 내가 어줍쟎게 가로들기로 휴대폰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쭉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몇주간 혹은 몇달간 이었을지도 모른다.


짧게 15분 길게 30분 정도의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부동 자세로 힘들게 찍는 모습을 보고서

생각한 선물인 것 같다.


상대의 불편을 고려해

생각해낸 그녀의 마음 깊은 선물을 받고 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주는 이의 깊은 배려심을 헤아릴 길이 없다.


휴대폰 전용 삼각대를 받아서 바로 사용 못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작동법까지 일러 주려고

그녀는 일부러 다시 내게로 왔다.


그녀의 친절한 도움으로

이제 내 휴대폰은 전용 삼각대 위에 매달려 있다.


천사의 마음이 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으니

나의 손은 룰루랄라 자유로움 속 비행을

아련하게 꿈꾸고 있다.


나는 그날 어쩌다 지상에 내려온 천사를 보았다.




2017. 10. 23. 월. 휴대폰 날다. 가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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