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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l 05. 2016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체로키족 '작은나무' 이야기

체로키족 혼혈 꼬마 인디언 이야기를

담은 포리스트 카터 작품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날 들' 에

주인공 '작은나무'와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일상은

솜털같은 매일매일의 삶이 진지함과

평범함의 조화이며,

실타래처럼 풀리는 풍경을 이야기 곳곳에서 맞이할 수 있다.


그 중 주인공 '작은나무'가

여섯살 여름무렵 겪은

경험은 그 누구의 특별하지 않는

우리네 풍경과 흡사한 듯 하다.


할아버지가 잘 익은 수박 고르는 방법을

작은나무에게 일러주는 장면은

마치 나의 어릴적 그것과 마주하고 있는 것 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어른들의 지혜라는 것은

대부분 선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거기에 자신의 세월의 무게를 더한

농익은 경험의 터전에서 잘 갈고 닦아진

보석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수박을 두드려볼 때는 이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팅' 소리가 나는 수박은

아직 하나도 익지 않은 것이고,

'탱' 하는 소리가 나면

지금 바야흐로 익고 있는 중이며,

'텅' 소리가 나는 수박이라야

완전히 익은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예사로움 속 맞닥뜨린 경험은 몹시 진지하다.


팅, 탱, 텅 이라는 이 세가지 종류의 의성어로

수박의 수확시기를 갈음할 수 있다는 것은


흔히, 과일가게에서 수박 고를 때,

무수히 두드려 보면서 잘 익었는지,

아닌지 상상해보며 구매할 것인 말지를 결정하는 우리의 그것과도 동일하다.


거기에 더해서 할아버지는

한가지 인생의 팁을

작은나무에게 더 알려준다.


'이 세상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이렇게까지 해도 수박을 잘랐을 때 원하던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항상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텅'소리를 확실히 믿고,

수박을 잘랐음에도 원치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것들이

비단 '수박 고르는' 그 하나 만으로 귀결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무수한 선택을 앞에 놓고

고민하는 우리에게 '텅'하고 소리나는 수박을

골라야 만 하는 동일한 지혜가 요구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팅, 탱, 텅' 이라는 소리처럼

'덜익은 팅' ,

'바야흐로 익어가는 탱',

'다 익은 텅'이라는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나는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팅에서 탱으로 혹은,

더 발전하여

탱에서 텅으로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늘 '팅'하는 소리 만 내면서

풋내 풀풀 풍기는

맛없고, 멋 없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이다.


잘 익은 수박 두드릴 때,

느끼는 소리의 청명함과 탄탄함

그리고,

번질반질 하면서 맨드롬하고

생생한 초록 겉껍질과

검정 세로 줄무늬의 선명함에

속은 달달함과 갈증을 단박에 없애 줄

풍부한 수분과

다음해의 풍성한 열매를 위한 종자씨까지 알차다면,


거기에 더 바랄 것이 무엇 있을까?


텅 소리나는 사람!


이렇게 골라도 잘 익을 확률이 또 반이라니,

선택 이후의 다음은 운명이든

운에 맡겨야 하리라.

그건 분명 나의 몫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과일 가게에서 손님이 잘 익었는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주인이 과도로 수박에 삼각형 모양을 만들어

속을 보여주는 센스를 갖추기도 한다.


과일은 끝까지 제 몫을 감당하는 뒤 끝도 있다.


사람에게는 이런 자신의 속을 보여줄 진정성은 한참 뒤에 알 수 있다.

기다림이 묘수일지도 모른다.


수박같은 인생이다.


결정은 늘 어렵고,

꽉차고 알 찬 사람 만나기는 더 어렵다.




뜨거운 여름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

인생도 달달하고, 시원했으면...

어쩌다, 텁텁해도 참을 수 있으리!


2016. 3. 17. 목.

수박을 인생에 비유하다.~ 佳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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