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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l 06. 2016

참새의 하루

만나면 꼭 헤어진다


"넌 분명 길을 잃어서, 여기에 왔겠지?

밖은 아직 바람이 차고 추우니,

우리집에서 좀 쉬었다 가렴"


한낮 가을 햇살 드러 누운,

베란다 창문 틈 사이로 후드득 참새 한마리

들어 다.


"분명 실수로 들어 왔을텐데,

이게 아닌데 했겠지?"

참새가 들어 왔던 베란다 창문을 슬그머니 닫으면서, 그는 혼자 중얼거린다.

참새를 가둬 둘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온 손님처럼 한동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인 그,

그리고 홀로된 참새.

왠지 모를 동지의식 같은거였을까?


쉴새 없이 밖으로 빠져 나가려고 헤매는 참새의 날개짓을 바라보다가,


"잠깐 기다려 봐~"

이제 마악 사귄 친구처럼 그는 다정하게 참새에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쌀 몇톨과

오전에 먹다 남긴 빵 부스러기를 챙겨서 푸드덕대는 참새에게 돌아왔다.


베란다 베이지색 포슬린 타일 바닥에 좀전에 가져온 빵과 쌀 몇톨을 조심스럽게 펼쳐 놓았다.


"배고프지? 이거 먹어~ 이따가 너 날아가려면 힘내서 가야하잖아~ 어서 먹어"


창문을 여러번 부딪히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모양새로 퍼드득대는 모습이 안쓰럽다.

주위를 살피며, 좀체 진정이 되지 않는 눈치다.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건 아닐테지만,

좀체 먹이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래, 알았다. 내가 사라져주마."

그는 퍼득대고 있는 참새를 향해 한마디 하고, 거실과 베란다 사이의 창문도 모두 닫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의 말을 들었을까?


몇 분쯤 지나서,

그는 참새가 그네 타듯 물건을 꿰 차면서

쌀을 부리로 훔치고,

잽싸게 먹어치우는 모습을 안방 베란다 커튼 사이에서 볼 수 있었다.


행여 참새에게 들킬까 봐, 조용히 숨죽이며 커튼 뒤에서 커다란 몸을 깊숙히 숨긴 채,

참새의 몸짓 하나하나를 관찰하 듯 바라보며 흐뭇해 한다.


"녀석 배가 고팠구나~"


기특한 참새의 날개짓이 한없이 귀엽고,

예쁘기 만 하다.


먹이를 다 먹어치운 참새의 모습를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처음 참새가 들어왔던

창문을 조금 열어 놓았다.


"먹이를 다 먹었으니, 이제 밖으로 날아가도 되~"


막상, 문을 열어 놓았지만, 녀석이 눈치채고 바로 날아갈 것 같지 않은 믿음이 있어서인지,

문을 여는 그의 손동작에는 자신감도 묻어 있었다.


다시 몇 분 동안,

이리저리 날개짓이 지칠 법도 한데 녀석의 날개짓은 쉴새없이 푸드덕대기 만 하고 제자리를 계속 맴돌 뿐이었다.


"이러면, 너 나랑 함께 살 수도 있겠구나"라며 그는 뒤 돌아선 채 마음 속 생각을 흥얼거리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참새와의 동거를 잠깐 꿈꾼 십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화장실을 다녀와서 거실을 지나가는데,

아까 참새의 푸드득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리저리 요동치듯 흔들어댔던 베란다의 소동은

온데간데 없이 고요하기 만 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베란다 쪽으로 그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까지 만 해도,

귀엽게 퍼덕대며 거실 유리창에 부딪히고, 그네타듯 먹이를 쪼고,

뽀르륵 날아차 오르던 그 녀석 흔적이

사라져버렸다.


안개처럼 사라진 참새의 빈자리에는

가을 햇살 만 덩그러니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있다.


"녀석! 간다고, 유리창에 부딪혀서 짹짹 소리라도 지르던지..."

한참동안 거실 베란다 허공을 쳐다보곤,

서운한 마음에 무어라 무어라 다시 더 주저린다.


아까 열어 둔 창문을 5센티 정도 더 열어 혹시라도 녀석이 마지막 인사라도 나누려고 창밖을 배회하며 날아다닐지도 모른다는 헛생각에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본다.


"그래, 네 녀석이 여기있을리 없지~ 잘 가라!"


묘한 배신감과 서운함에 가슴이 절여진 채,

돌아서서 어두운 주방으로 발걸음을

쓸쓸히 옮긴다.


"너와 반나절 보내고 보니,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구나.


난 그저 너랑 잘 헤어지고 싶었을 뿐이었단다.

눈인사로든 어떤 날개짓으로라도 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었어. "


그의 소박한 꿈을 모른 참새의 하루도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무사히 지나간다.


"어휴~~살았네"

귀여운 참새의 휘파람 소리 하늘에 퍼진다.




발채에 참새가 들어오다.

꿈이었다네~~

 2015. 11. 25. 佳媛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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