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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99.9°c 경계에서

by 김정현 작가

햇살이 가로수 나뭇잎 사이에 나른하게

걸린 화요일 오후,

수화기 너머 조금은 피곤하지만, 저음 가득

묵직한 둘째 아들의 목소리가 수화기에 꽉 찬다.





나: 인영아! 오늘 ERC(영어동아리) 면접 잘 봤어?


아들: 으응... 봤어


나: 그럼 합격한거야?


아들 : 아니, 아직 잘 몰라. 목요일(이틀 후)에

발표하니깐, 그 때까지 기다려봐야지.


나: 응, 그렇구나~ 면접 때 무슨 질문 받았어?


아들: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물어보더라구

(식상하고 너무도 평범하게 들리는 질문이었지만, 그 답이 무척 궁금했다.)


나 : 그래서 넌 뭐라고 대답했어?


아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성실'이라고

말했고, 가장 존경 한 사람은 '엄마' 라고 했어.

(아들에게서 '엄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멍해진다. 내가 정확히 들었던 말인지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 그것 보다 방금 전 아들로부터 들었던 그 말이 다시 듣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 : 존경하는 인물이 엄마라고?

왜? 아빠가 아니고 엄마야?

( 무한 감격하고 또 몸 둘바를 몰라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춤주춤 말을 다시 꺼냈다.)


아들 : 내게 엄마는 그런 존재야...




오늘은 그렇게 말해주는 아들의 생일이다.

그 새 많이 컸다.

17살 남자아이의 굵직한 멘트가

엄마의 가슴을 울리고 녹이는 중이다.


17년 전 네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감사였던 그날의 환희를 다시 떠 올려본다.


아들아! 사랑한다.

가끔 네가 엄마에게 무뚝뚝하게 투정부릴 때,

엄마는 너에게 마음속으로

엄마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고,

마냥 어리다고 느꼈는데,


금새 자라서,

엄마의 마음을 가끔은 읽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줄도 아는 상남자가 돼 가고 있는 중이구나!


오늘 너의 언어의 온도는 99.9°c를

가리키고 있구나.

아들에게서 따뜻한 언어를 듣고 배웠다.




「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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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게 지지않는 꽃 한송이를 포근히

안겨준 아들의 말을 되새기며,

언어의 온도를 따뜻하게

실천하는 둘째아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리라.

2018. 6. 29. 가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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