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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Sep 03. 2020

그녀가 반짝인다

두근두근 설레임 네근

금속 자르는 그라인더 소리,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브레이커 소리,
천정 석고보드 고정용 핀타카 소리가 리듬을 타고,
천평 가까운 현장에 딱 딱 딱딱딱 툭, 퍽하고 타악기 소리로 울린다.

창가에 드리워진 그린색 페어글래스 픽스창에는 안전모에서 삐져 나온 그녀의 머릿칼이 가끔씩 반짝이곤 한다.

"내일 현장에 오시는 기사분 이름과 연락처랑 주민번호를 제게 문자로 보내 주세요"

 "네, 가능하면 제가 가겠지만, 사정이 안되면 다른 기사를 보내겠습니다."

휴대폰 속 젊은 과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업체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앵글 선반제작으로 견실한 업체 같았다.

"네, 그러면 오실 수 있는 기사분 명단을 문자로 미리 보내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내일 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줬다.

"네, 알겠습니다." 라며 통화를 마쳤고,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업체라 생각됐는지, 그녀는 이내 안심하는 듯 심호흡을 크게 한번 쉰다.

복합 쇼핑몰 내,
의류매장 인테리어 리뉴얼 공사를 여름 휴가기간 일주일
안에 꼭 마쳐야 하기에, 쇼핑몰 본사측의 요구는 아주 엄격하고 타이트하다.

 아침 7시 되기 전부터,
안전관리와 장비 신고 및 작업자 신고에 관련한 서류 대 여섯장을 작성해서 쇼핑몰 본사 전기팀과
기계팀 및  방재실 사인을 모두 마쳐야 출근이 가능하다.
이후 보안팀에 신분증 제출과 동시에 출입증을 받은 후 현장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각각의 테넌트 샵 공정이 뚝딱뚝딱 ~~ 이곳에 그녀는 13번 홈^^


매일 아침 현장을 드나들어야 한다면,
이 과정은 하루 시작의 패턴을 알리는 루틴이 된다.
그랬기에, 그녀와 함께 공사를 하는 업체 관계자들이 현장을 들어오기 위해서는 업체 대표인 그녀에게 신분증을
먼저 제출해서 본사에 허가를 받고, 출입증을 패찰한 후 작업이 가능하다.

작업 시작한지 5일 쯤 됐으니, 이제 공사는 종반전에 돌입했다.

안전화 속 발바닥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안전모 속 머리칼은 땀에 쩔어서 후끈후끈하다.
하루 종일 현장에서 종종거리면서 움직이다 보니,
 제대로 앉아 보지 못한 허리는 휘는 듯 가끔 휘청댄다.

오늘 해야하는 작업 내용은 전체 레일조명과 펜던트,
샹들리에 조명 설치를 위한  전기 배선 작업과
스탁 공간에 앵글선반 2세트를 설치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사 전기팀이 와서 레일조명을 설치하기 위한 배선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오후 2시 쯤 되었을까?
밖은 새벽부터 늦여름 장마로 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었다.

느리게 움직이는 화물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는 에어컨 가동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환기시스템이 없어서인지,
습기와 인파가 드나드는 자리의 더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매장 오픈을 위한 인테리어 자재와 집기 배송과
물류배송이 뒤엉켜 업체별 작업자들 간의 신경이 곤두서 있어, 서로거친 숨소리에 긴장감이 감돌곤 한다.

매장 한개 층의 리뉴얼도 일괄로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이틀 앞둔 오프닝 일정을 맞추기 위해
모두가 날 밤을 샌 모양이다.
다행히, 그녀가 진행하는 매장은 선행 작업을 며칠 일찍 시작한 덕에 야간작업은 피할 수 있었다.

다만, 매일매일 화물 엘리베이터로 모든 자재나 폐기물 등을 운반해야 만 하기에 부대낌의 연속에 놓여 있었다.

그것은 단지 그녀에게 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그 곳에 갇혀서 작업하는 작업자 모두의 숙명이기도 했다.

수 십개의 매장이 단 2칸으로 움직이는, 그것도 일반 엘리베이터의 1/2도 안되는 느릿한 속도로, 모든 것을 수급한다는 것은 시간 싸움인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오후 3시 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제가 작업은 어려울 것 같아, 저희 회사 대리가 갈 것 같네요. 어제 문자로 보내드린 명단자입니다."
"아 ~ 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바로 어제 통화했던 앵글 선반 업체 과장으로부터 연락이었다.

어제 통화하면서 자신이 직접 올 수도 있다는 과장 대신에 그 회사의 대리가 왔다.
그녀가 문자로 명단을 확인했던 스물 일곱살의 청년이었다.

작업 공구와 2세트의 넉다운 선반들이 핸디 캐리어에 놓여 있는 채, 앳된 미소년 같은 청년이 그녀 앞에 서 있다.

"이런 복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5층 보안팀 안전관리 요원의 매서운 눈빛이 선반작업 하러온 청년의 옷차림을 미끄러지 듯 흘리며 쏘아 부친다.

"아, 네 알겠습니다."
멋적은 표정으로 서 있는 청년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로 끄덕인다.

그리고, 그는 잠시 고개 숙이며 피식거리듯 미소지으며 뒤로 물러선다.

"아, 안되겠네요. 옷 갈아 입고 오셔야겠어요."
그녀도 그 옆에 서 있으면서 안전요원 눈치를 보며, 그가 입고 온 반바지와 샌들에 시선을 고정한다.

"바로 갈아 입고 금방 오겠습니다"라고 청년이 금방 답을 줬다.

그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엘리베이터 쪽을 향했고, 그녀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금방 돌아오겠다는 손짓을 한다.
청년은 현장의 삼엄한 경계에 놀란 것인지,
혹은 모든 작업자들이 안전모와 안전화 복장의 규격 속에 작업 중인데,
 블루  하와이언 나무잎 프린팅 셔츠와 무릎 높이의 검정 반바지와 검정색 비치 샌들 차림으로 나타난 자신의 모습이 작업자들과 사뭇 달라서 잠시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아수라장 같은 현장의 열기는
 청년이 작업복을 갈아 입고 오면서부터 더해졌다.

20분 후 쯤, 말끔히 작업복 차림으로 차려 입고 돌아 온 청년은 한손에 작업용 캐리어를 밀고 그녀가 있는 현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앗~ 일찍 오셨네요"
으례 내뱉는 말처럼, 그녀는 좀전의 일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 시선을 건네며 미소 지었다.

그는 그녀에게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뜻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네"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말끔하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안전화를 신은 그의 모습에 안도한 듯 하다.

그녀가 알려 준 공간에서 이제 그는 앵글 선반을 조립하고 있다.  
"뚝딱뚝딱..."

전기팀이 천정에 전기레일 작업 중이어서 매장 내부 조명이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선험된 무수한 일들의 댓가일까?
 희뿌옇게 어둑한 곳에서, 뚝딱뚝딱 선반을 꿰맞추듯이 아주 잘 조립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그의 작업을 도울 요량으로 휴대폰 라이트를 켜서 그가 작업하는 곳을 비춰준다.

" 후훗, 비추지 않아도 밝은데요" 라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이야기 한다.
그녀의 모습이 그의 가슴에서 반짝인다.

그녀가 반짝인다.

.

.

.

또르륵.....



2020.09.03. 태풍 '마이삭'이 지나고, 또 하나의 태풍 '하이선'을 맞이햐야 하는군... 반짝잔짝 가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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