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H Nov 29. 2018

결혼하기 좋을 때

언제 우리는 결혼해야 하는가,

사랑 항아리 :)


나는 결혼을 늦게 한 편이다. 주변 어른들은 나이 서른을 넘기니까 다들 언제 결혼할 거냐고 야단도 아니었다. 추석. 설날에는 수험생도 힘들겠지만 결혼 안 한 사람도 장난 아니게 피곤하다. 그냥 맥주 마시다 땅콩 찾는 것처럼 주변 어르신들이 갑자기 나의 결혼 이야기를 화제 삼아 이야기하시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경우는 동생이 나보다 먼저 결혼은 했다. 나는 동생의 결혼이 참 좋았고, 기쁜 게 전부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반대로 나를 측은 <?>하게 바라보았다. 언젠가 동생의 상견례 날이었다. 정말 단순하게 동생의 사돈어른들도 궁금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어 나도 가족이니 상견례 장소에 따라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자꾸 우리 가족은 내게 가지 말라고 한사코 말리는 것이었다. 


"나도 가족인데 왜 나는 언니로서 동생 상견례 장소에 안 데려가는 것이야?"

".................... 네가..... 상처 받을까 봐."


사실 난 아주 멀쩡했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신경 쓰고, 측은하게 보고,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람들의 배려가 나를 더 비참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서른이 넘으니까,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이 더 난리라 내 마음도 파도를 치기 시작했다. 


'나도 정말 늙은 것인가.....'

'나만 빼고 다들 결혼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걸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하이에나처럼 '결혼'을 갈구하고 찾아다녔던 시기가..... 소개팅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를 만나보기도 했다. 로봇처럼 미친 듯이 자기소개를 했다. 피에로처럼 웃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결혼에 목말라 있으면 있을수록 노력했지만 나는 지쳐갔다. 이 시기 내 피로도는 극도로 쌓였고 점점 에너지는 바닥을 쳤다. 무엇보다 또라이같은 애들 몇 명 만나니까 내 자존감과 자존심이 많이 구겨지는 것이었다. 몇 번 이런 경험을 하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결혼이고 나발이고 그냥 혼자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곤 이렇게 다짐하게 되었다.



결혼에 구걸하지 말자 
결혼은 행복하라고 하는 선택지 중 하나지
입영통지서처럼 때 되면 가야 하는 강제사항은 아니다.



이제 충분했다. 그리고 결혼에 구걸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도 나름 고등 교육까지 받은 사람이고 한국말 멀쩡히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놈의 결혼, 결혼, 결혼,... 이 단어가 너무 지겹고 토할 것 같았다. 당당하게 나답게 살면 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결혼에 쓴 에너지를 모아 열심히 나 자신에 투자를 시작했다. 나를 더 아껴주었다. 최고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영어 공부를 했다. 그렇게 나랑 결혼을 했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이렇게 나와 사랑을 빠지는 순간 결혼의 인연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혼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 시기였던 것이다. 


결혼에 목마르면 목마를수록 나 자신과 결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행복하자고 하는 결혼이다. 결혼에 치우쳐 나의 행복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대신 나와 결혼을 해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심리적으로 일단 강해지고 내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의 매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여유롭고 기쁘게 살 수 있고, 의지하지 않을 수 있고,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그때야말로 결혼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내가 돈이 없으니까.....'


무엇 무엇 때문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백번 양보해서 결혼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행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혼은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인데 무엇 무엇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무엇 무엇에 발목 잡혀 일방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 상태인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상황이었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성격이 까칠하니까, 내가 뭐가 어쩌니까 등등등... 계속 이유를 만들면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빨리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쫓기면 일단 마음이 약해지고, 그럼 급한 마음에 똥인지 된장인지 잘 분간이 안돼 이상한 사람들이 꼬일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심리적으로 강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자꾸만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다. 


아주 긴긴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갈 텐데 눈에 당장 보인다고 모래주머니를 메달고 걸어갈 수는 없다.

혼자서도 걸을 수 있지만 저기 어딘가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때 결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결혼에 구질구질해지지 말자. 

결혼할 시기는 가장 심리적으로 단단한 시기이다.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고 충분히 당당한 시기가 결혼의 최적기이다. 


사랑 때문에 눈 뒤집힐 때 결혼을 하는 것도 맞는 소리이다. 하지만 뜨거운 사랑도 시간이 지나치면 평온한 사랑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늘 100미터 전속력으로 달릴 수 없듯 언젠가 눈 뒤집어질 것 같은 사랑도 잔잔해지기 마련이다. 사랑이 잠잠해지고 남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신뢰(확신), 애정, 그리고 나 자신이다. 


어쩌면 결혼할 시기는

배우자 없으면 죽을 것 같을 때가 아니라 
내가 나와 사랑에 빠져,
나 없이도 죽을 것 같을 때
내 행복을 깊이 고민할 때
내 감정을 솔직히 이해할 때 

그때가 결혼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부녀가 바라보는 결혼하면 좋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